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배우 정준호에겐 더 이상 흥행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작품의 성공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해졌다.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며 더욱 따스하고 공감 가득한 열연을 펼치게 됐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정준호는 올해 데뷔 24년차를 맞았다. 이후 드라마 '왕초' '마마' '옥중화' '스카이캐슬', 영화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공공의 적' '투사부일체' '인천상륙작전' 등에 출연하며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정준호가 영화 '어부바'(감독 최종학·제작 글로빅엔터테인먼트)로 관객들과 만난다. '어부바'는 늦둥이 아들과 철없는 동생 그리고 자신의 분신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범(정준호)의 찡하고 유쾌한 혈육 코미디다. 정준호는 극 중 어부바호의 선장 종범 역을 맡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정준호는 "상당히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봤다"고 털어놨다. 주연으로 임하는 만큼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그는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공동작업을 통해 완성품을 만들어간다. 이중 연기의 개연성, 전체적인 짜임새를 이끌어가는 주연으로서 마음이 무거웠고 책임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정준호가 '어부바'를 택한 건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간 흥행을 우선시해 작품을 골라왔지만 이번엔 선택 기준이 달랐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그는 "제 아들이 이제 9살이 됐다. 7살부터 아빠가 영화배우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제게 무슨 영화에 출연했냐고 물어보더라"며 "그런데 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많지 않더라. 제가 출연한 작품들이 다소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침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아, 이 영화다' 싶었다"며 "아버지가 되고 자식을 기르다 보니 가슴에 뭉클하게 남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결정을 하게 됐다. 또 누구보다 더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역할에 대해 많이 공감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준호는 극 중 종범 역을 보며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종범에 대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 고지식한 모습도 있다. 늦둥이 아들을 얻게 되면서 녹록치 않은 생활 속에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선장 역할을 한다"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분들이 많다. 실제 부둣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상이었다"고 밝혔다.
공감 가득한 인물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냈다. 그는 "저도 장손이고 장남이라 그런 역할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 특별히 캐릭터를 연구했다기보다는 내가 살아온 것을 되새기면서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했다.
운명처럼 만난 작품인 만큼 진심을 다한 정준호다. 특히 정준호는 작품 촬영 중 부상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준호는 "촬영 중 뒷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다. 병원에선 (부상이) 심하니 앞으로 2~3주 정도는 움직이지 말고 고정을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그는 "그런데 제가 해야 할 연기들이 너무 많았다. 이미 부산에 촬영 세팅이 다 마쳐진 상태라 쉴 수 없더라"며 "아무리 힘들고 아프지만 액션신은 예정대로 촬영해야겠다 싶었다. 다들 만류를 하는데 끝까지 촬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준호의 진심이 통했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특히 그의 아내인 이하정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준호는 "시사회 때 아내가 아나운서 동료들이 와서 영화를 봤다. 근데 울었다고 하더라. 제가 출연했다고 해서 과하게 칭찬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는데 시사회 끝나고 스태프와 진행한 쫑파티에서도 객석에서 훌쩍거리는 걸 목격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코로나 속에서 가정이 소통, 단절돼 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부바'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끈끈한 정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내가 가장 편하게 설 곳,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결국 가족이 최우선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준호에게 '어부바'는 열정 가득한 현장이기도 했다. 그는 "'어부바' 스태프나 제작진들이 출연료를 양보하고 나중에 잘되면 인센티브로 갚는 상부상조의 취지로 영화를 했다. 그러다 보니 이영화가 좋아서, 작업 현장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어느 상업영화 못지 않게 분위기가 좋고 열정도 넘쳤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제 영화 규모가 적든 크든간에 저를 필요로 하는 영화 현장이라면 영화 속의 인물로서 적합한지, 캐릭터를 얼마나 잘 뽑아내야 할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정준호는 작품을 보는 혜안이 달라졌다. 작품의 규모와 흥행 여부를 떠나 그안에 담긴 진심과 열정이 주는 힘을 알게 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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