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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정우의 성장통 [인터뷰]
작성 : 2022년 03월 24일(목) 22:06

정우 /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성장통은 점점 자라며 생기는 고통을 뜻한다. 배우 정우의 연기가 이러한 성장통을 겪었다. 크고 깊어지는 감정 연기를 표현함에 따라 큰 고통과 무게를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값지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선 정우다.

정우는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으로 데뷔해 '바람' '스페어' '이웃사촌',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제작 고래픽처스)를 통해 거친 야성미를 뽐냈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정우는 극 중 건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평범한 삶을 꿈꾸는 희수로 변했다.

정우와 '뜨거운 피'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본능적으로 이끌려 머리 아닌 가슴으로 작품을 선택했단다. 이끌림의 이유에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그는 "제가 누아를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는데 내가 하면 어떻게 '정우식 누아르'가 어떻게 표현될지,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사연 있는 희수 캐릭터도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 인물의 서사를 그리는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언급한 정우는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는 그런 희수와 정우의 싱크로율을 높이 평가했다고. 그는 "대본을 보기 전부터 주변 제작사, 감독님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정우 /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다만 막상 작품에 들어가며 고민도 많았다. 고민의 이유는 전작인 영화 '바람'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정우는 전작에서 사투리 연기를 뽐내며 활약했다.

이와 관련해 정우는 "기존에 제가 보여준 연기와 반복되지 않을까, 또 전형적인 시나리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기우였다. '뜨거운 피'만 속 희수만이 가진 매력을 연기로 풀어내며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그려냈다.

정우가 바라본 희수는 기존 누아르 속 인물들과 다르다. 그는 희수에 대해 "바닷가 내음이 가득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건달'이란 설정에 치우치기보단,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바닷가 사람' 희수에게 초점을 맞추려 했다. 그랬던 그가 점차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 역시 섬세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는 "희수가 처음에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중반부터는 감정이 고조된다. 욕망에 쌓여 괴물로 변하게 되는데 그때부터는 제 감정이 대사를 통해 잘 전달될 수 있게끔 톤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수없이 대사를 계속 내뱉었던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우는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서사를 그리는 작품이다 보니까 희수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톤이 달라진다"며 "자연스러우면서, 또 어깨에 힘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희수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무겁지만은 않고 유머러스한 성격이면 후반부에서 감정이 치달을 때 감정의 진폭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정우 /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정우에겐 '뜨거운 피'는 여느 작품보다 무거웠다. 원톱 주연이란 타이틀에서 오는 막중한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저희 영화가 저예산 영화는 아니었다. 또 제작 중간에 투자와 관련해 난항을 겪기도 했다"며 "그런 것들을 많이 알고 있었고, 원톱 영화이기 때문에 가지고 가야 하는 부담감, 잘해야 하는 열망이 끓어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하고 못하고를 둘째치고 주연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작품을 대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진심을 다했다. 웃음기를 거두고 그 누고보다 작품에 몰두한 그다. 정우는 "웃으면서 유쾌하게 장난치며 임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손에 피를 묻히고 칼을 들고 있었다. 또 촬영장이었던 항구 주변은 모두 쇳덩이였다. 그곳에서 희희낙락 웃으면서 촬영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희수의 끓어오르는 욕망, 괴물들이 되가는 과정들을 제눈으로 표현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희수의 눈은 맑짖 않고 눈이 충혈돼 있다. 그래도 제 모니터에 나오는 거칠고 충혈된 제 모습을 보며 안심 아닌 안심을 했다. 컨디션이 좋은 얼굴을 보면 또 속상하기도 했다.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성장통이었다. "많은 작품들 역시 제게 성장통이었지만 가장 큰 성장통을 안겨준 작품이 '뜨거운 피'"라고 운을 뗀 그는 "작품 성격에 따라 대본에서 캐릭터에서 에너지를 받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감독님에게서 에너지, 때로는 이야기에 도움을 받는 작품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우는 "이 작품 속 희수는 쓸쓸하고 안타까웠다. 이해하면 할수록 안타까웠다"며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유독 성장시켜준 작품이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정우는 작품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는 배우였다. 그의 진심으로 빚어진 열연은 '뜨거운 피'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구보다 뜨겁게 연기와 작품을 사랑한 그는 아픈 성장통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성장통 이후 더욱 단단해진 그가 보여줄 행보와 연기에 기대를 걸어 본다.

정우 /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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