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세 여성 배우들이 쓰리톱 주연을 맡은 '킬힐'이 베일을 벗었다. 세 여성 캐릭터들의 권력과 성공을 향한 무기 없는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과연 시청자들마저 참전시킬 수 있을까.
9일 tvN 새 수목드라마 '킬힐'(극본 신광호·연출 노도철)이 첫 방송됐다. '킬힐'은 UNI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들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 성공과 질투에 눈먼 세 여자의 무기 하나 없는 전쟁 드라마다.
이날 우현(김하늘)은 홈쇼핑 속 쇼호스트 배옥선(김성령)이 명품 옷을 줄줄이 매진시키는 것을 보며 부러움과 추억에 젖었다. 똑같은 패션 쇼호스트인 우현에게 주어진 건 화장지였다.
왕년에 잘 나가던 우현이 몰락한 것은 시모와 시아주버니 탓이었다. 우현은 또다시 자신에게 돈을 구걸하러 온 시모에게 "딸 키우고 남편이랑 나 먹고사는 것도 버겁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다"고 소리 질렀다. 분노한 시모는 우현의 뺨을 때리며 극으로 치닿은 관계를 암시했다.
결국 우현은 몸값을 올려 이직하기 위해 굴욕을 참고 직접 타 홈쇼핑사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어렵다. 지금보다 나은 조건, 몸값 좀 올려보겠다는 생각 같은데 본인 상황 더 잘 아시지 않냐"며 "효율은 점차 덜어지고 몸값은 무시 못하는 쇼 호스트. 몇 계단 내려가도 눈 딱 감고 거기 계세요. 살다 보면 자존심보다 중요한 게 많잖아요"라고 도발했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며 완벽해 보이던 배옥선 역시 고민은 있었다. 남편 인국(전노민)의 정치 생활을 뒷바라지 하라며 가족들 내에서 은근히 은퇴 압박이 가해졌다. 배옥선은 괜찮은 듯 웃어 보였지만 속으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UNI 홈쇼핑에서 전무직을 맡고 있는 기모란(이혜영)은 회사 내 트러블 처리반이었다. 기모란은 대표 현욱(김재철) 내연녀였던 상무를 해고시켰다. 이를 본 현욱 아내 신애(한수연)는 "그냥 귀엽게 봐주려고 했는데 선을 넘더라. 넘보면 안 될 걸 넘봐. 근데 기 전무님이 가려운 곳 딱 긁어줬지 뭐야"라며 "근데 저한테 말도 안 하고 그러시는 건 섭섭하다"고 기싸움을 했다.
홀로 남은 기모란은 수애의 말을 곱씹으며 "넘어선 안 되는 걸 왜 지들이 정해? 건방진 것들이"라고 차갑게 분노했다. 같은 시각 안안나(김효선)에게 배옥선과 비교당한 우현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의 뺨을 때렸다. 그러나 굴욕감과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 우현은 사무실에서 나오던 중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다. 이를 본 기모란은 우현에게 손을 내밀며 두 사람의 공조를 암시했다.
첫방 킬힐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 / 사진=tvN
'킬힐'은 전적으로 세 명의 여성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그 사이 권력욕과 명예욕을 향한 여성들의 경쟁이 주된 이야기다. 첫 회에선 세 사람의 관계성이 두드러졌다. 우현은 시댁 식구들로 인해 한때 빛나던 명성을 잃고 몰락했다. 반대로 배옥선은 모두의 신임을 받고 메인 쇼호스트직을 차지하고 있다. 두 사람이 같은 직장 내에서 상반된 위치에 놓였음에도, 모두 성공을 향한 강한 집념을 가졌다는 점은 극의 관전 포인트다.
또한 대부분의 드라마가 첫 회에서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극 중 배경을 설명하는데 할애하는 것처럼 '킬힐' 역시 첫회에선 우현이 몰락한 과정과 배옥선의 성공가도를 조명했다. 여기에 빠른 전개를 통해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 향후 전개에 대한 추측이 가능하게끔 했다.
동시에 기모란의 존재가 극에 재미를 불어넣었다. 몰락한 쇼호스트와 성공한 쇼호스트, 그 사이에 낀 기모란 전무는 향후 등장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암시했다. 특히 기모란은 쇼 호스트가 아닌 UNI 홈쇼핑 내 간부직으로, 회사 내 곪은 부분을 뚜렷하게 보고 있는 인물이다. 단순히 쇼 호스트 간의 경쟁이 아닌, 기모란이라는 인물이 존재함으로써 또 다른 갈등의 기대감을 높였다.
아울러 출연진들이 가진 뚜렷한 캐릭터색이 재미를 더했다. 김하늘은 한물 간 쇼 호스트로서 굴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못하는 우현으로 변신했다. 카메라 앞에선 생글생글 웃다가도 곧 음울한 표정으로 바뀌는 우현의 가면을 표현했다. 김성령은 모든 게 완벽한 쇼 호스트 배옥선이 됐다. 김성령이 연기하는 배옥선은 동료들에게도 친절하고, 행복한 가정을 갖췄지만 화려한 겉과 달리 내면에 감춰진 자신만의 고민과 씁쓸함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기모란 전무 역을 맡은 이혜영은 극의 중심을 잡아주며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동시에 '킬힐' 속에서 가장 기대감이 더해지는 인물이다. 사모님 신애를 만나러 갈 땐 검은 구두를 신다가도, 회사로 돌아오며 빨간 '킬힐'을 신는 이혜영 표 기모란 전무는 극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다만 시청자들은 앞서 다소 묵직한 소재를 다뤘던 작품들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했다. 또한 어두운 분위기로 이어지는 작품들 역시 강한 호불호를 얻었다. '킬힐' 역시 권력과 명예를 위한 무기 없는 전쟁을 예고했다. 과연 세 여성 캐릭터들이 시청자들마저 매료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30분 방송.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