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애플과 박찬욱 감독이 만났다. 첫 사극에 도전하는 박찬욱 감독의 판소리와 마당극 등 실험적인 시도가 가득한 '일장춘몽'은 21분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신선함으로 채워졌다.
18일 오전 애플과 박찬욱 감독이 합작한 신작 단편 영화 '일장춘몽'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진행돼 박찬욱 감독, 김우형 촬영 감독, 배우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이 함께했다.
'일장춘몽'은 장의사(유해진)가 여협 흰담비(김옥빈)를 묻어줄 관을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버려진 무덤 하나를 파헤치던 중 무덤의 주인인 검객(박정민) 혼백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와 함께 삶과 죽음이 만나고 결혼식과 장례식이 어우러지는 저세상 모던 판소리 한마당이 펼쳐진다.
◆ 박찬욱 표 단편 영화와 휴대폰 촬영기법 만남
박찬욱 감독 표 '일장춘몽'은 기존 카메라가 아닌 애플 아이폰 13 프로(pro)를 이용해 촬영됐다. 촬영 기법부터, 프레임까지 낯설지만 신선함을 안긴다.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예전에 아이폰4로 '파란만장'이라는 단편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그게 단편영화를 계속 만들게 된 계기가 됐던 첫 작품 "이라며 "그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단편 영화를 만들 기회가 있다면 항상 해왔다. 그동안 여러 편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진보된 테크놀로지가 탑재된 기계로 새로운 단편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며 "동생과 함께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파란만장'을 찍을땐 큰 화면으로 보기엔 화질이 깨지는 등 적당한 정도는 아니었다. 일부러 필름 그림처럼 입자효과를 일부러 더 넣은것 같이, 의도한듯이 트릭을 써야 했다"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요즘엔 큰 모니터로 봐도 괜찮다"고 포인트를 밝혔다.
◆ 신명 나는 시도가 모인 박찬욱의 첫 도전
특히 '일장춘몽'은 박찬욱 감독의 첫 도전들이 뭉쳐 탄생한 작품이다. 사극 장르부터 판소리, 마당극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을 삽입했다.
박찬욱 감독은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장편에서 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비용적인 부분도 있다"며 "단편을 하는 이유는 장편 상업영화를 할 땐 시도할 수 없는걸 마음껏 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박 감독은 "작은 전화기로 찍는다고 할 때 먼저 떠오른 건 '자유롭다'였다. 특정한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마음대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이를 소리로 풀다 보니 마당극 같은 이야기에 판소리, 소리꾼도 나온다. 모두가 다 함께 노는 장치를 넣어 분위기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무에서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출연자 댄서 모니카가 감독을 맡았다. 박찬욱 감독은 "채널을 돌리다 프로그램을 우연히 발견했다. 나 혼자 알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2주쯤 지나니 모두가 그 얘기를 하더라"며 "'스우파' 중에서 모니카 선생님의 팬"이라고 귀띔했다.
◆ 거장 박찬욱과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
'일장춘몽'은 박찬욱 감독뿐만 아니라 출연진들 역시 기대감을 높인다. '믿고 보는' 유해진과 김옥빈, 박정민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최고의 사단이 완성됐다.
유해진은 "따로 연기에 중점을 둔 건 없다. 감독님이 워낙 디렉션을 잘해주셔서 많이 의지했다"며 "작품에서 마당극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말의 맛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박찬욱 감독은 "'공공의 적'때 유해진을 처음 발견했다. 그때부터 비범하다는 걸 바로 알았다"며 "관심 있게 지켜본 배우라 유해진을 놓고 대본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박쥐' 이후 오랜만에 박찬욱 감독과 호흡한 김옥빈은 상대역 박정민에 대해 "원래 팬이라서 이번 작품에 대한 만남을 기대했다. 촬영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연기 스타일을 배웠다.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았고, 굉장히 친해지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박정민은 "저랑 김옥빈이 친구지만 저보다 훨씬 경력이 많은 선배다. 처음엔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며 "액션 스쿨에서 연습하면서 처음 만났다. 저는 못하는데 옆에서 너무 잘하더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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