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그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꽃길이었음을.
가수 윤지성이 복잡하고 어려운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이들에게 우리들만의 꽃길을 그려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 '미로 (薇路)'로 돌아왔다.
'미로'는 2019년 2월 '인 더 레인(In the Rain)', 2021년 4월 '러브 송(LOVE SONG)'에 이어 또다시 봄에 낸 신보다. 윤지성은 "1년 만에 가요계에 컴백하게 되는 거라서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제가 의도치 않게 계속 봄에 앨범을 내고 있다. 작년에는 '지성이면 감성'을 밀었는데 올해는 봄의 아이돌이란 의미에서 '스프링돌'을 노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로'는 윤지성의 팬덤명 후보 중 하나였다. '밥알' '동화' '미로' 중 '밥알'이 낙점되면서 '동화'로 이미 곡을 냈고, 이번에는 '미로'로 앨범을 낸 것. 윤지성은 "'동화'는 입대하면서 팬송으로 전해드렸고, '미로'에 맞춰서 곡을 구상하다가 곡보다는 앨범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서 '장미 미(薇)'에 '길 로(路)'를 쓴 '미로'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윤지성이 '미로'에 담고 싶은 메시지는 뭉클했다. 그는 "삶이 힘들고 복잡할 때가 있지 않나. 저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너무 하늘만 보고 달려서 내가 밟고 있는 길이 꽃길인지 돌길인지 분간을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꽃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앞만 보고 달렸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거다. '내 삶이 복잡한 미로같을 지라도 괜찮다. (장미)미로니까' 그런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타이틀곡은 윤지성이 데뷔 후 처음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한 '블룸(BLOOM)'이다. 윤지성은 "작사하면서 머리가 너무 아팠다. '왜 음절이 안 맞나' '왜 단어가 안 맞나' 고민했는데 나중에 녹음 다 끝나고 들으니까 '고생했다. 눈물 한 방울 또르륵'까지는 아니고 마음이 좋았다. 가수는 항상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열의가 있다. 이 앨범이 '완성도가 있어서 드립니다'는 느낌보다는 '저는 만족은 하지만 저는 앞으로 이렇게 작업해보고 싶어요. 한번 제 입봉작 봐주세요'에 가깝다"고 전했다.
자작곡은 윤지성이 군대에서 버킷리스트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일들 중 하나다. 연예인으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군용수첩에 하고 싶은 일들을 빼곡히 적어놨다고. 그는 "군대에서 시간이 너무 많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유기동물 키우기, 자작곡 내기, 콘서트 하기, LA 놀러가기, 해외 있는 밥알들 만나기 등등이 있었다. 많은 것들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고 있다. 굳이 LA를 적은 이유는 워너원 때 처음으로 외국 나간 게 LA '케이콘'이었다. 너무 좋았는데 공연하느라 즐기질 못했어서 LA의 감정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종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던 윤지성은 그에게 찾아온 '돌길'을 묻는 질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돌길'을 걷는다고 느꼈다는 윤지성은 "힘들어서 많이 울었다. 개 산책시키면서도 울고 녹음을 취소하기도 했다"며 "그동안 제가 쉼 없이 일을 했다. 군대 전역하고 나서 바로 그 달에 팬미팅하고 앨범 내고 드라마 찍고 뮤지컬 하고 그 와중에 워너원 활동도 했다. 근데 워너원 활동 당시 댓글에 '윤지성 (군대) 휴가 중에 무대하는 거냐. 왜 머리가 기냐. 가발이냐'는 댓글이 있더라. 너무 충격을 받았다.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열심히 사는데 왜 모르지? 내가 TV 안 나와서 그런가. 난 지금까지 뭐한 거지?' 매너리즘에 확 빠진 거다. 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감정이었다. 워너원만큼의 대중의 인기가 그립다는 건 아니고 '윤지성으로 열심히 살았는데 모르는구나' 싶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깊었던 수렁에서 그를 건져준 건 반려견 베로였다. 집에 틀어박히고 싶어도 산책을 위해 밖으로 나갔고, 그러다 보니 기분이 어느 정도 환기됐단다. 윤지성은 "사실 지금도 다 이겨낸 것 같진 않다. 거짓 이겨냄에 속았더라. 괜찮은 줄 알았다. '역경 딛고 일어섰어. 스케줄 다 잡아' 했는데 그 전처럼 받아들여지지가 않는 거다. 지금도 역경을 딛고 일어났다기 보다는 '괜찮아.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어'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괜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심적으로 불안하고 힘들었던 상황이었음에도 그 마음을 역설적으로 더 예쁘게 표현해 슬픔을 승화하고 싶었다는 그다. 그 마음은 장미처럼 향기로운 '미로'로 활짝 피어났다.
윤지성은 "저는 항상 이지리스닝을 추구한다. 제 음악들을 들어보시면 세계관 이어지는 것도 없다. 편안하게 산책하는 길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 드라이브하면서 항상 곁에 있는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중에 제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지났을 때 이지리스닝을 남긴 가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힘이 돼 준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윤지성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힘들었지만 밥알들과의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 책임감을 지켜내고 싶다. 이 앨범이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수록곡들도 가사가 다 좋다. 길을 잃었을 때 지침석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노래를 불러주는 윤지성 같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앨범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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