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박지빈이 성전환증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박지빈은 최근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츠투데이와 만나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작가 한지완·연출 이언희) 종영에 대한 소회를 나눴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나가는 슈퍼(마켓) 코믹 수사극이다.

박지빈은 극 중 MS마트 생선 코너 담당 생선 역을 맡았다. 나긋나긋하고 소심해 보이는 분위기와 달리 전과 3범의 인물이다. 살갑게 다가오는 MS마트 식구들에게 은근히 철벽을 치는 의뭉스러운 인물이다.

그런 생선의 비밀은 바로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다른 성전환증을 가졌다는 것이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뒤 범인으로 몰리던 생선은, 대성(이광수)에 의해 결국 자신의 비밀을 공개한다.

이에 대해 박지빈은 "대본이 너무 재밌었지만 한편으로는 '왜 굳이 젠더여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었다. 다른 캐릭터로 설명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근데 감독님이 초고부터 이 캐릭터가 있었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제 비밀이 밝혀진 뒤 대성이랑 아희(김설현)가 저를 옥상에 초대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부모로부터 생긴 결핍이나, 존중받지 못했던 부분들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너무 과하게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에겐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를 표현하는 배우의 입장에선 한없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박지빈은 "제가 했던 역할 중 처음 맡아보는 캐릭터였고, 이런 장르는 처음이었다. 거기에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캐릭터라서 많이 조심스러웠다. 감독님과 저도 자문을 많이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지빈은 "너무 과장되지 않게 표현하는 걸 중점적으로 뒀다"며 "그 이상을 드라마에서 풀어내기엔 작품이 저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이 아니었다. 또, 거기서 더 나아가면 오히려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저희가 표현하고자 했던 방향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감독님과 제가 초점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성전환증을 가진 캐릭터인 만큼, 치마를 입거나 메이크업에 집중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박지빈은 "화장하고 거울을 봤을 때 첫 느낌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거였다"며 "이를 위해 하고 있던 운동도 멈췄다. 원래 일을 할 때 잘 안 먹긴 하지만 이 캐릭터 할 땐 더 안 먹었다. 원래 몸무게에서 3, 4㎏ 가량 빠졌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박지빈은 "캐릭터 자체는 별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며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고 하셨지만, 저한텐 고민이 없었다. 오히려 고민을 했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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