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다. 쓴 것이 다 하면 단 것이 오는 것처럼, 길고 긴 터널 끝에 만난 기회는 지영산에게 쨍한 햇볕이 됐다.
신선한 얼굴, 어쩌면 낯선 얼굴이다.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 TV조선 토일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3'(극본 피비·연출 오상원, 이하 '결사곡3')에 지영산의 중간 합류는 스스로에게 도전 그 자체였다.
'결사곡3'은 라디오 방송국 PD 사피영(박주미), 라디오DJ 부혜령(이가령), 라디오작가 이시은(전수경)이 남편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생활 중 닥쳐온 예기치 못한 불행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영산은 극 중 사피영의 남편이자 신경정신과 병원장 신유신 역을 맡았다. 외모도, 능력치도 '만렙'에, 아름다운 아내 사피영과 슬하에 딸 지아(박서경)까지 둔 완벽한 모습이지만 결국 그는 아미(송지인)와 불륜에 빠지며 몰락하게 되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신유신 캐릭터는 지난 시즌 1,2에선 배우 이태곤이 연기했다. 다만 시즌3을 앞두고 이태곤이 하차를 결정하며, 오디션 과정을 거쳐 지금의 지영산 표 신유신이 탄생하게 됐다.
이에 대해 지영산은 "지난해 9월 한 달간 오디션을 봤다. 제가 살면서 본 가장 긴 오디션이었다. 매주 임성한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다. '이걸 해 올 자신이 없다면 나타나지 마'라고 하셨는데, 그걸 안 할 배우가 어디 있겠냐"며 "아마 선생님이 시즌3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신유신 모습을 저에게서 봐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결사곡' 시리즈는 이미 '임성한'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날만한 작품이었다. 특히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명 생활을 거쳐온 지영산에겐 더욱 간절했고, 매 순간이 기회였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던 순간이 언급되자 지영산은 "혹시 너무 좋아서 위가 꼬인다는 느낌을 받아보신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9월 마지막 오디션 때 제가 못하면 다음 주에 절 안 부르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때 보여드리고 나서 선생님이 '오케이' 하시더라. 잠깐 나가있으라고 하신 뒤 회의를 하고 다시 부르셨는데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펑펑 울었다"며 "집에 오는 길에 운전하는데 너무 좋아서 위가 꼬이더라. 정말 드라마 같은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결사곡3 지영산 인터뷰 / 사진=퀀텀이엔엠 제공
다만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받다 보니 매 순간이 고민의 연속이었다. '결사곡' 속 신유신을 그대로 살리되, 자신만의 느낌을 한 스푼 첨가해야 했다. 지영산은 "초반부엔 정말 욕을 많이 먹었다. 제가 시즌 1, 2는 시청자 입장에서 봤고, 시즌3에서는 배우로 합류하게 됐다. 보시는 입장에서 이질감이 굉장히 컸을 것"이라며 "시즌 1, 2에서 신유신이 모든 걸 가진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다면, 시즌3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 대가를 어떻게 받을 지 표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덤덤한 척하려 했지만, 현장 분위기와 시청자들의 반응으로부터 무감각해질 순 없었다. 지영산은 "너무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다 보니 임성한 선생님도 제가 할 수 있는걸 못 하게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물론 시즌 1, 2에서 그분(이태곤)이 했던 신유신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 분위기를 최대한 갖고 가고자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초반부엔 조금 엇나가며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면 보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울 걸 알기 때문에 그걸 유지하고자 하는 게 목표였다"고 이야기했다.
양 어깨에 부담감을 짊어지고 출발했던 지영산은 극이 전개되며 차츰 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지영산은 "이건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을 먹는 상황이라 임성한 선생님이 정말 많은 걱정을 하셨다. 저 역시 멘털이 흔들리는 순간들이 있었고, 임성한 선생님이 그 포인트를 잘 아셔서 그때마다 저를 부르셨다. 선생님은 저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셨고, 지탱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시즌3에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오상원 감독도 지영산의 지원군이었다. 그는 "처음엔 제가 현장에서 눈치를 정말 많이 봤다. 촬영장에선 주눅 들어 있었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며 "하루는 촬영을 망친 날 감독님이 저를 따로 부르셔서 '네가 이걸 못 해내면 아무도 못 해낸다. 나는 너가 해낼 걸 믿는다. 그러니 너도 널 믿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그 순간부터 마음속 짐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덕분에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버팀목이 된 건 상대배우 송지인이었다. 지영산은 "송지인과 제일 많이 붙어서 촬영했다. 송지인은 촬영 현장에서 제일 밝고, 가장 '엄지 척'을 받는 사람"이라며 "한 번은 제가 '이런 걱정이 있다'고 말하니까 본인이 시즌 1, 2 때 겪었던 부담감과 걱정을 얘기해주더라. 같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너무 많은 의지를 했다. 동시에 미안한 부분도 있어서 고맙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린 '결사곡3'은 지영산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지영산은 "제 인생에 있어 첫 주연 작품이다. 10년의 무명 시간을 이겨내고 만난 뜻깊은 작품"이라며 "초반엔 욕도 많이 먹었지만 후반부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16부 작품을 통으로 해본 건 처음이라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함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좋은 소식들도 들려왔다. 지영산은 '결사곡3'을 촬영하며 현 소속사 퀀텀이엔엠을 만나게 됐다. 그는 "'결사곡'을 통해 너무 좋은 팀을 만나게 됐다. 이 작품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게 됐고, 좋은 사무실과 계약을 하게 됐다"며 "향후 휴식기를 가지는 게 아니라 조금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 같아서 굉장히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지영산은 "'결사곡3'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초반엔 욕도 많이 먹었지만, 후반부에 저를 신유신으로 받아들여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하다"며 "임성한 선생님 덕분에 행복하게 현장에 있을 수 있었고, 덕분에 좋은 소속사도 만났다. 제가 '결사곡'에 함께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영광이었다"고 인사했다.
결사곡3 지영산 인터뷰 / 사진=퀀텀이엔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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