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윤상정은 단단했다. 조금 더 나은 연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성장했다. '사내맞선'은 그런 윤상정에게 또 다른 배움이 됐고, 그의 매력을 알려준 작품이 됐다.

최근 윤상정은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 종영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상정은 2018년 웹드라마 '짧은대본'으로 본격적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롤러코스터 리부트' '작가실종사건' '너는 나의 봄' '그 해 우리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차분히 연기 실력을 쌓아오던 그가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사내맞선'을 만나면서부터다. '사내맞선'은 얼굴 천재 능력남 CEO 강태무(안효섭)와 정체를 속인 맞선녀 직원 신하리(김세정)의 오피스 로맨스다. 윤상정은 극 중 지오푸드 식품 개발 1팀 막내 사원 김혜지 역을 맡았다.

김혜지는 막내 사원이지만 선배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캐릭터다. 눈치는 없지만 특유의 밝은 성격 탓에 밉지 않았다. 윤상정은 자신에게서 혜지와 닮은 점을 찾아내 최대한 집중했다고 한다.

윤상정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땐 저와 다른 구석이 눈에 띄었다. 혜지는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바로 말하는데, 저는 말하기 전에 고민을 거듭한다"며 "하지만 혜지는 팀에서 재밌는 캐릭터다. 남 얘기를 재밌게 하지만, 누군가한테 비호감을 사는 인물이 아니다. 저 역시 친구들 앞에선 발랄하고,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준다. 이 점이 혜지와 닮은 점이었고, 혜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밝혔다.

또한 윤상정은 "사실 어떤 역을 맡아도 저와는 다른 삶을 살아오다 보니 납득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한다. 하지만 각자 사고 회로를 가졌다는 걸 인정하니 역할에 납득이 되더라"라고 덧붙였다.

특히 극 중 계빈 차장(임기홍), 여의주 부장(김현숙), 신하리 선임(김세정)와 있을 때는 혜지의 매력이 배가 됐다.

윤상정은 세 사람과의 앙상블을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촬영 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계 차장, 여 부장, 신 선임에게 어떤 인물로 어우러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혜리에게 계 차장은 조금이라도 의문이 들면 표정에 바로 드러난다. 반면, 여 부장은 혜리가 행동을 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게끔 인물, 신 선임과는 기쁜 일이 생겼을 때 함께 기뻐하고 편안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임을 파악하고 혜지를 만들어 갔다"고 전했다.

임기홍, 김현숙, 김세정은 어려운 선배가 아니었다고 한다. 윤상정은 "촬영 분위가 너무 좋았다. 촬영 전에 긴장도 많이 하는 편이고, 준비해 간 것들을 표현하지 못할 거란 걱정도 많다. 하지만 세 선배들이 먼저 다가오셨다. 질문도 많았는데 성심성심껏 답해주시고 함께 고민해주셨다"며 "선배님들의 순발력,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배우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회식 중 고기를 굽는 강태무 회장에게 '팽이버섯 타는데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 없던 대사인데, 김현숙, 임기홍 선배가 '혜지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라고 아이디어를 내주신 거다. 덕분에 혜지라는 캐릭터가 풍부해졌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주변 인물들과 녹아든 윤상정은 식품 개발 1팀과 함께 '사내맞선'의 신스틸러였다. 중심인물들의 로맨스와 달리 회사 생활의 재미 요소를 보여주며 공감을 안겼다. 실제 회사 생활 경험을 녹여냈고, 회식 장면에선 술에 취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연기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들도 많다. 윤상정은 "내가 의도한 대로 보였을까 싶은 아쉬움이다. 특히 술 취한 연기를 할 때 술에 취한 척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잘할 수 있는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부족했기에 더욱 다시 만나고 싶은 '사내맞선'이다. 그는 "배우로서 좀 더 성장해서 지금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과 현장 스태프, 감독님을 다시 뵙고 싶다. 촬영할 때 의지를 많이 해 깊이 남은 것 같다"며 "다시 만난다 해도 혜지를 선택하고 싶다. 현재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상정은 고등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지만 대학교에선 법학부를 전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학문에 호기심이 많다. 앞으로의 연기 생활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다양하게 공부 중"이라고 전했다.

다부진 연기를 위해 성장의 시간도 갖고 있다고 한다. 윤상정은 "아무래도 원하는 작품을 만나기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시간을 연기 공부, 훈련에 쏟는다. 바로 작품에 들어가지 않아도 잘 버틸 힘이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더 잘 해내야겠단 생각을 떨쳐내고, 여유를 갖고 즐기면서 재밌게 연기하고자 한다. 25살, 제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연기, 현실과 이상 사이에 고민하는 역할도 하고 싶고, 울림을 주는 묵직한 연기 등 다양한 결을 가진 작품과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윤상정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김혜수 선배님이 제 롤모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저 또한 매 작품마다 역할을 자기 만의 것으로 만드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며 "또 실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로 보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