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살인자의 쇼핑목록' 박지빈의 기분 좋은 긴장감 [인터뷰]
작성 : 2022년 05월 30일(월) 11:57

살인자의 쇼핑목록 박지빈 인터뷰 /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아역 배우로 출발선에 섰던 박지빈은 올해로 28살이 됐다. 이젠 현장이 제 집 같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긴장감의 연속이라는 박지빈이다.

2001년 뮤지컬 '토미'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2년 차를 맞은 박지빈은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극본 한지완·연출 이언희)를 통해 첫 코믹 수사극에 도전했다. 박지빈은 "제가 여태 해왔던 것들과 조금 다른 장르였다. '딥'한 건 아니고, 코믹 스릴러라 현장에서 웃음 포인트를 살리려고 많이 고민했다"며 "8부작이다 보니 조금 아쉬웠다. 대본을 읽을 땐 재밌었는데 막상 촬영을 해보니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새로운 장르 도전과 함께 색다른 캐릭터도 소화해야 했다. 박지빈은 극 중 MS마트 생선코너 직원이자 성전환증을 가진 인물 생선을 연기했다. 이에 대해 박지빈은 "'왜 굳이 젠더여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감독님이 초고부터 이 캐릭터가 있었다고 하시더라"며 "제가 왜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아픔들이 있는지에 대한 신들을 고민했다. 과하게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조심스러운 점도 많았다. 성소수자를 표현함에 있어, 혹여나 당사자들이 받을 상처나 자칫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는 거부감 등이다. 박지빈은 "감독님과 함께 자문을 많이 구했다. 저희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 안에서 과장되지 않도록 중점을 뒀다"며 "감독님이 성소수자분들과 인터뷰를 하신 내용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내면을 다듬은 다음엔 외면이었다. 박지빈은 지인인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의 도움으로 메이크업신들을 소화했다. 이에 대해 박지빈은 "화장을 하고 처음 거울을 봤을 때 느낌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였다"며 "가발까지 쓰니까 주변분들도 '괜찮다'고 하셨다. 어쨌든 제가 보는 시선보다 남들이 보는 시선이 더 중요하니까 다행이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뜻밖의 고충도 있었다. 평소 마른 체격인 박지빈은 당시 운동을 통해 체격을 늘리고 있었다고. 박지빈은 "운동을 멈추면서 살도 자연스럽게 빠졌다. 원래 일 할 때 잘 안 먹긴 하는데 이 캐릭터를 할 땐 더 안 먹고, 예민해져 있었다. 원래 몸무게에서 3, 4㎏ 정도가 빠졌다"며 "그래도 캐릭터가 별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 동료 배우분들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라 했지만, 저한텐 고민이 없었다. 만약 고민을 했다면 망설였다는 거니까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지빈은 "주변에서 다들 기억에 남는 건 여장이었다고 하더라. 너무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게 가장 좋았다"며 "'연기 잘해요' 보다 '너무 예쁘다' 라는 말이 더 좋았던 작품"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박지빈 인터뷰 /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한 번 배우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한 줄을 추가하게 된 박지빈은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다. 다만, 군 공백기를 제외하곤 큰 휴식기 없이 꾸준히 활동해온 만큼 여전히 '현재의 박지빈'이 아닌 '아역 배우 박지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박지빈은 "군대를 가기 전에도, 전역 후에도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근데 저는 별로 그런 생각이 없었다. 남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저도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하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건 숙제 같이 보일 순 있지만, 풀 수 없는 숙제다. 이걸 풀 수 있다면 누구나 다 풀고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라며 "타인의 시선은 제가 뭔가를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아니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맞기 때문에, 저는 부족한 이미지를 채우도록 노력하는 것이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박지빈이 가진 선한 이미지 역시 또 하나의 숙제가 됐다. 박지빈 역시 자신에겐 빌런이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했다. 그런 편견을 부순 것은 전작 JTBC '구경이'였다. 박지빈은 "감독님이 제가 가진 어리고, 귀엽고, 모범적인 이미지들을 활용하고 싶다고 하셨다"며 "제가 맡은 캐릭터는 자기 하고싶은 대로 막장을 부리는 인물이었다. 저는 부담이었지만, 감독님은 걱정이 하나도 없으셨다. 많이 만들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7살부터 시작한 연예계 활동은 박지빈에게 든든한 커리어를 안겨줌과 동시에 이른 슬럼프를 안겨줬다. 박지빈은 "군대를 빨리 가고 싶었다. 제 인생에서 철저히 혼자가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혼자만의 생각이 길어지다 보니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박지빈은 "어렸을 때 촬영장에 가게 된 건 어머니가 데려간 게 아니라 제가 직접 간 거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언제든지 안 하고 싶을 땐 그만둬도 됐다"며 "연기가 재밌어서 하다 보니 활동이 길어졌다. 그런데 사춘기가 오면서 인생에 대한 슬럼프를 겪으니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어렸을 땐 겁이 없고 단순히 재밌어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는 지금도 항상 촬영장이 불안하고 두렵다"며 "늘 소극적이고 실수를 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연기를 해왔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았다. 어느 순간 그게 재미가 없어지면 또 다른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지빈은 "지금은 보다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다. 동시에 저도 편안함과 여유를 갖고 현장에 가고 싶다. 아직은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며 "'살인자의 쇼핑목록'도 도전해보지 않은 분야라서 연기력 논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스스로 현장에서 편안해질 수 있길 바란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끝으로 박지빈은 "서른, 삼십 대가 되면 어떻게 될까 기분 좋은 떨림과 두려움이 있다"며 "30살이 되면 저를 정확히 마주 보고 싶다. 저는 30대, 40대가 돼도 저 자신과 싸울 것 같다"고 인사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박지빈 인터뷰 /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