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전화위복이다. 한차례 들이켰던 쓴물은, 지금의 발판이 됐다. 심기일전으로 돌아온 이가령은 당당히 임성한 작가와 재회, 주연 자리를 꿰찼다.
임성한 작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TV조선 토일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시리즈가 시즌3로 막을 내렸다. '결사곡' 시리즈는 잘 나가는 30대, 40대, 50대 매력적인 세 명의 여주인공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다.
이가령은 아름답고 똑 부러진 성격의 아나운서 출신인 라디오 DJ 부혜령 역을 맡았다. 부혜령은 변호사 남편 판사현(강신효)과 2세 계획 없이 결혼했으나, 불륜녀 송원(이민영)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는 인물이다.
시즌 1, 2에선 남편의 불륜을 직면하고 악에 받친 부혜령이었다면, 시즌3에서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가령은 "시즌 1,2에선 부혜령이 항상 화가 나 있었는데 시즌3에서는 조금 엉뚱하기도 하고, 헛물켜고 다니는 재밌는 부혜령이 됐다"며 "거기에 송원이 빙의되기도 하며 또 다른 부혜령을 보여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혜령처럼 불륜으로 인해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은 사피영(박주미), 이시은(전수경)은 시즌3에서 이른바 '벤츠남'과 재혼에 성공한다. 집안부터 매너, 외모,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이들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다만 부혜령만이 새로운 짝이 아닌, 전 남편 판사현과 재결합한다. 서반(문성호), 서동마(부배) 형제에게 김칫국을 마셨다가 상처받고, 결국 홀로 외로움을 삼키다가 송원에게 빙의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이었다. 여기에 어렵게 가진 아이까지 유산하며 그야말로 '짠내' 아이콘이었다.
이에 대해 이가령은 "부혜령도 사랑받고 싶다. 시즌3에 와서 사피영, 이시은이 완벽한 집안에, 사랑받으면서 재혼을 하고 심지어 둘이 한가족이 되니까 너무 배가 아프더라"면서도 "하지만 부혜령을 연기하면서는 그들이 항상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부혜령이 꼬시면 항상 다 넘어올 거라 생각해서 재밌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결사곡3 이가령 인터뷰 / 사진=아이오케이 엠 제공
부혜령은 예측 불가한 캐릭터다. 안쓰러우면서도, 표독하고,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이가령은 이 같은 부혜령에 대해 "모든 부분이 공감갔다"고 말했다. 이어 "저랑 비슷하기도 하다. 사랑하지 않아서 표현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가 부혜령의 표현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판사현 입장에선 부혜령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오해해 바람을 폈을 수도 있다"며 "부혜령으론 표면적으로 날카롭고 까칠해보여도 송원의 장례식장도 가고, 아이도 보러 간다. 그런 따뜻한 면모들도 있기 때문에 부혜령의 모든 부분들이 이해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임성한 작가답게 시즌 1,2에 이어 시즌3에서도 연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명장면은 불륜녀 송원에게 빙의된 부혜령이었다. 남편 판사현 역시 송원의 혼령에 지배당해 재결합한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시부 판문호(김응수), 시모 소예정(이종남)이 송원을 퇴마 했고, 부혜령은 제정신을 찾는다. 그럼에도 부혜령은 여전히 판사현과 함께한다.
해당 장면과 관련해 이가령은 "부혜령이 빙의가 되긴 했지만 자아가 있는 빙의라고 생각했다. 온전히 송원이 들어온 부혜령인지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부분"이라며 "또, 부혜령이 이혼을 하긴 했지만 판사현을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판사현이 바람을 폈고, '너희끼리 행복하라'는 뜻에서 자리를 비켜준 거다"라고 설명했다.
자아 없이 판사현과 결혼한 부혜령은 송원이 퇴마 되며 어렵게 임신한 아이마저 잃게 되고 좌절한다. 그런 부혜령에겐 시댁도, 남편도, 아이도, 무엇하나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했다. 이가령은 "유산하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시즌2에서 부혜령이 임신을 원치 않았지만, 판사현이 바람나서 아이를 갖는 걸 보고 남편을 붙잡고 싶었다. 게다가 자궁 기형도 있었다"며 "혼자 아픔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시즌3에 아이가 생겼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땐 뱃속에 몇 달 가져보지도 못한 아이였지만 같은 회차에서 잃게 되니까 너무 슬펐다. 속상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결혼과 이혼, 재결합과 임신, 유산을 겪어야 했던 부혜령에게 뗄 수 없는 존재는 남편 판사현이었다. 무엇보다 시즌 1,2에선 배우 성훈이 판사현 역할을 했다면, 시즌3에서는 중간 합류한 강신효와 호흡을 맞췄다.
이가령은 강신효에 대해 "준비를 너무 잘해서 이미 '판사현' 상태로 왔다.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었다"며 "이미 기존에 있던 역할을 다른 사람이 연기하게 됐는데, 그걸 이어받는다는 게 배우로서 쉽지 않고 부담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있었던 배우 입장에선 그 역할을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결사곡3 이가령 인터뷰 / 사진=아이오케이 엠 제공
'결사곡' 시리즈는 '배우 이가령'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이다. 신인 배우인가 싶지만, 이가령의 연기 인생은 제법 굵직하다. 지난 2012년 SBS '신사의 품격'으로 데뷔한 이가령은 MBC '오로라 공주'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JTBC '뷰티 인사이드' 등에 출연했다.
임성한 작가와 인연도 깊다. 지난 2014년 이가령은 임성한 작가의 작품 MBC '압구정 백야'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오로라 공주' 단역 출연 인연이다. 그러나 대본 리딩 후 미흡한 연기로 인해 중도 하차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그런 이가령은 당당히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 메인타이틀롤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가령은 "지금은 제가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항상 배우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다음은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다. 아직까진 제가 경험도 많이 없고, 작품수가 많지 않다 보니까 주시는 대로 잘할 수 있다"며 "제게 무언가 주어진다면, 그건 그분들이 저를 보며 뭔가를 생각하고 주셨을 테니까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가령은 "처음 시작할 땐 부담감 보단 오히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냐. 몰라서 용감하게 시작했던 것 같다"며 "배우가 항상 자신의 연기에 만족할 순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구나 싶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후련해했다.
끝으로 이가령은 "'결사곡' 시리즈는 시청자분들도 그렇고, 배우한테도 대단한 드라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점에서 대단하다"며 "개인적으로 저한텐 너무 소중한 작품이다. 배우 생활하는 동안, 배우를 그만두더라도 한 사람으로서 인생에 너무나 큰 전환점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작품인 것 같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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