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영화 관람료가 또 인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존 갈림길에 선 극장가가 위기 극복을 위해 차선책을 빼들었다.
25일 CGV는 "4월 4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CGV 측은 "코로나 이후 영업시간 제한과 띄어앉기 등의 제약으로 관객이 급감했고, 주요 기대작들이 개봉을 미루며 영화산업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며 “영화관 적자가 누적돼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제작 및 투자·배급 등 영화산업 생태계 전체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도래 후 세 번째 인상이다.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팬데믹 1년 차였던 2020년 10∼11월 관람료를 인상했고, 6개월 만인 지난해 4∼6월 요금을 재인상한 바 있다.
요금제 인상에 따라 성인 2D 영화 관람료는 1000원이 올라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조정된다. IMAX를 비롯한 4DX, ScreenX, SPHEREX, 스타리움 등 기술 특별관은 2000원, 그리고 씨네드쉐프, 템퍼시네마, 골드클래스 등 고급관은 5000원씩 인상된다. 무비머니(영화관람권)도 동일하게 인상된다. 단, 군인·경찰·소방공무원 및 장애인·국가 유공자 우대 요금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됐다.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극장가는 활기를 잃었다. 최근에는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며 올해 최저 관객수를 달성하기도 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극장을 찾은 총관객은 3만1587명에 그쳤다. 주말 관객수 역시 크게 줄었다. 20~21일 주말 극장을 방문한 관객은 34만3770명으로, 지난주 올해 최저를 기록한 34만2740명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영화 산업과 매출 수준 역시 급감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은 1조 239억원의 매출로 2년 연속 감소 중이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조 5093억원) 대비 약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극장 매출 감소율은 2019년(1조 9140억) 대비 70%가 줄었다. 한국 상업영화의 추정 수익률 역시 -50%에 육박했다. 이는 영화진흥위원회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도래 후 극장가는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해적: 도깨비 깃발' '킹메이커' 등 대작들이 개봉했지만 큰 성적은 얻지 못했다. 게다가 확산세를 우려해 개봉을 확정됐던 작품들도 개봉 일정을 미뤘다.
부가적인 이유들도 극장가에 타격을 줬다. 상영관 취식 금지, 영업시간 제한, 좌석 띄어앉기, 방역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극장가는 연이은 영업 손실을 떠안아야만 했다.
결국 CGV는 불가피하게 관람료 인상을 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택이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 속 관람료 인상으로 인한 관객들의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과연 오랜 고민 끝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CGV의 큰 결심이 극장가에 숨통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