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해 단단해졌다. 박성준은 데뷔 10년 차임에도 스스로를 냉정히 관철했다. 연기에 진심을 다하는 그의 소신은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통해 빛을 발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순간이다.
박성준은 2013년 드라마 '우와한 녀'로 연기를 시작해 '블랙', '야식남녀', '런온' 등을 거치며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맡은 역할마다 캐릭터에 녹아드는 연기를 선보였던 박성준에게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극본 이하나·연출 김병수, 이하 '너나경')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경찰대학을 배경으로 우리가 응원하고 싶은 청춘들의 사랑과 도전을 담은 청춘 성장 드라마다. 박성준은 삼수 끝에 경찰대학 입학에 성공한 유대일 역을 맡았다.
유대일은 '너나경' 경찰대 동기 8명 중 가장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다. 그런가 하면 진지함과 짝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순애보도 갖고 있다. 이에 박성준은 "오디션을 3번 정도 봤다. 코미디, 로맨스, 진지함 모두를 표현해야 하는 유대일이기에 캐스팅을 두고 감독님이 고민이 많으셨다더라.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의 전 부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차츰 나아지려는 모습을 보여드렸고 이런 점을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그는 캐릭터 연구에 대해 "의경 출신이라 이미 익숙해졌던 부분이었다. 실제로 경찰들의 업무를 간접 체험한 적도 있고, 경찰을 준비했던 동생들에게 연락해서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능청스러운 '유대일'이 자칫 비호감으로 비칠까 염려했다고. 이에 그는 "대본 그대로 따라갔다. 얄미워보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귀엽게 연기했다"며 멋쩍어했다.
배우들과의 호흡도 자연스러웠다. 박성준은 배우 강다니엘, 김우석, 이신영과는 브로맨스 '케미'를 박유나와는 로맨스 호흡을 펼쳤다. 특히 기한나 역을 맡은 박유나에 대해 "인간적으로 엄청 털털하고 쿨한 배우다. 유난히 감정신이 많았는데도 집중력이 굉장히 훌륭하더라. 좋은 파트너였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사실 한나와 러브 라인이 생길지는 몰랐다. 한나와의 감정이 생기기 전까지 기본적인 스탠스가 있다 보니 어떻게 그려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한나는 아픔과 상처가 많은 캐릭터라 대일이가 한나를 대할 때 경솔하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너무 진지하지 않도록 감독님과 조율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박성준은 그렇게 유대일에 녹아들었다. 주변 반응도 뜨거웠다고. 그는 "몰랐는데 커뮤니티 같은 게 있다더라. 지인들이 여기에 올라온 댓글을 캡처한 사진을 보고 '다행히 잘 됐구나'라고 느꼈다. 특히 전작 '런온'을 보셨던 분들이 제가 거기에 나왔던 배우인 걸 모르시더라. 저의 연기에 대해 호평해주신 팬들이 많았다"고 감사했다.
하지만 성공 뒤엔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 그는 "티는 안 났지만 굉장히 힘들었다. 실제 낯을 많이 가리는 성향인데 대일은 밝고 재밌는 성격이라 저랑 정말 반대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저를 중심으로 코믹한 장면이 많았다. 절대 혼자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다른 배우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감독님과는 의견을 조율하며 해석 방법을 달리했다. 또 늘 촬영 현장에 가기 전 텐션을 올려놔야 했다. 저에게는 도전과 같았다"고 고백했다.
물 공포증도 이겨내야 했다. 그는 "차를 타고 강에 빠지는 장면이 기억난다. 수중 촬영은 처음이었다. 물을 너무 무서워하지만 스킨스쿠버를 연습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하지만 공포심이라는 게 저를 집어삼키더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지만 역할에 몰입했다. 6시간 동안 물속에 있었는데 사고 없이 촬영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도전 정신을 불태운 그였지만 연기 만족도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20% 정도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모든 배우들이 항상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 않냐. 저 역시 유대일 연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항상 촬영 현장을 가기 전에 열 가지를 고민해서 가면 감독님과 상의해 그중 가장 베스트 두 가지를 꼽아 연기했다. 하지만 촬영 후 차에 가면 항상 '이렇게 할걸'이란 아쉬움이 들더라.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관철하고 연기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고 한다. 이는 원동력이자 강점이 됐다. 그는 "안 그러려고 하는데 일에 있어서는 자신한테 채찍질을 하나보다"라며 "내가 연기하는 장면만 바라볼 뿐 아니라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작품 자체를 바라보며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을지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31살인 박성준은 연기 초반과 지금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는 "20대 때는 연기가 내 인생에 전부라고 생각해 조급했던 것 같다. 사실 배우는 일상과의 균형이 잘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연기 초반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며 "배우는 카메라 밖 일상이 건강하게 바로 잡혀야 배우로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박성준은 고등학생 때 우연히 들어간 연극부를 통해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이후 독립영화, 단편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뒤 본격적으로 연기를 사랑하게 됐다. 꾸준히 달려와 어느덧 올해 데뷔 10년 차다. 그는 "10년 차라는 소리를 들으니 가장 먼저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과연 잘하고 있었을까란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달려가고 있으니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10년 후에 대해 "지금처럼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저의 20대, 30대가 달라지고 있는 것처럼 이왕이면 편안한 느낌을 가진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또 사람들에겐 이 일을 너무 사랑하는 배우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끝으로 박성준은 "'너나경'은 밝은 작품이다. 밝은 에너지를 뿜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았는데 이를 알아주는 것 같아 감사하고 뿌듯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 발전된 박성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인터뷰 내내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의 눈빛이 가장 반짝이던 순간이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