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나의 해방 일지' 김지원, 이엘, 이민기, 손석구를 비롯한 인물들이 어렵게 어렵게 한 발을 내딛으며 마지막에 웃었다.
29일 밤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극본 박해영·연출 김석윤) 마지막 회에서 각자 성장을 이룬 염 씨네와 구 씨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염미정(김지원)은 여전히 알코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구 씨에게 "왜 매일 술을 먹냐"고 물었다. 구 씨는 "맨 정신으로 있는 거 보단 덜 힘들다"고 답했다.
염미정은 "왜 힘드냐"고 되물었다.
구 씨는 "정신이 맑으면 지나온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전부다. 죽은 사람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한놈, 한놈 끝도 없이 온다"며 "찾아온 인간들이 쌍욕을 퍼붓고 그렇게 한 시간을 앉아 있으면 지친다. 몸에 썩은 물이 도는 기분. 그럼 그때부터 마시자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이를 들은 염미정은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똑같다"고 답했다. 이어 "일어나면 팀장부터 시작해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유 없이 이를 닦으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근데 그 사람들을 웃으면서 그냥 환대해봐라. 또 왓냐고"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구 씨와 재회해 쉽지 않은 현실에서도 서로의 위로가 되어주는 두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염미정은 우연히 자신의 돈을 가져갔던 전 남자 친구와 마주했다. 마주하면 욕을 하고 깽판을 칠 거라고 다짐했던 염미정이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숙한 탓인지 전 남자 친구를 보고도 상대하지 않았다.
상대하지 않는 장면은 염미정이 자신도 모르게 그런 미움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난 모습임을 암시케 했다.
염창희(이민기)도 해방처를 찾았다. 어머니의 죽음, 지현아 남편의 마지막까지 함께한 염창희는 실수로 방문한 장례지도사 자격증 강의에서 뜻을 찾는다. 운명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염창희는 그렇게 장례지도사의 길을 걷게 됐다.
염기정(이엘)도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해방처를 찾았다.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다행"이라고 표현한 조태훈(이기우)에게 섭섭함을 느껴 한차례 이별의 위기를 맞나 했지만 조태훈이 이를 해명하며 둘의 사랑은 깊어졌다.
여전히 현실의 벽은 있지만 완벽하지 않은 모습으로 서로 의지해가며 사랑하는 모습으로 나아갔다.
방송 말미 인생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구 씨 역시 염미정으로 인해 지옥으로부터 해방의 걸음을 내디뎠다. 믿었던 형이 마지막에 도박빚을 자신 앞으로 돌려 위기에 빠졌지만 구 씨는 염미정의 말을 되새기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구 씨는 "어렵게 한 발 한발"을 내뱉으며 염미정을 만나러 갔다. 마주한 두 사람이 웃으며 막을 내렸다.
염씨네 그리고 구 씨까지, 행복하지 않은 무채색의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마지막엔 웃어 보이며 한 단계 성숙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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