[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인내는 쓰고 결실은 달콤하다고 했다. '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이 걸어온 길이 그렇다. 제작진과 합심해 위기와 장애물을 넘어선 그는 흥행을 거머쥐었다.
최근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제작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범죄도시2'는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18일 개봉 첫날에는 누적 관객 65만명을 돌파하며 '기생충' 이후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연일 흥행 신기록을 써내려가며 2일 오후 기준 누적 관객 760만명을 넘어섰다.
이상용 감독에겐 믿기지 않는 감동이다. 그는 "이렇게까지 잘되리라고 전혀 생각을 못 했다. 너무 놀라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관객들을 향한 인사도 전했다.
그에게 이번 연출은 더 뜻깊다. 이상용 감독은 전작인 '범죄도시'의 조연출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범죄도시2' 연출 제안을 받고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이상용 감독은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는 많이 놀랐다. 내게 이런 큰 기회가 온 것 자체가 안 믿겼다"며 "(전작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님께서 다른 작품 때문에 하차하게 됐다. 이후 감사하게도 마동석을 포함한 제작자, 투자자, 1편을 함께 만들었던 스태프들이 합심해 주셨다. 그래서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중한 책임감이 그를 짓누르기도 했다. 이 감독은 "개인적으론 부담감이 많이 됐다. 전작이 기록한 688만 관객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생각하기보다는 욕은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잘 돼야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상용 감독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담감 외에도 그를 힘들게 한 상황들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큰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이상용 감독은 "저희가 2019년 9월부터 베트남을 여러 번 들어갔다 나왔다"며 "팀을 꾸려서 현직 배우도 만나 캐스팅 작업도 다 끝난 상황이었다. 2020년 말 베트남에서 크랭크인을 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어쩔 수 없이 (베트남에서) 부랴부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촬영이 스톱되며 한 달 정도 쉬었다. 아예 엎을 건지, 일정을 연기할 건지 얘기가 오갔다"며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마지막까지 끝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고 털어놨다.
위기 상황 속에서 그를 포함한 제작진은 더욱 똘똘 뭉쳤다. 이상용 감독은 "1년 정도 촬영이 중단되며 배우, 스태프들이 많이 지쳐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잘해줘서 저도 힘을 낼 수 있었다. 그 에너지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렇게 탄생한 '범죄도시2'는 고진감래을 맛봤다. 흥행의 이유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이야기에 있다. 전작의 큰 줄거리는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접목시켜 차별화를 뒀다.
특히 '범죄도시2' 빌런 강해상 역의 손석구는 차별화 지점이자 최대 관전 포인트다.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과 비교하며 강해상만의 특징을 밝히기도 했다.
이상용 감독은 "장첸은 그룹으로 (한국에) 들어와 덩어리감이 있었다. 반면 강해상은 독고다이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악랄한 강해상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이상용 감독의 무수한 노력과 고민이 있었다.
이 감독은 "해외에서 일어나는 범죄자 특징을 자료 조사해 보니 불법 체류에다가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더라.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못할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강해상도 그런 포커스에 맞췄다 직접적으로 돈을 탐하고 자기 것에 뺏겼다는 생각에 악랄하다"고 전했다.
이상용 감독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을 통해 '범죄도시' 시리즈는 더욱 확장됐다. 이상용 감독은 "1편은 장첸 무리가 가리봉동이란 협소한 공간에 들어오자 마석도가 이들을 때려잡는 이야기다. 그런데 2편은 가리봉동에서 해외 관광지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실적인 관광지 느낌을 넣으려고 노력을 했다"며 "또 마석도를 두고 악당들이 새롭게 변모하는 점, 이런 가운데 마석도가 변하지 않으면서도 재밌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숙제였다. 다행스럽게 해외라는 설정이 있어 설정하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2'의 인기 요인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영화가 단순하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속도감을 높였다. 마석도의 검거 욕구를 짧고 강하게 보여주려고 과감하게 진행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낸 것 같다"고 밝혔다.
흥행이란 기적은 이상용 감독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는 제작진과 함께 흥행의 영광을 누리고 싶어 했다.. 그는 "제가 모든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이 상의하고 아이디어 많이 준 마동석도 있었고, 1편부터 함께한 제작자 대표님, 여러 스태프들이 함께했다"고 언급했다.
이상용 감독은 "같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의 의견을 무시하면 그 에너지가 빠진다고 생각했다. 스태프들의 의견을 생각해 보면 결국 그 목적은 하나더라. 그 목적 안에서 최소한의 선택이 무엇인가 논의하고 결론을 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합심의 결실을 보여 준 '범죄도시2'는 현재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이상용 감독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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