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공기살인'만큼 무서운 죽음이 있을까. 원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은 어떤 것보다 깊다. 때문에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 '공기살인'이다.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제작사 마스터원엔터테인먼트)는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의사 정태훈(김상경)의 아내 한길주(서영희)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정태훈의 6살 아들 민우가 급성 간질성 폐질환에 걸려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정태훈은 아내와 아들이 같은 병에 걸린 것으로 보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아내의 시체를 부검한다. 그는 납득 불가 수준으로 딱딱하게 굳은 폐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이후 정태훈은 처제이자 검사 한영주(이선빈)와 함께 호흡기 질환 환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들이 모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대기업 오투에서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 물질이 포함됐지만, 진상규명은 쉽지 않다. 오투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다 사건을 덮으려는데 급급하다.
여기에 진술을 하기로 한 피해자들이 돌연 입장을 번복하고 아들의 상태도 위독해진다. 과연 정태훈은 아들을 살려내고 한영주와 모든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공기살인 스틸컷 / 사진=TCO더콘텐츠온 제공
'공기살인'은 2011년 실제 국내에서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을 다뤘다. 소비자가 받을 피해를 알면서도 이윤을 쫓은 기업, 이유도 모른 채 생명을 위협받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사건에 대한 심각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점이 돋보였다. 독성 물질 PHMG 조사, 재판 진행, 피해자 진술 확보 등의 사건 규명 과정을 자세히 풀어낸 것이 그 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개연성 면에선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슬픔'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영화는 실제 벌어진 참사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자칫 뻔한 신파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영주란 캐릭터로 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또한 적당한 위트와 통쾌함으로 영화의 무게감은 덜고, 사회 고발이란 메시지도 전달한다.
여기엔 한영주를 연기한 이선빈의 열연이 한몫했다. 피해자 편에 선 법조인으로서 힘 있는 목소리가 몰입도를 더했다. 정확한 발음 구사력 덕분에 대사 하나하나가 귀에 박혔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모습은 통쾌함도 선사했다.
김상경의 연기도 진중했다. 기업의 부정부패를 알리고자 고군분투하는 정태훈의 모습은 피해자의 절박함을 대변했다.
'공기살인' 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그렇기에 결코 잊어선 안 되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임을 재차 강조한다. 소비자의 진정할 알 권리를 역설하고 기업을 향해 경고장을 날린 '공기살인'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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