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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꼬집은 허구연 신임 KBO 총재, KBO의 '구원 투수' 될까 [ST스페셜]
작성 : 2022년 03월 29일(화) 17:00

허구연 총재 / 사진=권광일 기자

[도곡동=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취임식부터 한국야구의 현실을 진단한 허구연 신임 KBO 총재가 달라진 KBO 리그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허구연 총재는 29일 서울 한국야구회관빌딩에서 취임식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25일 구단주 총회에서 서면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제 24대 총재로 선출된 허구연 총재는 이로써 야구인 출신 1호 총재가 됐다.

선수, 해설위원, 감독, 행정가 등을 거친 허구연 총재는 해설위원으로서 야구 팬들에게 수많은 어록을 남긴 유명인사이자 전문가다. 그간 해설위원으로서 한국 야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많은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한국 야구는 코로나19, 선수들의 잦은 일탈과 낮은 징계 수위, 국제 사회에서의 경쟁력 부족 등으로 팬심이 이탈해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에서 점점 관심을 잃어 갔다.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팬들의 유입을 장려하고 있는 타 프로 스포츠들에 비해서도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서의 취임이다. 허구연 총재도 자신의 상황을 9회말 1사 만루로 비유했다. 허구연 총재는 취임사에서 "(한국 야구에) 팬들에게 실망을 준 사건과 사고, 국제대회 부진 등 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저는 9회말 1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구원 투수"라고 전했다.

허구연 총재의 의지와 절박함은 취임사에서도 드러났다. 허구연 총재는 취임사에서 재임 기간 동안 자신의 네 가지 목표를 말했는데, 모두 한국 야구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첫 번째로 허구연 총재는 "팬 퍼스트(FIRST)로 시대의 흐름에 맞춘 디지털 기반 야구 산업화를 이루겠다. 팬들 뿐만 아니라 MZ 세대의 유입에 심혈을 기울이기 위해 MZ세대위원회를 창설하겠다"라고 전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비해 부족한 선수들의 팬서비스 인식과, 젊은 층의 유입이 없다는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했다.

허구연 총재는 "KBO 선수들이 얼마나 그동안 팬들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는지 느꼈다. 구단에서 돈을 주지만, 실제로 팬이 주는 것 아닌가. 팬이 없으면 운영이 되질 않지 않나. 선수들이 진심으로 팬서비스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중계권 문제로 뉴 미디어(유튜브)에서 경기 영상들을 볼 수 없는 점도 지적하며 "중계권을 많이 받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봐야 한다. 젊은 팬들과 함께 가야할 길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도 "힘이 닿는 한 관계자들과 함께 협력하겠다"며 빼놓지 않았다.

냉정하게 한국 야구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허구연 총재는 "사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그런데도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수준이 어디에 와 있는지 선수들이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문제점을 말하면서도 "한일전 같은 경우는 우리도 A매치를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프로야구 부흥에 대해서 허구연 총재는 "금년은 상당히 좋은 조짐이 많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1000만 관중 돌파가 쉽지 않겠지만, 10개 구단에서 100만 관중이 들어올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허구연 총재가 비유했 듯, 한국 야구는 그야말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시점에서 허구연 총재는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고, 나아갈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허구연 총재의 취임사대로 이어진다면, 절망보다 희망이 가득한 KBO 리그도 먼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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