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배우 설경구가 사회에 질문을 던졌다. 학교 폭력의 암울한 민낯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치게 한다.
최근 설경구는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27일 개봉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제작 더타워픽쳐스, 이하 '니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니 부모'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설경구는 극 중 학폭 가해자인 강한결(성유빈)의 아빠이자 변호사 강호창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설경구와 김지훈 감독이 재회했다. 두 사람은 2012년 개봉된 '타워'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지훈 감독은 직접 설경구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며 또 한 번의 호흡을 제안했다.
설경구가 작품에 이끌린 건 '강렬함' 때문이었다. 이전에 보지 못한 강렬한 제목과 시나리오 내용에 호기심이 일었다고. 또 전작인 '타워'와는 다른 느낌의 시나리오에 마음을 빼앗겼다.
'니 부모'는 학폭(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다. 여기에 가해자 부모의 시선을 다루며 차별점을 뒀다. 실제 자녀를 둔 설경구는 현실감 있는 부성애를 연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다만 부모라는 역할을 녹이기보다는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했단다. 그는 "제가 부모라는 포지션이 있지만 '만약 나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오로지 주어진 상황 등에 충실하려고 했다. 그 상황에 저를 대입하려고 하진 않았다"고 했다.
물 흘러가듯 힘을 뺀 연기력을 빛을 발했다. 가해자 부모의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보여주며 관객의 공분을 자아내게 했다. 이와 관련해 설경구는 "가해자, 피해자임을 드러내려고 하진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상황들이 저를 많이 커버해 준 것 같다"며 "그런 상황을 오히려 관객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드러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내적인 것을 관객이 알아줬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담한 학폭을 다루는 촬영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고. 그는 "작품 속 학폭 장면이 상당히 끔찍했다. 책임감을 느끼기보단 무능력해지고 힘이 없어졌다. 어른으로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방법도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설경구 / 사진=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컷
'니 부모'는 설경구에게 공포감을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가해자 아들을 두둔하고 지지한 강호창에 몰입한 까닭이다. 그는 "제게도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게 공포일 것 같다. 이기적인 마음으론 이런 상황이 안 닥쳤으면 좋겠다"며 "아직 머리로는 (강호창과)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상황이 닥치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공포스럽다"고 했다.
이러한 공포를 통해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치기도 한 그다. 설경구는 "학폭 문제는 꾸준히 있었던 일들이고 강도가 더 세지면 세졌지 나아지지 않았다"며 "영화 하나가 문제를 바꿀 순 있지 않겠지만 계속 건드려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영화에서는 '가해자 부모들이 용서받을 기회조차 없애버렸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걸 보며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들과 교감하며 커가는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학폭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5년 전 제작돼 여러 이유로 개봉이 연기됐지만 '니 부모'의 이야기에 과거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설경구는 "작품의 만듦새를 떠나 현재도 진행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다. 학폭이 과거 일들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때문에 더 와닿는 것 같다. 지금 더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제 설경구의 몫은 끝났다. 작품을 해석하고 판단할 몫을 관객에게 넘긴 그다. "저희 영화는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거냐' 묻는 작품이라기보단 괴물, 악마가 되고 있는 부모를 고발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러한 고민을 공유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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