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김태리가 그 시절 청춘들을 대변하고, 이 시대 청춘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시대가 그대의 꿈을 뺏을 지라도, "당신의 '존버'(존중하며 버티기)를 응원한다"는 김태리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는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 로맨스다. 김태리는 극 중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는 고등학생 나희도 역을 맡았다.
나희도는 한없이 낙천적이고 밝다. 시대가 꿈을 뺏을지 언정, 자신의 신념까지 꺾을 순 없다는 인물이다. 김태리 역시 "희도의 반짝반짝 빛나고 아이 같은 모습은 33살이 된 제가 지금도 가지고 있는 부분"이라며 "억지로 무언가를 연기하려고 하기보단 나오는 대로 했다. 희도는 충분히 그렇게 해도 되는 아이였고, 하얀 백지장 같은 아이"라고 자신만의 나희도를 밝혔다.
이어 "'절제'를 비우려고 노력했다. 희도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라며 "희도의 트레이트 마크 구불구불한 반 묶음 머리, 정돈되지 않은 모습들, 희도가 입는 옷들, 희도의 손목시계, 가방 하나하나 제가 마음에 드는 것들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든다. 희도라는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서 상당히 성공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나희도'를 뜻하는 단어는 바로 '순수함'이다. 김태리의 말처럼 새하얀 도화지다. 김태리 역시 "억지로 순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이 글을 잘 쓰셔서 희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말하는지 글을 읽으면서 상상이 됐다"며 "상상이 안 되는 부분들은 자연스럽게 '희도는 이렇게 말을 하겠구나'라고 와닿았다. 굳이 무언가를 더 넣으려고 한 건 없다. 대사들이 너무 순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태리는 나희도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으로 8부 엔딩 장면인 "널 가져야겠어"를 꼽았다. 당시 백이진(남주혁)을 자신의 오랜 채팅 친구 인절미로 착각한 나희도는 그를 향해 직진 고백을 날린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김태리는 "정말 어려운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돌아이' 같았다. 너무 이해가 안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배우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바보 같지 않길 원한다. 너무 이상해 보이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그걸 지양해야 한다는 걸 이 드라마를 통해 느꼈다"며 "희도는 이상하고, 바보 같은 애다. 그 바보 같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표현했을 때 예쁘고 귀여워 보이는 것이 매력포인트"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걸 최대치로 연기했을 때 희도는 가장 예쁠 수 있다. 처음엔 너무 두려웠다. 그런데 불타는 반응을 보면서 두려움이 없었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며 "희도는 사랑을 만화책으로 배웠다. 사랑은 너무 대단한 거다. '널 가져야겠어' 장면은 희도라는 인물을 너무 잘 소개해주는 한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김태리 표 '나희도'에겐 든든한 지원군도 있었다. 바로 첫사랑이자 전 연인 백이진 역의 남주혁과 라이벌이자 절친 고유림 역의 김지연(보나)이다. 김태리는 남주혁에 대해 "'주혁아 너랑 연기할 때가 제일 즐겁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연기를 되게 사랑하는 게 느껴지는 친구였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진짜 많다. 본인이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에 같이 하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태리는 김지연이 언급되자 "정말 좋은 배우가 될 거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너무 빛나는 재료를 가지고 있는 배우다. 성격이나 멘털적인 측면도 그렇고 정말 강한 친구"라며 "연기를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고민을 많이 한다. 다각도로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끝까지 생각하고 물고 늘어진다. 절대 대충 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앞서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 '1987' '리틀 포레스트' '승리호'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왔다. 특히 각 작품마다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김태리는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좋은 캐릭터를 만난 건 너무 행운이다. 타이밍이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들이 나를 원할 때 내가 못할 수도 있다.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서 고애신('미스터션샤인')이를 만나고, 숙희('아가씨')를 만난 건 너무 행운이다"라며 "조건들이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좋은 타이밍이 정말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태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각자의 청춘을 회상할, 그리고 청춘을 맞이하는 이들을 향해 "'존버'(존중하며 버틴다)라고 하지 않냐. 버티는 것의 위대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게 얼마나 대단하고, 칭찬받아야 하고, 쓰다듬받아야 하는 일인지 이제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저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작품을 버텨냈다. (과거엔) 너무 도망가고 싶었다. 주어진 것들을 더 이상 붙들고 있으면 제가 버틸 수 없어서 하나하나 내려놨다"며 "예전의 저였다면 '버티기 밖에 못했어'라며 내려놓은 것에 대한 탓을 했을 거다. '내려놓지 말고, 끝까지 잡고 있어야지'라고 했을텐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 시대의 청춘분들. 당신들이 뭔가 너무 힘들어서 진짜 버텨내는 것만 하고 있다면 그게 정말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제가 알고 있다. 너무 응원한다. 내려놓는 걸 창피해하지 말라. 버티는 게 더 대단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끝으로 김태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아직 제가 기록하고 남겨놓는 단계에 있다. 있는 그대로 사실 관계를 기록하고 있다"며 "어떤 의미로 남을 지는 좀 더 지나 봐야 알 것 같다"고 인사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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