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정지훈은 '도전의 아이콘'이다. 데뷔 때부터 쉴 틈 없이 무언가에 매진하고, 목표를 향해 돌진해온 정지훈은 여전히 '도전'이라는 단어만 보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예명 '비'가 더 익숙하던 정지훈은 어느덧 배우 데뷔만 20년 차가 됐다. 2002년 시트콤 '오렌지'로 연기를 시작한 정지훈은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 '풀하우스' '스케치' '웰컴2라이프'를 거쳐 연기자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런 정지훈에게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극본 김선수·연출 부성철)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고스트 닥터'는 신들린 의술의 오만한 천재 의사 차영민(정지훈)과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황금 수저 레지던트 고승탁(김범)이 바디를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메디컬 스토리다.
첫 의사 연기에 도전한 정지훈은 소감을 묻자 "다시는 의사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담스러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제 연차에 비해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캐릭터들 중에서 판타지가 가미된 의사 캐릭터는 처음"이라며 "처음엔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고스트 닥터'는 '가수 정지훈'이 아닌 '배우 정지훈'의 약 3년만 복귀작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전작 '웰컴2라이프' 이후 본의 아니게 '깡'이 열풍을 맞더니 싹쓰리까지 해버렸다"며 "원래 해외 작품 오디션을 봐서 이야기가 잘 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못 갔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것처럼, 감사하게도 다른 것들을 많이 사랑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극 중 차영민은 그야말로 '백전백승'이다. 손만 대면 살려내는 천재 의사다. 다만 그는 '살릴 수 있는' 환자에게만 손을 댄다. 정지훈은 차영민에 대해 "좋게 얘기하면 똑똑하고, 안 좋게 얘기하면 약았다"며 "백전백승을 하는 의사라 어떤 말투, 어떤 억양, 어떤 발음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동시에 생(生)과 사(死)를 넘나들면서 너무 진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직 캐릭터인 만큼 배우 스스로의 공부도 필요했다. 정지훈은 "현직 흉부외과 의사분들과 많은 상담 시간을 가졌다. 그분들의 고충과 환자를 살릴 때 마음가짐들을 꾸준히 공부했다"며 "의사는 본인이 피곤하다고 쉴 수 없는 직업이다. 한 분이 적게는 수 십, 수 백명의 환자부터 많게는 천 명 가까이 봐야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이 이해하고 공부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정지훈은 "다시는 의사 역할 못할 것 같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힘들었다. '의사'라는 역할이 보통 인물이어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다른 의사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해도, 차영민과 다른 호흡을 보여줄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판타지 설정도 소화해야 했다. 정지훈은 "차영민이 영혼 상태로 등장해 빙의하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설정이라 최대한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하는 건 어떨까 싶었다"고 밝혔다.
뜻밖의 고충은 혼수상태에 빠진 차영민 연기에 있었다. 정지훈은 "누워있는 차영민과 고스트가 된 차영민 두 가지를 연기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 감정신을 찍고 또 누워야 했다"며 "감정신을 찍으면 누워서 쉬어야 하는데 잠들면 숨소리가 달라져서 다 들킨다. 자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으려니까 고통스러웠다"고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고스트 닥터 정지훈 인터뷰 / 사진=써브라임 제공
첫 도전하는 캐릭터에, 3년 만에 복귀작이라는 부담감 속에서 출발한 '고스트 닥터'에서 정지훈은 든든한 동료를 얻었다. 2인 1역으로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 김범이 그 주인공이다. 정지훈은 "김범은 제 애드리브를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줬다. '어쩜 이렇게 잘 받쳐주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며 "김범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왔는데 제 애드리브를 받아서 본인 것으로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맨스 상대였던 유이에 대해선 "초반부에 함께 하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됐다. 유이만큼은 촬영 전부터 친해지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며 "감정을 더 깊게 건드린 연기를 보여준 이유는 마지막에 로맨스가 이뤄지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6인조 보이그룹 팬클럽으로 데뷔했던 정지훈은 팀 해체 후 솔로로 전향해 가수 비가 됐다. 수많은 대상 트로피와 히트곡을 남긴 정지훈은 배우에도 도전해 유의미한 성적들을 거둬왔다. 해외 진출까지 성공리에 마친 정지훈은 그야말로 '프로 도전러'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이에 대해 정지훈은 "제 좌우명은 '끝난 것이 끝난 게 아니다'다. 뭔가를 도전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인 것 같다"며 "지금이 마지막이 아니고, 끝난 게 아니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싶다. 골프 선수들도 장갑을 벗기 전까진 모른다고 하지 않냐. 죽을 때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정지훈은 "물론 도전을 하면서 잘 될 때도, 안될 때도 있다. 근데 그런 걸 많이 겪어보면서 기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게 늘 제가 지향하는 삶의 기준이다. 앞으로도 실패하던, 성공하던 계속 도전할 거다. 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저라는 사람의 생명"이라며 "제 마지막 도전이라고 하면 연기를 하면서 해외에 나가서 활동해보고 싶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조연이던, 단역이던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아울러 또 다른 도전도 예고했다. 정지훈은 "프로젝트가 있다. 근데 기운이라는 게 말을 꺼내면 잘 안 되는 징크스가 있더라. 계약이 잘되면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 도전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지훈은 "'고스트 닥터'가 시청자분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고 있진 않다. 다만 시청자분들이 정말 재밌게 보실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며 "저에게 '고스트 닥터'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고통을 알게 해 준 작품이다. 그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차영민에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인사했다.
고스트 닥터 정지훈 인터뷰 / 사진=써브라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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