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신현빈에게 변신, 도전이란 단어는 낯설지 않다. 때문에 그가 보여주는 얼굴은 새롭다. "달라 보이고 싶다"는 마음가짐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든다.
지난 2010년 영화 '방가?방가!'로 데뷔한 신현빈은 '어떤살인' '공조' '7년의 밤' '변산' '클로젯'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 드라마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무사 백동수' '추리의 여왕',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너를 닮은 사람' 등 인기작에 출연하며 다부지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후 신현빈은 티빙 오리지널 '괴이'(극본 연상호·연출 장건재)에 도전했다.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물이다.
신현빈은 단순히 장르적인 요소만을 보고 '괴이'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오컬트란 설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속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끌렸다"고 설명했다.
멜로적인 부분도 언급했다. 신현빈은 "연상호 작가님이 '괴이'의 시작을 멜로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런 지점이 분명히 있다. 연애하고 사랑하는 것만이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주는 밀도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감정들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괴이'는 30분 분량의 6부작으로 구성됐다. 이는 신현빈에게도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는 "주로 가볍고 일상적인 작품들에게서 볼 수 있던 구성 방식이었다. 하지만 '괴이'처럼 장르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될 수 있다고 하니 흥미롭고 새로웠다"며 "한 편의 긴 영화라고 볼 수도, 빠르게 흘러가는 드라마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몰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 같다"고 전했다.
신현빈은 극 중 천재 문양 해독가 이수진 역을 맡았다. 이수진은 촉망받던 해독가이자 고고학자 정기훈(구교환)의 아내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고로 딸을 잃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신현빈은 아이를 잃은 이수진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상상이 안되더라. 어떤 감정인 줄 모르겠어서 실제 아이가 있는 분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대화를 나눠보니 단순히 하나의 감정으로 설명이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현빈은 "딸의 사고를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는 쓰러져있는 딸 앞까지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중간에 주저앉아버렸다. 이 장면은 원래 없었기 때문에 카메라 감독님이 급하게 잡아주신 거다. 이때 딸을 잃은 슬픈 마음이 크게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신현빈은 '괴이' 속 이수진을 슬프게만 그리지 않았다. 그는 "극 전반에서 다뤄지는 이수진의 모습은 진짜 이수진의 모습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보다 훨씬 생기 있고, 적극적인 사람이지만 처한 상황들 때문에 변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잃고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지만 원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있을 거라고 보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아픔이 짙은 인물이기에 신현빈은 다른 극 중 인물들보다 눈물을 흘리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감정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힘들지 않았다고. 신현빈은 "처음부터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감정도 감정이지만 계속 울다 보면 지치지 않냐. 하지만 촬영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고, 끝나면 털어버릴 수 있는 환경들이 주어졌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박소이, 구교한 배우를 비롯해 모든 분들이 저를 도와주셨다"고 감사해했다.
특히 딸 역할로 호흡을 맞춘 아역배우 박소이 양에 대해 "박소이 양만이 가진 힘이 있었다. 촬영 전엔 괜찮다가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 박소이의 얼굴만 보면 눈물이 나더라"고 칭찬했다.
남편 역할을 연기한 구교환도 신현빈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신현빈은 "같이 '괴이'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감이 컸다. 어떤 호흡이 있을지 궁금했고, 촬영을 하면서 기대보다 더 좋은 점들이 많았다"며 "특히 극 중 이수진과 정기훈 사이엔 괴로운 장면이 많았다. 그렇기에 서로 편해야 작품도 잘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호흡이 좋았다. 배려받고 있다는 걸 느꼈고, 고맙고 든든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구교환 배우와 웃기다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비슷하다 보니 개그 코드가 잘 맞아 유쾌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신현빈에게 '괴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천재 문양 해독가란 설정 때문에 처음으로 티베트어를 공부했고, 눈을 가린 채 연기하기도 했다. 신현빈은 "마지막 화에서 눈을 가리고 귀불을 봉인하는 장면이 있다. 눈을 가리니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밑으로 약간 빛 정도만 느껴지는데, 처음에 힘들었다. 하지만 몇 번 계속 찍다 보니 익숙해져서 감각적인 것에 의존을 하게 됐다. 휴식 시간임에도 눈을 가린 채 밥을 먹기도 했다. 눈을 가리니까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경험이 새롭고 재밌었다"고 밝혔다.
특히 신현빈은 "'괴이'는 저한텐 새로운 경험이라는 것이 가장 컸다. 장르적인 작품, 경험해 보진 않은 상황을 겪는 캐릭터, 또 경험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때문에 어려웠지만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동시에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신현빈은 "불상의 눈을 바라보면 마음속 지옥이 펼쳐진다는 설정이다 보니 내 인생의 지옥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봤다. 인생을 되돌아보고 내 인생에는 지옥 같은 순간이 없었을까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 문득 인생에 지옥 같은 순간을 극복한 사람이 있겠다 싶었다. 가능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어 "배우로서는 장건재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좀 더 몰입하고 작업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다. 배우로서 한 단 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현빈은 '클로젯' '너를 닮은 사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괴이'까지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을 만나왔다. 그는 "이런 캐릭터들을 만나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괴롭고 힘들어하는 마음을 잘 보듬어 주고 싶고, 왜 이렇게 됐는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그런 인물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신현빈은 매 작품 속 인물에 녹아들며 '얼굴 인식이 안 되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에 "매 작품마다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번엔 가르마를 반대쪽으로 바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로서 자신만의 강점에 대해서도 "뭐라도 조금이라도 다르게 하고 싶어 하고, 달라 보이고 싶어 한다는 점 같다. 또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기에 잘 활용해보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변신을 꾀한다고. 신현빈은 이후 계획에 대해 "지금 작품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 계속해서 전작과 다른 작품과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 '괴이'에서 괴롭고 아픈 캐릭터를 만났으니 다음 작품으로는 괴로움이나 아픔이 덜 한 것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