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뜨거운 피'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끓어오르는 배우들의 열연은 열정적이다. 그러나 이 외의 것들은 차갑기만 하다. 뻔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서사와 연출이 들끓는 열연에 찬물을 뿌린다.
영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희수는 만리장 호텔 사장 손영감(김갑수)의 오른팔이다. 그의 곁에서 온갖 일을 수행하며 건달 바닥에서 살아남아왔다.
그랬던 그는 욕심이 생긴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인숙(윤지혜)과 그의 아들 아미(이홍내)와 평범한 생활을 꿈꾸면서부터다. 그러기 위해선 큰돈이 필요했고 희수는 성인 오락기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다 위기가 닥친다. 영도파와 권력 싸움이 시작되며 희수는 괴물이 된다. 소중했던 것을 모두 잃은 그는 뜨거운 복수심을 품는다.
정우 김갑수 지승현 최무성 이홍내 / 사진=뜨거운 피 스틸컷
'뜨거운 피'에서 가장 뜨거운 것은 원톱 정우의 열연이다.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그다. 부산 출신인 그는 사투리 연기의 정점을 보여 준다.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감정도 선명히 표현했다.
김갑수, 지승현, 최무성, 이홍내 등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어둡고 쾨쾨한 건달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연기력을 펼쳤다.
그러나 장점은 거기까지다. '뜨거운 피'는 예측 가능하고 뻔하디 뻔하다. 희수가 배신과 음모에 빠져들고 복수를 다짐한다는 내용이 주다. 익숙한 줄거리에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도 여럿 등장한다.
그렇다고 관객들에게 친절하냐. 그것도 아니다. 희수가 '왜' '어떻게' 음모에 빠지게 된 건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이 과정에서 희수가 누군가를 해하는 장면들도 종종 등장한다. 이 역시 갑작스럽기만 하다. 행동의 의도를 알지 못하니 의구심이 생기고 감정 몰입도 쉽지 않다.
현실적인 사투리도 몰입을 방해한다. 실감 나는 사투리가 현실감을 높이지만 대사 전달력까진 확보하지 못했다. 극 중 분위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뜨거운 피'는 극과 극의 온도를 오간다. 뜨거운 열연과 미지근한 서사를 모두 갖췄다. 관객들에게 어떤 온도로 다가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늘(23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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