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도전은 두렵고 위태롭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는 건,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조보아에게 '군검사 도베르만'이 그런 작품이다.
긴 생머리에 로맨스 연기를 선보이던 조보아가 달라졌다.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극본 윤현호·연출 진창규)과 만나 쇼트 커트 헤어스타일링에, 거침없는 액션 연기와 각 잡힌 군인이 된 조보아다.
'군검사 도베르만'은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도배만(안보현)과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조보아)이 만나 군대 내의 검고 썩은 악을 타파하며 진짜 군검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그동안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을 만나왔던 조보아는 '군검사 도베르만'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짧은 머리였다. 조보아는 "차우인은 변신이 필요한 캐릭터인데 기존에 제가 보여드렸던 '긴 머리 조보아'로는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았다"며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단발이 아닌 쇼트커트로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후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났는데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고 회상했다.
외적인 변화를 시작으로 차우인의 내면까지 차츰 쌓아갔다. 조보아는 "군인의 태도나 말투, 상사 앞에서 정해진 행동들에 대한 예의가 있지 않냐. 제가 그런 걸 전혀 모르다 보니 고민도 많이 했다"며 "다행히 자문을 구할 곳이 많았다. 하다 못해 상대 배우 안보현부터 스태프들이 다 군필자라 수월하게 자문을 구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조보아는 "차우인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제가 맡았던 배역들은 남자 주인공에게 의지해야 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주체적으로 스스로 악을 처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매력은 물론, 그동안 도전해보지 않았던 액션신의 존재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조보아는 "전작에서 액션 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재밌었다.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군검사 도베르만'을 통해서 액션 스쿨을 3개월 정도 다녀봤다"면서도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30점 정도다. 다음에 하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군검사 도베르만 조보아 인터뷰 / 사진=키이스트 제공
조보아가 맡은 캐릭터 차우인은 표면적으론 육군 4사단 법무실 신참 법무장교다. 다만 차우인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다. 빨간 가발을 쓰면 부캐 '레드 우인'이 된다. 차우인 대위가 법의 수호 아래 정의를 실현한다면, 레드 우인은 법은 멀리 있지만, 주먹은 가까이 있다는 인물이다. 차우인 대위가 할 수 없는 불법적인 방법들로 어둠의 수호자가 된다.
이에 대해 조보아는 "본캐와 부캐를 정반대 이미지로 구축해서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 군대 안에선 군복만 입고 틀에 박혀있어야 하고, 정해진 틀에서만 놀아야 하는 차우인과, 외부 활동만큼은 치마를 입고, 힐을 신고 액션을 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면 조금 더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보아는 "평소에 차우인이 군복 아니면 법복인데 레드 우인은 가죽 재킷 입고, 힐 신고, 남자 다섯을 때려눕히는 등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한다. 그때 작가님한테 액션신을 더 넣어달라고 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액션신과 더불어 법정신까지 소화해야 했다. 국내 최초 군 법정물인 '군검사 도베르만'을 위해 조보아는 군인과 검사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 조보아는 "군대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를 섞어서 표현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만큼 타 작품을 많이 참고한 적이 없었다"며 "제가 그려낸 차우인의 말투나 행동들은 군대 드라마들로부터 배웠다. 다만 우리나라 법정에선 그렇게 동선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 드라마에선 재미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러 동선을 많이 주고, 피고인과 다툼도 격렬하게 하려고 했다. 현실적이진 못했지만 조금 더 자극적이고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군대와 법정을 소재로 하는 만큼 다소 딱딱해질 법도 하지만, 여기에 로맨스를 적절히 배치했다. 다만 극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아주 미세한 로맨스였다. 조보아는 "배우들과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 중 하나가 작품에서 군대와 법정을 배경으로 사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자칫 로맨스가 잘못 꼈다간 목적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며 "조심스럽게 한 회, 한 회 건드리면서 로맨스를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했다.
극 중 차우인과 안보현은 사건들을 겪으며 점차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은 마침내 마지막 회에서 입맞춤을 나누며 확인한다. 전우에서 연인 연기까지 해낸 조보아는 상대 배우 안보현에 대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저를 리드해줬다. 현장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줬고, 제 캐릭터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생각해줬다"며 "서로 믿고 의지하는 부분이 커졌기 때문에 시너지가 날 수 있었다. 일할 때 현장이 편해야 서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데 그만큼 최고의 현장이었던 것 같다"고 애정을 표했다.
또 다른 상대 배우는 대선배 오연수였다. 오연수가 맡은 노화영은 창군 이래 최초의 여자 사단장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노화영은, 차우인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사이코패스적인 인물이다. 차우인과 노화영은 끝없이 대립하며 극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조보아는 오연수와 호흡에 대해 "대기하면서는 '하하호호' 웃으시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노화영 그 자체가 되시더라"며 "'워맨스' 작품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현장에서 오연수 선배와 머리스타일도 비슷하고, 함께 군복을 입고 있다 보니 주변에서도 '워맨스 케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다른 현장에서 조금 더 친한 역할로 출연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검사 도베르만 조보아 인터뷰 / 사진=키이스트 제공
외형부터 내면까지, '군검사 도베르만' 차우인은 조보아에겐 모든 것이 첫 시도였다. 조보아는 "아마 무의식 중에 변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비슷한 캐릭터보다는 계속 도전하고 싶었다"며 "끝나고 보니 아쉬움도 크다. 그래도 제가 변화를 시도하고자 했던 많은 노력들을 시청자분들이 봐주셨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고 아직도 설렌다. 결과에는 행복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조보아는 "인생이 100개의 계단이라면 매년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배우로서 10층에 오른 거다. 아직도 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았다. 꾸준히 조금씩 딛고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조금 더디지만 매 순간 열심히 작품을 하다보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조보아는 "'군검사 도베르만'은 제 삼십 대 시작을 함께한 작품이다. 이전까진 철부지나 어린 역할을 했다면 이번엔 제대로 성숙한 어른 연기를 첫 시도한 것 같다"며 "아직은 미숙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저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새로운 시작의 막이 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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