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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장기하, 왜 부럽지 않다 했을까 [인터뷰]
작성 : 2022년 02월 25일(금) 09:30

장기하 인터뷰 / 사진=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이게 장기하다."

노래처럼 화법도 거침 없었다. 스스로를 "한 번 해먹은 사람"이라 소개하며 장기하는 특유의 직설적이지만 은유적인 화술을 구사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실 때 느끼던 감정처럼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신묘한 가수였다.

장기하는 2008년 솔로로 발표한 싱글 '싸구려 커피'로 공전의 히트를 친 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해 2018년 12월, 밴드를 마무리하기까지 10여 년간 밴드를 이끌었다. 이어 지난 22일, 장기하는 솔로음반 '공중부양'을 들고 돌아왔다.

'공중부양'은 장기하가 밴드 졸업 이후 약 3년여 만에 내는 신보다. 공백이 꽤 길어지며 "은퇴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적잖이 나온 터. 그는 "은퇴한 게 아니라는 얘기는 저는 처음부터 정확하게 했는데 '은퇴했는데 앞으로 뭐할 거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계셨다. '같은 얘기를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하는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장기하는 솔로앨범을 준비하면서 '장기하라는 뮤지션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찾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을 썼다. 장고 끝에 그가 내린 그의 정체성은 결국 '목소리'였다. 그는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활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내 정체성이고 그 외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하와 얼굴들과 비교했을 때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활용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강조를 하고, 나머지 것들은 그 정체성에 잘 맞게끔 어떤 사운드를 붙여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업 자체도 목소리를 먼저 녹음했다. 최소한의 목소리만 넣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그러다 보니까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닌데 베이스가 다 빠졌더라"고 덧붙였다.

장기하는 내심 밴드 때와는 다른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그는 "새롭게 보여드린다기 보다는 보여드리던 걸 안 보여드린 게 더 크다. 뭔가를 추가하기 보다는 뭔가를 빼는 형태가 됐다. 베이스를 제외한 것도 그 중 하나다. 또 2절을 위한 2절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대중가요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이미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는데 2절을 추가적으로 만든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다 끝났으면 가만히 있자는 생각이었다. 한 문장으로 하고 싶은 말이 다 전달됐으면 한 문장으로 끝냈고 반대로 3절까지 해야만 이 이야기가 완성될 것 같으면 3절까지 만들었다. 그런 점이 달랐다"고 털어놨다.

앨범을 다 만들고 보니 대체로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단다. 디딜 땅을 잃은 채 둥둥 뜬 삶을 다룬 가사가 그랬고, 베이스가 없어 디딜 땅을 잃은 채 둥둥 뜬 음악이 그랬다는 것. 그렇게 앨범 타이틀은 '공중부양'이 됐다.

장기하 인터뷰 / 사진=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타이틀곡은 '부럽지가 않어'다.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 난 괜찮어 /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란 내용이 반복된다. 노래에 대해 장기하는 "모든 자랑을 다 이기는 최고의 자랑은 뭘까. 부럽지가 않다는 자랑이겠군"이라고 설명했다.

'부럽지가 않어'는 많은 의문부호를 남긴다. 장기하는 과연 부럽다는 것일까. 부럽지 않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기본적으론 들으시는 분들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반어법이네' 하면 그게 정답이고, '부럽지 않은가보다' 하면 그게 정답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음악을 만들어놓고 다시 청자 입장에서 들으면서 생각한 건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지금 시대에 있어서 되게 중요한 감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러움이란 감정을 이용해서 장사하는 사람이 많고 소셜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부러움이란 감정을 컨트롤 못하면 사람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부러움의 대상이 될 만한 사람들의 일상을 너무 자세히 알 수 있는 시대라서. 자랑조로 썼지만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기도 하다. 부러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고 했다.

'솔로'로 다시 선 장기하는 이번 앨범이 '장기하의 기본값'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지난 3년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솔로 장기하의 출발점을 제시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 같은 거다. 작품, 결과의 의미보다는 '제가 이 정도 지점에 좌표를 찍었습니다'라는 거고 들으시는 분들한테는 '앞으로 지켜봐주세요' 하는 의미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창작자분들께 '제가 이런 사람이니까 같이 하실 분들 드루 와' 그런 느낌이다. 많은 다른 좋은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게 솔로 장기하의 가장 중요한 음악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장기하는 올해 마흔이 됐다. 뮤지션 장기하는 40대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그는 "팬들이랑 라이브 방송을 최근에 종종 하는데 거기서 스스로에게 '빼마(빼박 마흔)'라고 한다. 제가 스스로 별명을 지은 건 아닌데 그 얘기를 하다가 별명이 됐다. 이번 음반이 솔로 활동의 시작점이니까 이 음반을 가지고 공연하고 활동하고, 그 기간 동안 이런저런 분들이랑 대화를 나누고 나면 다음에 누구랑 뭘 같이 해야겠다는 계획이 생길 것 같다. 재밌는 협업을 하고 싶고 싱글을 많이 안 내봐서 누군가와 같이 싱글을 내보고 싶다. 딱 마흔이 되고 앨범이 나왔다. 제 생일 이틀 뒤에 나온 거다. 이 음반과 동시에 40대가 쭉 갈 것 같다. 어떻게 보낼지 저는 모르지만 이미 예정돼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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