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계절은 돌고 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 있으면 생명이 움트는 봄도 있다. '봄날'에도 이러한 흐름이 담겼다. 봄날의 훈풍을 기다리는 겨울 끝자락의 이야기, '봄날'이다.
영화 '봄날'(감독 이돈구·제작 엠씨엠씨)은 한때 잘나갔지만 현재는 집안의 애물단지인 철부지 형님 호성(손현주)이 아는 인맥 모두 끌어 모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부조금으로 한탕 크게 벌이려다 수습불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호성의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슬픔에 젖은 가족들과 달리 호성에겐 감정의 동요조차 없다.
호성은 기계적인 곡소리를 내며 상주 노릇을 한다. 조문객 대부분은 과거 호성과 함께 일을 했던 깡패들이다.
아버지가 떠났음에도 호성은 여전히 철이 없다. 장례식장에서 더 큰 돈을 모으기 위한 계획을 짠다. 그러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며 장례식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과연 호성은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장남으로서, 가장으로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주인공 호성은 살얼음이 이는 겨울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하다. 과거 조폭으로 활동하던 그는 살해 혐의로 징역살이도 했다. 장례식장에서는 철부지 같은 모습도 보인다. 가족들은 그가 안타깝지만 원망스럽기도 하다.
표정마저 차갑다. 겨울에 어울리는 설정이다. 희로애락을 확인할 수 없고 그저 딱딱하기만 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겨울에서 벗어나 '봄날'을 향해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를 따스한 곳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가족이다. 작품은 이러한 호성의 내면을 알 수 있도록 관객들을 이끈다. 살해 사건과 관련한 호성의 트라우마를 조명하는가 하면 호성이 장례식장에서 돈을 불리려 했던 이유도 공개한다.
자세히 볼수록 매력이 많은 작품이다. 호성의 차가운 모습에 가려져 있던 내면이 등장하며 관객을 동요시킨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의 행동들이 왠지 모르게 납득이 간다. 감정의 변주가 크지 않지만 존재감만은 매섭다.
공간적 배경도 끝자락에 걸쳐 있다. 인생의 끝자락인 장례식장에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다. 좁지만 강한 힘이 있다. 한 가족의 인생사와 이를 그리는 배우들의 열연이 가득 차 있다.
'봄날'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멀리서 보면 한파인 듯하지만 사실 입춘이다. 위로를 전하는 듯해 여운도 남는다. 추위에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이들에게 '봄날'이 머지 않았다 말하는 듯하다. 차가움 속에 따스함이 있는 '봄날'은 오늘(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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