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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배, '결사곡3'으로 찾은 빛 [인터뷰]
작성 : 2022년 05월 03일(화) 21:28

결사곡3 부배 인터뷰 / 사진=스케치이엔엠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길고 긴 터널을 뚫고 나왔다. 그 시간 속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굳게 지켜왔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마음 가짐은 배신하지 않았다. 배우 부배의 이야기다.

이토록 완벽한 캐릭터가 있을까. TV조선 토일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3'(극본 임성한·연출 오상원, 이하 '결사곡3') 속 부배가 맡은 서동마는 그야말로 '완벽남'이다. 집안부터 외모, 몸매, 업무 능력, 거기에 사랑꾼 면모까지. 부배 표 서동마가 완성됐다.

'결사곡3'은 임성한 작가 복귀작인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최종장이다. 라디오 방송국 PD 사피영(박주미), 라디오DJ 부혜령(이가령), 라디오작가 이시은(전수경)이 의사, 변호사, 교수란 직업의 남편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다 순식간에 찾아온 불행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부배가 맡은 서동마는 사피영의 재혼 상대이자 그를 향해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SF전자의 차남이다. 시즌 1,2에선 박해륜(전노민)과 불륜을 저지르는 남가빈(임혜영)의 전 연인으로 등장해 그를 흔들었다. 이어 시즌3에서 남가빈과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는 듯 보였으나, 서동마는 돌연 사피영에게 빠진다.

주인공 사피영의 남편이 된 서동마 덕분에 부배의 분량 역시 대폭 늘었다. 이에 대해 부배는 "시즌3 5회부터 제 분량이 훅 늘어났다. 그땐 단순히 '분량이 많아지는 건가' 싶었는데 6부를 받아보니 너무 많더라"며 "처음엔 대사량이 너무 많아서 '멘붕'이 왔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외워야 하는지 부담감이 있지만, 철저하게 실수 하나 없이 연습해서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훌쩍 늘어난 분량 탓에 '서동마' 캐릭터를 더욱 단단하게 구축해야 했다. 시즌 1,2에선 전 연인을 흔드는 인물 정도였다면, 시즌3에서는 비명 소리 하나만으로 사랑에 빠져 구애를 시작하는 '불도저남'이 돼야 했다. 부배는 "저도 처음엔 대본을 받았을 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갑자기 비명 소리를 듣고 사피영한테 빠지는 그 장면들이 시청자분들이 봤을 땐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 사피영과 골프장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비명 소리를 듣고 '이게 진짜 사랑인가'하면서 훅 들어갔던 것 같다. 백지상태에서 그 소리를 듣고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동마의 감정선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그를 이해해야 했다. 부배는 "이 완벽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러웠다"며 "남가빈에 대한 미안함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땐 완벽한 남자라 대본을 봤을 때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내적인 부분부터 스타일링도 심혈을 기울였다. 극 중 서동마는 가장 노출씬이 가장 많은 인물이다. 부배는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한다. 촬영이 있어도 매일 하루도 안 빠지고 운동을 했다. 그중에서도 시즌3에서는 유독 벗는 장면이 많아서 촬영하는 동안 3개월 내내 식단관리를 했다"며 "시즌3에선 분량도 많았고, 노출 장면도 있어서 식단 관리를 하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서동마의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또 다른 하나는 의상이다. 슈트 의상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하고, 스타일리스트와도 상의해서 완벽한 슈트핏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며 "대부분 의상을 제작했다. 비주얼적으로 완벽함을 보여드리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결사곡3 부배 인터뷰 / 사진=스케치이엔엠 제공


완벽해 보이는 서동마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사랑하는 사피영이다. 서동마는 사피영을 위해 후크 선장부터 산타클로스 분장까지 거침없이 망가진다. 부배는 "촬영할 땐 저나 스태프들이 그런 반응일 거라곤 전혀 예상 못햇다. 그 장면을 찍을 땐 정말 진지했다. 근데 반응을 보니 다 웃고 계시더라"며 "사실 저는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오히려 차기작은 서동마처럼 각 잡히고 딱딱한 역할 말고 확 풀어지고 망가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1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해온 부배지만, 지금처럼 크게 인기를 체감하는 순간은 없었다. 부배는 "혼자 다닐 때도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시는 순간 실감한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6회에서 사피영과 주고받는 긴 대사 장면을 촬영한 뒤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도 생겼고, 정신적으로 강해졌다. 얻은 게 많은 작품"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예측할 수 없는 임성한 작가답게, 캐스팅 과정도 예사롭지 않았다. 부배는 "어느 날 갑자기 매니저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 임성한 작가님이 스태프들과 미팅을 하고 있는데 당장 올 수 있냐고 하시더라"며 "그 자리에서 몇 가지를 물어보신 뒤 바로 결정을 내려주셨다. 여태 연기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기분 좋은 미팅은 처음이었다. 여쭤보신 질문 중에는 '연상 연하 어떠냐'가 있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부배는 "시즌3에서 분량이 늘어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사전에 아무 말씀도 안 해주신다. 캐스팅됐을 때도 어떤 역할인지 몰랐고, 예상도 못했다. 모든 건 대본으로 통보받는다"고 설명했다.

임성한 작가와 오로지 대본으로 대화했다는 부배는 "작가님은 대본 속 지문이 엄청 디테일하다. 눈빛 하나, 행동 하나까지 섬세하다. 다른 작품은 대사만 외워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되는데, 작가님은 행동 하나까지도 외워야 했다. 여러 번 봐야 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결사곡3 부배 인터뷰 / 사진=스케치이엔엠 제공


그렇게 부배의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결사곡' 시리즈는 긴 터널을 뚫고 만난 기회였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부배는 "한국에 와서 연기를 시작하며 정말 힘든 길을 많이 걸었다"며 "회사와 문제도 있었고, 한국 사회생활도 힘들었다. 적응 과정도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부배는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해봤다"며 "열심히 하다 보면 될 거라고 믿었고, 사실 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도 항상 그랬다. 깜깜한 터널 안에서 가도 가도 끝이 없었지만, '결사곡'을 통해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은인 같은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아울러 부배는 "차가웠던 서동마가 '찐' 사랑을 만나면서 점점 바뀌어 간다. 하지만 정작 저라는 사람에 대해선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다"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여러 연기를 할 수 있고, 한 가지 이미지에 제한되지 않은 그런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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