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유아인'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 작품에 기대가 생긴다. 아역부터 시작해 36세의 나이에 벌써 데뷔 18년 차. 탄탄한 필모그래피와 연기력으로 연기에서 깊이가 느껴진다. '지옥'에선 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홀렸다.
유아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인터뷰를 진행해 신흥 종교 새진리회의 수장 정진수 역을 맡아 열연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 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해당 작품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이미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었으며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전해지며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공개됨과 동시에 화려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옥'은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이어갔고 공개 후 약 이틀간 43,480,000시간 시청되어 비영어 TV 글로벌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얻은 만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정진수 역의 유아인은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특히 OTT 플랫폼을 통한 K콘텐츠의 공개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배우에게 작품 공개의 의미는 전보다도 훨씬 큰 무대에 서는 것과 같았다.
유아인은 "공개됨과 동시에 정말 너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거 같아서 감사하다. 또 전과 달리 OTT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작품을 접하는 이들에 한계와 장벽이 무너졌다는 게 의미가 큰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차기작으로 '지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 가. 유아인은 "저도 모르게 연니 버스(연상호+유니버스)'가 뿜는 에너지에 끌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연상호 감독님은 늘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면서도 두 발 중 하나는 현실에 닿아있다. 두 세계를 끊임없이 조율한 끝에 황당 무계한 세계임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법한 지점이 남아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점점 매료된 것 같다"고 알렸다.
'지옥'이라는 제목 자체가 강렬했던 만큼 제목이 주는 압도적임에도 끌렸다고 설명한 유아인은 "저는 '지옥'이라는 소재를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지옥'이라는 게 가볍게는 화면 속 세상을 빗대어 풍자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종교, 정치에도 대입돼 생각할 수 있는 거 같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게만 그려내지 않았고 오락적인 성격이 녹아져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아인은 '지옥'에서 정진수라는 인물을 입체적이게 그려냈다. 말투, 눈빛, 호흡까지 폭발적이고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있진 않았지만 압도적인 분위기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지옥'이라는 작품에서 유아인의 정진수를 보는 게 흥미로울 정도로 입체적인 캐릭터로 구현했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웹툰을 자세히 보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표현을 택했다고 알렸다. 그는 "원작이 있다는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원작 덕분에 영상화도 가능했지만 창작자 입장에선 이게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보다 더 자유로운 표현을 하고 싶어도, 원작과는 다른 해석을 하고 싶어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뭔가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원작을 좀 멀리하고 시나리오를 가까이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는 큰 틀에서 시작해 말투, 표정, 호흡까지 섬세하게 연기의 층을 쌓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생각하는 사이비 교주와는 조금 동떨어진, 반전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이비 교주들의 목소리나 영상들을 봤는데 '믿습니까'라고 외치는 분들은 별로 없더라. 조곤조곤 사람들을 홀리는 마력이 있었다. 또 진수는 다른 캐릭터들과는 색이 많이 다른 인물이었다. 마치 다른 인물들은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진수는 약간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차이를 잘 살리면서도 어떻게 하면 다른 캐릭터와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진수를 그려나갔다"고 말했다.
'지옥'은 1막에 이어 2막으로 이어지는 만큼 새진리회가 어지러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종교로 자리 잡는데 설득력이 필요했다. 1막에서의 설득력이 떨어지면 2막에도 영향이 가는 만큼 유아인은 이에 대한 고민 역시 많았다.
그는 " "상당히 즐기면서도 그 역할을 못해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컸다"는 유아인은 "최소한의 등장만으로 텐션을 자연스레 쌓여나가면서도 최대치의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평소보다 더 긴장하며 촬영했던 것 같다. 심지어 웹툰까지 있다 보니 더 힘들었다. 원작이 정해놓은 선에서만 표현이 이뤄질 경우 진수는 물론 극에 대한 해석도 굉장히 단순해질 수 있기에 주의하면서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연기에 대한 걱정과 고민의 깊이는 시청자들을 매혹시키는데 충분하고도 넘쳤다. 유아인이 표현한 정진수는 대중들을 압도했다.
데뷔 18년 차임에도 아직 36세인 유아인. 아역부터 연기 인생을 밟아온 그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미 깊이 있고 여유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밀회' '버닝' '소리도 없이'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유아인. 해가 거듭할수록 성숙된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을 환호케 한다.
정상을 향한 사람들은 정상 위에서도 늘 발전을 위해 고민하듯 유아인도 연기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잘한다 잘한다 박수를 그동안 너무 많이 쳐주셔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 같다. 부담감도 있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듯한 관객분들의 칼날 같은 시선도 느껴진다. '정신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단순히 좋은 연기를 고민하기보단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믿음이나 신념 같은 것도 없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원석을 계속해 세공해나가자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잘한다 잘한다 박수를 그동안 너무 많이 쳐주셔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 같다. 부담감도 있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듯한 관객분들의 칼날 같은 시선도 느껴진다. '정신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단순히 좋은 연기를 고민하기보단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믿음이나 신념 같은 것도 없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원석을 계속해 세공해나가자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라고 전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