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오연수의 배우 인생 34년에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됐다. 신인의 마음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는 오연수의 나이는 숫자, 연기를 향한 마음이 진짜였다.
1989년 MBC 1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오연수는 어느덧 데뷔 34년 차를 맞았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아들과 딸' '복수혈전' '내일을 향해 쏴라' '눈사람' '주몽' '달콤한 인생' 등 내로라하는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국민 배우 오연수는 tvN '군검사 도베르만'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했다.
'군검사 도베르만'(극본 윤현호·연출 진창규)은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도배만(안보현)과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조보아)이 만나 군대 내의 검고 썩은 악을 타파하며 진짜 군검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2월 28일 첫 방송된 '군검사 도베르만'은 5.3%(닐슨코리아, 이하 유료 가구 기준)으로 출발해 마지막 회에선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1%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오연수는 "그동안 드라마를 하면 웬만해선 10%가 나왔다. 그래서 '군검사 도베르만' 잘 나왔다고 하길래 가늠이 잘 안 됐다"며 "사실 시청률에 대한 실감을 잘 못했다. 그런데 요즘엔 10% 시청률을 넘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TV를 통해 작품을 처음부터 보는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구나 싶어서 실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연수는 극 중 창군 이래 최초의 여자 사단장이 된 노화영을 맡았다. 육사 출신 노화영은 남자 동기들 보다 먼저 양 어깨에 별을 달았다. 다만 그가 그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피를 봤다. 그럼에도 노화영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무엇보다 '노화영' 캐릭터는 오연수 인생에 있어 첫 악역이다. 오연수는 "섭외가 왔는데 캐릭터가 너무 좋더라. 제가 데뷔 30 몇 년 만에 이렇게 악역을 해본 적 없었다"며 "앞으로 제 나이 또래에 '누구 엄마' '누구 와이프' 이런 캐릭터들을 할 수 있지만, 노화영 같이 강한 여성 캐릭터를 못해볼 것 같아서 너무 멋있고 마음에 들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첫 도전에 따른 우려도 있었다. 오연수는 "대중들이 볼 땐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았다. 저 역시 스스로의 모험과 도전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는 잘 됐고, 이전과 같은 캐릭터에 도전했다면 무난했을 텐데 제 자신도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인생 첫 악역 도전을 준비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우선 외형부터 완벽히 '노화영'이 돼야 했다. 오연수는 "정말 예쁘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머리도 군인 같이, 가르마, 구레나룻도 기르고, 군복도 한 치수 크게 입었고, 화장도 거의 안 했다"며 "마지막 회 교도소 장면에선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머리도 정돈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외형을 만든 뒤엔 노화영의 내면을 쌓아갔다. 소위 군대 말투로 불리는 '다나까'부터 경직된 표정과 낮은 목소리 톤까지 완성했다. 오연수는 "감독님이 제가 평소에 말하는 톤과 다르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톤을 잡고, 군대 용어들과 '다나까' 말투를 썼다"며 "여기에 사이코패스적은 면을 부각하기 위해 안 쓰던 안면근육을 동원하면서 야비하고, 못돼 보일 수 있는 표정도 섞어봤다"고 설명했다.
군검사 도베르만 오연수 인터뷰 / 사진=tvN 제공
경력이 쌓인 만큼, 온전히 자신의 능력치를 믿을 법도 하지만 오연수는 끝없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노화영'을 만들어갔다. 오연수는 "제가 그동안 연기했던 것들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며 "시청자분들 중에 '이 사람 어디서 본 사람인데? 연극배우인가'라는 반응을 보인 분이 있었다. 저한텐 그게 너무 칭찬 같았다. 그걸 원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연수가 완성해낸 노화영은 그야말로 '악(惡)' 그 자체였다.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 후배의 다리를 직접 자르고, 아들 노태남(김우석)에겐 실수류탄을 쥐게 한다. 다소 수위 높은 장면들도 있었지만, 오연수는 "촬영하면서 이런 역할을 안 맡으면 언제 제가 다리를 자르고 죽여버리겠냐"고 웃음을 보였다.
무엇보다 노화영은 하나뿐인 아들 노태남에게 한없이 냉정하다. 노화영 인생에 있어 노태남은 성공을 향한 여정의 아킬레스건이다. 모성애가 결여된 노화영은 노태남을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학대하며 자신의 장기말로 만든다.
이에 대해 오연수는 "저는 실제로 모성애가 너무 많아서 주변에서도 말할 정도다. 그런데 모성애 없는 역할을 하려니 너무 힘들더라"며 "촬영할 땐 태남이한테 사랑을 많이 못 줬지만 현장에선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작품을 마친 오연수의 속마음은 어떨까. 오연수는 "악역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기 때문에 '진짜 악역이네'라고 할 정도로 악랄하기 바랐다. '모 아니면 도'이길 바랐고, 뜨뜻미지근한 건 싫었다"며 "감독님한테도 제가 밖을 돌아다닐 때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악랄해요'라고 할 정도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근데 워낙 캐릭터 자체가 악랄해서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34년 만에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페이지를 새겨 넣은 오연수는 "8년 정도 쉬다가 안방극장에 복귀했기 때문에 첫 단추를 새로 끼운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며 "신인의 자세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조보아, 안보현을 보며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 연기 인생에 제2의 시작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청자들을 향한 인사도 덧붙였다. 오연수는 "'군검사 도베르만'이 군대에서 일어는 비리들을 건드리며 사이다처럼 해결해나가는 장면들이 많았다"며 "이 작품을 계기로 군대 내 부조리들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오연수는 "향후 드라마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 시청자분들을 만날 수도 있다. 예능일 수도 있고"라며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꾸준히 모습을 드러낼 테니, 분량이 적을지라도 임팩트 있는 역할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예고했다.
군검사 도베르만 오연수 인터뷰 /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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