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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닥터' 김범이 찾은 또 다른 나 [인터뷰]
작성 : 2022년 02월 28일(월) 15:29

고스트닥터 김범 종영 인터뷰 /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도전은 늘 두렵다. 그럼에도 도전에 임하게 되는 이유는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뷔 17년 차 배우 김범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한 번 새로운 장르를 새겨넣게 됐다.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으로 배우의 길에 접어든 김범은 일생일대의 히트작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으로 대중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조연 캐릭터인 하숙생 김범 역할로 '하숙범'이라는 별명을 얻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김범은 어느덧 타이틀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배우로 거듭났다.

특히 지난해엔 '하이킥' 출연 배우들이 약 14년 만에 회동하는 다큐멘터리 자리도 마련됐다. 다만, 김범은 '고스트 닥터' 촬영으로 아쉽게 함께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는 "너무 아쉬웠다. '고스트 닥터'를 계쏙 촬영 중이라 도저히 스케줄이 안맞더라. 아직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정일우가 계속 연락을 해줬다"며 "다른 선배분들도 저를 보고싶어한다고 얘기해주셨다. 저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하이킥' 대신 매진했던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극본 김선수·연출 부성철)는 신들린 의술의 오만한 천재 의사 차영민(정지훈)과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황금 수저 레지던트 고승탁(김범)이 바디를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메디컬 스토리를 담고 있다.

김범은 고승탁에 대해 "초반엔 철이 없고 사명감도 없어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가 캐릭터를 이해했던 부분 중 하나는 승탁이가 누구보다 철이 빨리 들었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나 의사로서 사명감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라며 "본인이 가진 트라우마나 아픔, 수술 할 수 없는 상황 ‹š문에 자신만의 가면을 만들어내서 철없는 아들, 철없는 부잣집 아들의 가면을 만들어내고 살아왔던것 같다"고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눈치 없고, 배려가 없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아픔이나 비밀이 보여질 것 같았다. 이런 부분들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보단 제가 가진 가면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다행히 극이 진행되면서 승탁이의 감정이나 기분을 이해해주신것 같아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김범은 고승탁에 대해 "만화 같은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범은 고승탁만의 걸음걸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 월트 디즈니 작품들을 참고 했다고. 김범은 "승탁이의 첫 인상은 굉장히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허구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어서 가볍고, 밝고, 반짝한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극 중 차영민이 빙의되며 1인 2역까지 소화해야 됐다. 김범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재밌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뿅'하면 없어지고 '뿅'하면 나타나지 않냐. 그걸 실제 드라마에서 찍으니가 처음엔 민망하기도 하고, 스태프분들이 저를 보면서 비웃는것 같았다"며 "그래도 제가 진지함을 놓치는 순간 삼류 코미디가 될까봐 제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고스트닥터 김범 종영 인터뷰 /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특히 '고스트 닥터'는 판타지가 한 스푼 가미됐지만, 기본틀은 의학물에 속한다. 전작 JTBC '로스쿨'에서 법대생 한준희 역할에 이어 이번엔 레지던트를 소화하며 대사 암기만큼 방대한 양의 기본 지식을 습득해야 했다. 김범은 "둘 다 너무 어렵다.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오고 머리가 아프다며 "한준희가 뱉었던 법률 용어는 한자나 한문 위주 용어가 많았고, '고스트 닥터' 의학용어는 영어가 많았다"며 "두 배역의 공통점은 100% 이해를 못 했다는 거다. 어떤 게 더 어려웠다기 보단 정말 둘 다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게임판 위에서 말을 움직이는 것은 모두 김범의 몫이 됐다. 김범은 "의학 드라마 장르를 처음 해봐서 수술하는 장면이나 의학 용어들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욕심을 낸 부분들이 있다"며 "드라마 촬영 전에도 실제로 대학병원을 방문해서 교수님들과 인터뷰도 해봤다. 실습도 같이 배웠는데 한 두 다정도만에 될 수있는 전문적인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의료진분들의 힘을 빌렸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동시에 가장 큰 버팀목이 된 건 상대 배우 정지훈이었다. 김범은 1인 2역을 소화하며 끝없이 정지훈을 관찰하고, 주변을 멤돌았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고승탁과 고승탁 고스트 버전까지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초반 한 두달은 현장에서 지훈이 형을 계속 지켜봤다. 형의 외형적인 걸음걸이나 평상시 서있는 모습, 말투, 이야기할때 제스처 같은걸 보면서 몰래 메모했다"며 "예를 들면 승탁이는 의사 가운을 입었을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약간 구부정하게 서있다. 반면 차영민은 가운을 제치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는 차이점을 넣었다. 승탁이는 디즈니 만화 속 캐릭터처럼 걸었고, 차영민은 항상 어깨가 펴져있는 걸음걸이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함께하는 시간만큼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다. 김범은 "소통이 잘되는 형이라 촬영하는데 수월하고 재밌었다. 고승탁 고스트 버전은 겉모습이 저고, 제 안에 차영민이 들어온 캐릭터지만 제가 지훈이 형한테 '이건 1인 2역이 아니라 2인 1역이에요'라고 말했다"며 "둘이 함께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해서 그 과정들이 재밌었다. 형이 워낙 코미디를 잘하는 배우라 웃으면서 촬영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타이틀롤에 이름을 올리며 시청률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생길법 하지만 김범은 의연하게 "눈에 보이는 지표지만 영향을 받거나 일희일비하는 건 아닌것 같다"며 "오히려 더 와닿았던 느낌은 병원에서 촬영할때 지나가던 시민분들이 '와 고스트 닥터다'라고 해주셨을때였다"고 털어놨다.

고스트닥터 김범 종영 인터뷰 /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어느덧 성인 연기자가 된지 한참이 흘렀지만, 김범에겐 로맨스 장르보단 코미디와 판타지, 스릴러 장르들이 더 익숙하다. 이에 대해 그는 "개인적으로 멜로를 피하는건 아니다. 전작 '구미호뎐'에선 캐릭터 특성상 멜로라인이 없는게 맞다"며 "극의 흐름과 캐릭터에 맞춰서 적절하게 표현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하이킥' 이후 '에덴의 동쪽' '꽃보다 남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구미호뎐' '로스쿨' '고스트 닥터' 등 김범은 쉴틈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이는 곧 '배우 김범'의 세계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김범은 "작품마다 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새로운 배움을 가져다준다. 특히 이번에 만난 고승탁과 '고스트 닥터'는 의학 드라마였고, '빙의'라는 판타지 소재가 담긴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제가 본의 아니게 법정물, 의학물과 판타지물을 연달아 했는데 거부감은 아니지만 또 다른 장르에, 다른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늘 갖고 있다. 특정 장르가 아니라 새 장르, 새 캐릭터라면 언제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그러면서 김범은 "작품을 고르기 전에 제 스스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 고민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 외에는 장르적 특성이나 상대 배우와 호흡, 스태프와 호흡을 많이 생각한다"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제가 그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에서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데뷔 17년 차를 맞은 김범은 누구나 그렇듯 성장통도 겪었다. 그는 "10년 좀 넘게 연기를 하면서 슬럼프를 겪어본 적도 있다. 작품에 대한 스트레스나 고민, 부담감, 책임감은 누구나 있는거기 때문에 그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면서도 "제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작품이 끝나고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다.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스트래스 해소 방법을 질문받은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답을 못 찾았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고스트 닥터'를 통해 만난 고승탁은 김범에게 또 다른 면모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친구가 됐다. 김범은 "승탁이는 아이같은 성향을 갖고 있는 친구다. 제가 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승탁이를 연기하는 동안 제 안에 있던 동적인 부분들이나 밝은 부분들, 웃음을 찾게 해준 캐릭터와 작품이었다"며 "어느 순간 승탁이를 연기하면서 장난을 잘 치는 사람이 돼 있고, 항상 웃고 있었다. '나도 이런 면이 있구나'라는걸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캐릭터였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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