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도핑 논란의 중심에 선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자 15일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방송 3사 해설위원들이 또 침묵을 지켰다.
발리예바는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1.93점을 받았다.
15일 쇼트프로그램에서 TES 44.51점, PCS 37.65점으로 도합 82.16점을 기록, 1위에 올랐던 발리예바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점수 합산 결과 224.09점에 그치며 종합 4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 발리예바는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7일 단체전에서 화려한 연기를 선보여 ROC의 금메달을 견인했지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전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를 내는 금지 약물 트리메타지닌이 검출된 사실이 10일 알려졌다.
게다가 16일에는 뉴욕 타임스를 통해 도핑 샘플에서 하이폭센(Hypoxen)과 L-카르니틴(L-carnatine)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들은 금지 약물은 아니지만 미국 반도핑기구(USADA)는 "금지된 약물 1종과 금지되지 않은 약물 2종을 함께 사용한 것은 지구력을 향상하고 피로를 덜 느끼게 하며 산소 활용도를 크게 높이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핑기구(RUSADA)는 트리메타지닌이 검출되자 발리예바의 자격을 일시 정지했지만 발리예바의 이의 제기에 곧바로 자격 정지를 철회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RUSADA의 징계 철회에 대해 제소했지만 CAS는 14일 제소를 기각했다. 결국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발리예바의 쇼트프로그램 진행 당시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굳게 열지 않았던 방송 3사 해설위원들은 이날도 발리예바가 연기를 펼친 약 4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KBS 곽민정 해설위원은 발리예바의 연기 후 "누가 꾸몄고 누가 잘못했든 간에 책임은 출전 선수가 지는 게 당연하다"고 발리예바를 강하게 질타했다. KBS 남현종 캐스터는 "발리예바 뒤에 숨어있는 그들도 책임져야 한다"며 "러시아 선수단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4분 간의 침묵 속에서 우리가 올림픽에서 지켜야 할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을 것"이라고 보탰다.
SBS 이호정 해설위원 역시 발리예바가 연기한 4분 간 침묵으로 일관했고 연기가 끝난 후 발리예바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스포츠는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 도핑을 위반한 선수들은 출전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김해진 해설위원은 발리예바가 연기를 하는 동안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살코 등 점프 기술만 언급했을 뿐 연기에 대한 평가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나고 "해설을 해보려고 했으나 도핑 양성 판정이 나온 선수에게 도저히 해설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선수 본인도 이 경기에 참여함으로써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이며, 어떠한 실수를 했는지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런 부담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실수가 많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발리예바는 이날 평소와는 달리 두 차례 넘어지는 등 좋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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