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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에 탄 소녀', 이질적인 것들의 만남 [무비뷰]
작성 : 2022년 04월 07일(목) 00:33

불도저에 탄 소녀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불도저'와 '소녀'. 이질적인 단어의 만남에는 이유가 있다. 때론 거침없고 저돌적이지만 결국엔 미성숙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녀리고 약한 소녀는 바위를 상대하는 달걀과 같다. 그렇기에 더욱 절박하고 절실한 '불도저에 탄 소녀'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제작 고집스튜디오)는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김혜윤)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현실 폭주 드라마다.

작품은 폭행 혐의로 법정에 선 혜영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한쪽 팔에 거대한 용 문신을 한 그는 어른들에게 적대적이다.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반항심만 커진다.

그런 그에게 소중한 것은 어린 동생 혜적(박시우). 아버지 본진(박혁권)과의 관계는 썩 친밀하지 않다. 돈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는 아버지에게 거친 언행을 일삼는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다. 본진이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나다 사고가 일어나 뇌사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건과 관련해 의뭉스러운 점이 많다. 혜영은 사고를 직접 파헤치다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알게 된다. 과연 혜영은 해당 사건의 규명을 파헤칠 수 있을까.

불도저에 탄 소녀 / 사진=영화 스틸컷


작품은 두 키워드로 설명이 가능하다. 바로 '불도저'와 '소녀'다. 먼저 거칠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불도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혜영은 성숙하지 못하다.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선다. 폭력과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작품 내내 화로 가득 차 있다. 무차별적으로 들이대는 불도저를 연상시킨다. 용 문신도 이러한 모습을 강조하는 장치다. 혜영은 심기가 불편하거나 화를 나는 상황에서 문신을 가리고 있던 팔 토시를 걷어올린다.

그러나 혜영은 결국 '소녀'다. 사회에 맞서 싸우고 부조리를 고발하려 하지만 연약한 모습이 부각된다. 어른들의 폭력에 무너지고 만다. 불도저라는 중장비를 이용해 보지만 큰 성과는 없다.

얼핏 보면 작품은 거칠 것만 같다. 하지만 이면은 그렇지 않다. '불도저'는 '소녀'의 절박함과 절망을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해 사용됐다. 사회 고발이란 작품의 메시지도 이를 통해 전달한다.

주연으로 활약한 김혜윤의 열연은 압도적이다. 작은 체구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 믿기 힘들 정도의 역량이다. 다채로운 감정 연기도 펼친다. 미성숙하지만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에 책임감을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딘가 성장한 듯한 혜영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사회 고발이라는 주제를 다룬 만큼 재미보단 묵직한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다. 무겁지만 미성숙한 소녀의 고군분투를 기대한다면 112분의 상영시간은 아깝지 않다. 오늘(7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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