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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윤여정X진하가 그리는 우리 이야기 [인터뷰]
작성 : 2022년 03월 21일(월) 15:19

파친코 윤여정 진하 인터뷰 / 사진=애플TV+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우리에 대한, 우리를 위한, 우리에 의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큰 기교 없이 덤덤하게 전하는 말들이 오히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배우 윤여정과 진하가 그려내는 세대를 넘나드는 '파친코' 이야기다.

25일 공개되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각본 수 휴·연출 코고나다 , 저스틴 전)는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작품으로,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그려냈다.

무엇보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전후 조선인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자극적이거나 크게 몰아치는 사건 없이 그저 보는 이들에게 담담하게 그 시절을 속삭인다. 이러한 표현 방식이 오히려 눈과 귀를 채운다.

해방 이후인 1947년에 태어난 윤여정은 "저희 어머니가 1924년 생이라 그 시절 분이실 거다. 저도 해방 후 태어나서 그 시절을 정확히 모른다. '파친코'를 통해 너무 많은 걸 배웠다"며 "제 아들 모자수 역으로 출연한 배우 박소희가 '자이니치(ざいにち,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또는 조선인)' 역이었다. 근데 '자이니치'와 재일교포는 다르다고 하더라. 굉장히 프라이드가 있다고 해서 감동받았다. 역사라는 건 배울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파친코 윤여정 진하 인터뷰 / 사진=애플TV+ 제공


윤여정이 연기한 선자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가혹한 현실의 벽 앞에 일본으로 이주해 삶을 꾸려나가는 인물이다. 윤여정 역시 과거 한차례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한 만큼 선자가 겪었을 외로움과 삶을 향한 의지가 어느 정도 공감됐을 터다.

이에 대해 윤여정은 "저와 선자는 상황이 달랐다. 저는 미국으로 이주를 하지 않았고, 이혼 후에는 살기 위해 일했을 뿐 미국에선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살기 위해 일할 땐 그게 힘든 일인지 모른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선자도 힘든지, 아닌지도 모르고 일을 했을 거다. 일본어도 못하는 상황에선 그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진하가 맡은 솔로몬은 선자의 손자이자 모자수의 아들이다. 일본 내 한국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유아기를 일본에서 보냈지만, 조선인을 향한 차별을 피해 청소년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인물이다. 하지만 솔로몬은 결국 돈과 명예를 위해 다시 일본 행을 택하게 된다.

무엇보다 진하 역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극 중 솔로몬이 겪는 '이방인'으로서 삶에 어느 정도 자신을 투영시켰다. 진하는 "솔로몬과 많은 면에서 다르지만, 또 동시에 공감이 됐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온 경험들이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이게 캐릭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작점이었다"며 "솔로몬은 선자가 이전에 했던 희생과 결정의 결과물이다. 솔로몬 시대의 사람들은 그 이전 시대 사람들 덕분에 기회를 누리게 되기 때문에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다. 저 역시 미국으로 이민오며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그 무게감을 두고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진하는 "솔로몬은 제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살아오면서 했던 경험들과 연결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저희 부모님보다 윗세대 분들이 일제강점기 경험이 있어서 더 의미 있었다"며 "그런 역사를 미국 TV쇼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특권이다. 언젠가 가족의 이야기를 연기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특히 윤여정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선보이는 작품이다. 부담감이 느껴질 법도 하지만 윤여정은 "'파친코'는 아카데미 시상식 이전에 촬영한 작품이다. 이거 촬영할 땐 대중이 나한테 관심이 없었다"고 쿨하게 답했다.

그럼에도 진하는 인터뷰 내내 윤여정을 '마스터'라고 칭하며 한껏 존경심을 표했다. 진하는 "이런 마스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매 촬영마다 큰 책임감이 느껴졌다"며 "동시에 윤여정이 연기하는 걸 최대한 많이 보려고 했다. 이런 좋은 연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운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들은 윤여정은 "친아들이 한국계 미국인이다. '진하가 누구냐'고 했더니 아메리칸 쇼 연속극에 출연했다고 하더라. 그 연속극이 형편없었는데 딱 진하 한 명만 잘했다고 했어서 좋은 정보를 갖고 작품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윤여정은 "진하와 촬영한 첫 장면이 기차역 장면이었는데 한국인들은 배우라고 하면 키가 크고 잘생긴, 이민호 같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냐. 저는 심지어 늙었으니까 얼마나 편견이 많았겠냐"며 "(진하 첫인상이) 작고,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았었다. 애플에서 몇 달이나 오디션을 봤다고 해서 '쟤를 뽑으려고?' 했는데 첫 장면을 찍자마자 잘한다 싶었다. 배우는 배우끼리 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근데 진하가 자꾸 나를 '마스터'라고 부른다. 연기는 마스터할 수 없다. 나는 그냥 늙은 배우다. 돈 콜 미 마스터"라고 덧붙였다. 이에 진하는 "유 리얼리 굿 스튜던트(You really good student)"라고 센스 있게 답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고충도 있었다. 윤여정은 극 중 선자의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 "'그것만이 내 세상' 했을 때도 사투리 때문에 연기를 망쳤다. 이우정 작가한테 물어보니까 그건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으면 못한다고 하더라"며 "사투리 코치한테도 제가 가르치지 말라고 했다. 사투리를 하려니까 연기에 집중을 못하겠더라. 선자가 일본에서 6, 70년을 살았으니 사투리를 다 까먹지 않았겠냐. 이상한 액센트가 됐을 것 같다고 해석해서 그냥 저를 내버려 두라고 했다"고 밝혔다.

파친코 윤여정 진하 인터뷰 / 사진=애플TV+ 제공


극 중 유창한 일본어, 영어와 한국어까지 소화해야 했던 진하는 "저는 '자이니치'도 아니고 일본어도 못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했기 때문에 솔로몬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솔로몬을 완성하기 위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끝으로 윤여정은 "가수와 배우, 퍼포머는 다르다. 연기는 같이 교감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혼자 하는 모노드라마를 싫어한다.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서 좋았다"며 "봉준호 감독이 '1인치 자막 장벽을 뛰어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했는데 관객들과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하는 "이 정도 규모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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