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굿샷! 짝짝짝!"

선수들의 티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할 때 마다, 티잉 그라운드 주변에 있던 갤러리들이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도 가벼운 인사로 팬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지난 2년간은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1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6628야드)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8000만 원) 1라운드가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2021년 4관왕 박민지의 첫 출격, 김세영, 유소연 등 해외파들의 출전, 신설대회 초대 챔피언 경쟁 등 다양한 이슈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끈 주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갤러리 입장 허용이었다.

지난 2년간 다른 프로스포츠가 그랬듯, KLPGA 투어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에 시달렸다. 2020년에는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늦은 5월에서야 새 시즌 개막전을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갤러리 입장은 언감생심이었다. 2021년 초반 갤러리 입장 허용이 추진됐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무산됐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전체 좌석 중 일정 비율의 관중을 받기도 했지만, KLPGA 투어에서는 2021시즌이 끝날 때까지 꼬박 2년간 무관중 경기가 진행됐다.

코스에서는 선수들이 외로운 경기를 펼쳤다. 갤러리들의 응원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나친 고요함은 선수들의 집중력에는 도움이 됐었을지는 몰라도,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갤러리들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방법은 TV밖에 없었다. 박민지의 한 시즌 6승과 시즌 최다상금 신기록도, 장하나의 통산 상금 50억 원 돌파도 모두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KLPGA 투어는 갤러리 입장 허용을 다시 논의했고,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이 처음으로 갤러리를 수용하는 대회가 됐다. 조용했던 코스에는 다시 활기가 가득찼다.

이날 대회장에는 700명의 갤러리가 찾았다. 평일인데다 오전에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여러 차례 대회장을 찾았다는 한 갤러리는 "그동안 TV나 인터넷으로만 경기를 봐서 아쉬운 기분이었는데, 오랜만에 직접 현장을 찾으니 남다른 기분"이라면서 "특히 최근에 프로로 넘어온 선수들은 실제로는 처음 본다. 더 반갑다"고 경기장을 찾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마 주말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 같다. 나도 주말에도 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선수들도 갤러리들과의 만남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박지영은 "2년 만에 갤러리들이 오셨는데, (갤러리들의) 반응을 보며 내가 잘쳤는지 못쳤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셔서 재밌게 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유소연은 "LPGA 투어는 갤러리 입장을 먼저 허용했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KLPGA 투어 선수들은 조금 어색했을 것 같다"면서 "많은 분들이 와서 응원을 해주셔서 추웠지만 더 힘낼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갤러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홀인원의 기쁨을 맛본 김재희는 팬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재희는 "옆에서 환호성을 해주시니 더 흥분되고 기분 좋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김재희는 갤러리 앞에서의 대회도, 홀인원도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한편 KPGA 코리안투어 역시 오늘부터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1/7148야드)에서 펼쳐지는 2022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4000만 원)에서 갤러리를 수용했다.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갤러리 입장을 허용한 것은 지난 2019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이후 915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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