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변주란 배우에게 주어진 과제와도 같다. 매 작품에서 이미지 변신과 색다른 매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배우 천우희에게 해결하지 못할 과제란 없다. 새로운 모습과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 그다.
천우희는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했다. 이후 '써니' '한공주' '곡성' '우상' '버티고',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았다.
전작에서 주로 학생, 사회초년생 등 이미지로 활약했던 그가 이번엔 성숙한 앵커로 변신했다. 바로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제작 인사이트필름)를 통해서다.
'앵커'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 중 천우희는 9년 차 전문 앵커 세라 역을 맡았다.
새로운 도전은 천우희의 구미를 당겼다. 이는 작품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그는 "그간 사회초년생 역할만 했는데 앵커라는 직업이 흥미로웠다"며 "제 연차가 쌓일수록 제 직업에도 경력이 생기고 있는데 연기로서 표현해봐도 좋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라의 경력은 9년 차다. 세라의 관록을 녹이기 위해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워야 했다. 천우희는 "앵커의 발성, 속도, 자세, 표정 전달하는 방식 등을 다 배웠다"며 "다리미로 핀 듯한 표정, 중립적이고 신뢰적인 이미지도 보여줘야 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전문직인 직업군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최대한 제대로 하려고 했다"며 "이전에는 (뉴스에서) 사건, 사고에 대한 정보만 들었다면 이제는 앵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더라. 방송사 아나운서의 특성과 장단점을 보게 되면서 제가 얻을 수 있는 건 얻고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외적으로도 전문 직업군의 성숙한 모습을 강조하려 했다. 그는 "길러왔던 머리를 짧게 잘랐다. 단발머리로 작품을 하는 건 처음이었어서 저도 신선했다"고 밝혔다.
내면 연기를 위한 단추도 빈틈없이 채웠다. 성공을 향한 강박과 불안을 가진 세라는 복잡하고도 극단을 오가는 감정선을 보이는 인물이다.
천우희가 이러한 심리를 표현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은 '조화'다. 작품의 장르적인 부분과 세라의 심리 표현이 결이 맞도록 연기하려 했단다. 그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선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또 최대한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감정선의) 기승전결을 그래프로 그려놓고 이를 현장에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림적으로 작위적일 수 있을 정도로 명확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극이 가지고 있는 인물의 몰입도도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극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그는 "감정의 피치선이 높다 보니 꽤나 에너지 소모가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러나 오히려 시간적인 압박감이 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품에서는 세라와 엄마 소정(이혜영)의 관계에도 초점을 맞춘다. 모녀간의 '애증'을 보여 주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천우희는 세라와 소정과의 관계에 대해 "영화로 보여지다 보니 극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보여질 수 있지만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모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증 관계가 있지 않냐. 정말 사랑하지만 내게 힘든 존재기도 하다"며 "세라가 트라우마를 갖게 된 원인은 결핍과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엄마한테 사랑받으려는 애정 욕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보편적인 세라에게 공감하며 연기를 펼친 천우희다. 그는 "인물을 구축하는 데 어렵다기보다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며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한 모습이었다. 내 꿈, 욕망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입되거나 사회가 만든 욕망일 수 있다. 이를 두 사람이 서로서로 쌓아갔다고 생각해서 더욱 부수기 어려웠던 것처럼 보였다"고 언급했다.
천우희는 '앵커'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완수했다. 또 성숙함이란 새 얼굴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스스로가 느끼는 성장 지점이기도 하다.
천우희는 "상황적인 압박감을 이겨내고 나름의 방법으로 활영해서 잘 마무리했다"며 "그 점이 성장한 듯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개봉이 돼야 알겠지만 저로서는 새로운 전문직 여성으로서 프로다운, 또 성숙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납득시키고 싶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제가 성숙해졌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