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용기를 갖기란 쉽지 않다. 차오르는 두려움에 잠식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가진 순간 용기가 생긴 지안이다.

지안은 2003년 전국춘향선발대회 춘향 진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영화 '함정' '무서운 이야기 3 : 화성에서 온 소녀' '커피메이트' '길'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 그가 영화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제작 표범영화사, 이하 '복무하라')를 통해 스크린에 복귀했다.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이 사단장(조성하)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안은 극 중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 역을 연기했다.

작품의 키워드는 '파격 노출'이다. 지안은 전라를 노출하는 과감한 노출 연기에 도전했다. 그러나 여배우로서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컸다고.

그러나 두려움보단 작품성에 주목한 그다. 긴장감 있게 흐르는 작품에 빠졌고, 매혹적인 수련 역에 많이 이끌렸단다.

언니들의 응원도 작품 출연 결정에 큰 힘이 됐다. 그는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족들, 특히 제 언니들이 많이 응원해 줬다. 언니들이 '동생 지안으로 봤을 땐 이 작품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배우 지안으로 봤을 땐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해 줬다. 시나리오나 원작을 봤을 때 인간의 깊은 내면이나 갈등을 묘사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결심을 한 만큼 수련 캐릭터에 몰입하려 한 지안이다. 지안은 수련과 가까워지기 위해 그의 사회 배경, 캐릭터 성격 등을 분석했다.

그가 바라본 수련은 감정이 억눌려 있는 인물이다. 이에 어딘가 공허하고 감정이 비어 있는 듯한 수련을 그려내려 애썼다. 지안은 "수련은 여군 출신이고 간호 장교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화려한 새장 속에 갇힌 인물'이다. 그래서 감정의 표현이 늘 없다"고 설명했다.

말투와 행동도 이러한 수련에 어울리게 풀어가려 했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 속에 사는 사람들은 뭔가 억눌리고 자유롭게 표현도 못하고 감정을 숨기면서 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강하고 딱딱한 대사 톤을 잡았다"고 전했다.

또한 지안은 "또 여군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서 뻣뻣한 동작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또 매혹적인 부분들을 표현하기 위해 걸음걸이부터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고민의 결과는 만족스럽다. 지안은 "사실 이 작품을 고민한 이유는 노출 문제도 있었지만 수련의 섬세한 감정선 때문이었다. 그의 감정선을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스크린에서 당연히 부족한 모습을 봤다.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는 게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과 같다. 그게 굉장히 어렵고 힘들지만 제가 머릿속에 그려온 대로 최선을 다 한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은 많이 보였지만 그 속에 감독님께서 저도 모르는 감정을 끄집어내 주셨다는 걸 스크린을 통해 느꼈다"고 말했다.

노출 연기는 연우진과 함께 만들어갔다. 지안은 상대역 무광 역을 연기하며 호흡을 맞춰 준 연우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안은 "연우진이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심이 깊었다. 잘 리드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배려 속 완성된 베드신은 만족감이 크다. 그는 "베드신이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흉하거나 에로틱하지 않게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보는지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우진, 감독이 최선을 다했기에 아름답게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지안에게 '복무하라'는 단순한 청불 영화가 아니다. 파격적인 베드신 외에도 풍부한 인물들의 감정선이 담겨 있기 때문. 그는 "작품 속 두 남녀의 감정만으로도 영화를 끌고 나가는 매력이 있다. 심리가 점점 변하는 모습조차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19금' '베드신'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평가가 아쉽단다. 그는 "베드신이 초점이 되는 영화가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파격적이긴 하지만 베드신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안은 "노출, 베드신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영화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깊이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며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확신을 갖고 '복무하라'를 택한 지안에겐 후회가 없다. 그는 "'복무하라'는 하지 말았어야 할 이유보다 할 이유가 더 컸다. 물론 노출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그러나 두려움보다 해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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