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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 조아람, 두 번째 출발선 [인터뷰]
작성 : 2022년 05월 31일(화) 16:01

살인자의 쇼핑목록 조아람 인터뷰 / 사진=비욘드제이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이다. 대중에게 알려진 '구구단 혜연'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조아람'이라는 이름을 앞세웠다. 이젠 '배우'라는 타이틀을 각인시킬 시간이다.

지난 2016년 그룹 구구단 미니 앨범 '액트. 1 더 리틀 머메이드'(Act.1 The Little Mermaid)로 데뷔한 조아람은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극본 한지완·연출 이언희)로 배우 출사표를 던졌다.

조아람은 "첫 시작을 너무 좋은 작품, 좋은 선배들과 함께 하게 돼서 한편으론 큰 부담감이 오기도 했고, 감사한 망므도 컸다"며 "처음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준비도 많이 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선배들이 분위기도 편하게 잘 풀어주셨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조아람이 맡은 MS마트 아르바이트생 '알바'는 검은색 비니에 주렁주렁한 피어싱, 땋은 머리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을 가졌다. 말수는 적지만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조아람이 오디션과 감독 미팅에 임할 때까지만 해도 알바는 그야말로 '백지'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조아람은 "처음엔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서 정해주신 게 없었다. 저랑 같이 이야기를 나누시면서 만들어갔던 게 지금의 알바였다"며 "작품 속 다른 캐릭터들이 각자 개성을 갖고 있다 보니 알바가 잠깐 등장하는 장면에도 임팩트 있게 나오고, 그냥 지나가지 않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렬한 개성을 말씀해주셔서 헤어 스타일이나 피어싱, 연기적인 톤을 많이 생각했었다"며 "얼굴을 완전 다 덮는다던지, 형형색색 염색을 한다던가 하는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확 튀어버리기보단 홍대 길거리에서 한 번쯤 볼 법한 '힙한 MZ세대'를 만들어보자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알바는 극 중 다른 인물들에 비해 서사가 드러나지 않는다. 성전환증으로 고민하는 생선(박지빈),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야채(오혜원), 그런 그를 짝사랑하던 정육(이교엽), 부녀회장 자리를 노리던 공산(김미화) 등 각자 저마다 사연이 그려지지만, 알바는 그런 그들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자신의 역할이 조금 더 드러나길 원할 터다. 조아람 역시 "대본을 받았을 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근데 생각 외로 저를 범인으로 추리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아무래도 서사가 드러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그런 부분 덕분에 오히려 재미있게 작품에 임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데뷔작에서 8부작의 짧은 호흡을 소화한 조아람은 "첫 작품이다 보니 욕심이 정말 컸다. 부담감도 많이 가졌었다"며 "잘 해내고 싶었고, 이 작품에 잘 묻어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앞서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던 만큼, 배우로 전향한 후 첫 작품에 대한 대중의 평가에 온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다. 조아람은 "작품에 잘 묻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제일 뿌듯했다. 그 뿌듯함이 엄청난 성취감으로 다가와서 또 다른 용기를 얻은 것 같다"며 "지금까지 한 노력들이 인정을 받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조아람 인터뷰 / 사진=비욘드제이 제공


올해 23살이 되며 배우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린 조아람이지만, 데뷔 연차로 따지면 어느덧 6년 차다. 이 때문인지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결연한 눈빛을 보인다. 열정 가득한 신인의 빛나는 눈을 넘어, '올테면 와 봐'라는 단단함이다.

이는 17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조아람에게 찾아왔던 번아웃을 지나 얻은 영광의 상처다. 2016년 데뷔한 조아람은 2018년 건강 문제로 팀 활동을 중단한 뒤 2021년 기존 소속사를 떠나기 전까지 휴식기를 가졌다.

당시를 회상하던 조아람은 "말 그대로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잠시 내려놓고, 저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했다"며 "그동안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내려놓으려는 마음이 컸다. 그때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덤덤히 털어놨다.

그때만큼은 '연예인'이 아닌 19살의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조아람은 주변 친구들처럼 다시 공부에 매진했고, 부모님이 희망하던 대학교 진학에 성공했다. 조아람은 "열아홉 살 막바지쯤이라 제가 현역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다. 저는 춤도 출 수 있고, 노래도 할 수 있고, 연기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너무 감사하게도 짧은 입시기간에도 너무 좋은 학교에 진학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무언가를 내려놓고 싶어 하는 이들은, 그 순간의 무게감을 아는 사람들이다. 버티는 시간들이 버거워지면, 스스로 자신을 해치기 전에 쉬어가야 함을 아는 현명함이다. 조아람 역시 "제가 어렸을 때부터 너무 달려왔다. 막상 내려놓으려고 하니까 내려놓는 방법도 모르겠더라"며 "갑자기 주어진 휴식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정답은 없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움직였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조아람에게 시간은 곧 약이 됐다. 그는 "제게 있어 원동력은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저는 가족과 시간, 학교에서 동기들이 주는 에너지가 가장 큰 힘이 됐다"며 "배우가 되겠다는 큰 계기가 있던 거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공연을 올려보니까 '아 나는 이걸 해야 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분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두 번째 출발선에 선 조아람은 갈 길이 멀다. 조아람은 자신의 첫 작품에 대한 점수를 묻자 "100점 만점에 23점. 제가 지금 23살이니까"라며 "저는 오래 배우 생활을 할 거니까 아쉬움이 남는 게 좋다. 그래야 다음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아람은 "지금처럼 지치지 않고 재밌게 열정을 가지고, 묵묵히 책임감을 갖고 재밌게 연기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어 "저는 못하는 게 없다. 그렇다 보니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면서도 "뚜렷하게 엄청 잘하는 게 있진 않지만 자잘 자잘하게 못하는 게 없다"고 웃음을 보였다.

끝으로 조아람은 "지금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해보고 싶다. 청춘 성장물부터, 조금 더 나아가 제가 연기적으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나중에 우리나라 역사를 그린 좋은 작품을 만나서 그런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싶다"며 "연기적으로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인사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조아람 인터뷰 / 사진=비욘드제이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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