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제목처럼 청춘들의 이야기를 예고한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IMF 그때 그 시절, 이들의 꿈과 좌절이 담긴 순간들의 첫 장을 열었다. 이들은 시청자들의 '추억 소환'과 더불어 청춘물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까.
12일 tvN 새 주말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가 첫 방송됐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을 배경으로 사회의 혼란 속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과 청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1998년 7월 나희도(김태리) 일기장 속 "나는 토요일마다 그 아이를 만나러 간다"는 구절의 주인공은 펜싱 라이벌 고유림(보나)이었다. 고유림을 보며 꿈을 키웠던 나희도는 IMF를 맞으며 자신이 속한 고등학교 펜싱부 폐지와 맞닥뜨려야 했다. 이에 나희도는 "이렇게 꿈을 뺏는데 어딨냐"고 반항했지만 코치(이중옥)는 "네 꿈을 뺏은 건 내가 아니라 시대"라고 응수했다.
나희도가 생각해낸 묘책은 고유림이 속한 태양고등학교로 전학이었다. 엄마 신재경(서재희) 반대에 부딪힌 나희도는 태양고등학교 펜싱부 코치 양찬미(김혜은)를 찾아가 무릎까지 꿇었다. 이어 나희도는 강제전학을 당하기 위해 동급생 폭행, 패싸움, 나이트 출입 등을 꾸몄다.
같은 시대 백이진은 IMF로 가계가 크게 무너지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친구에게 아쉬운 부탁을 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은 백이진은 나희도와 마주쳤다. 나희도는 자신의 계획을 망친 백이진을 향해 "대체 시대가 뭔데 내 꿈을 뺏을 수 있냔 말이야"라고 울컥했다. 이에 백이진은 "시대는 충분히 네 꿈 뺏을 수 있다. 꿈뿐만 아니라 돈도 뺏을 수 있고, 가족도 뺏을 수 있다. 그 세 개를 한 번에 다 빼앗기도 하고"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나희도의 나이트클럽행을 일탈로 오해한 신재경은 "넌 여전히 펜싱 신동에 머물러 있다. 너 혼자 제자리 아니냐. 죽을 만큼 열심히 했어야지"라며 만화책을 찢었다. 이에 나희도는 "엄마가 저 만화책보다 나은 게 뭐냐. 내 경기 보러 한 번도 안 왔지. 경기 지고 혼자 집 와서 속상할 때마다 나 위로해준 거 엄마가 아니라 저 만화책이었다"며 "엄마는 나한테 대화하고 싶지 않은 존재야"라고 소리쳤다.
신재경은 양찬미와 단둘이 만나 나희도를 부탁했고, 두 사람은 과거부터 이어진 악연을 짐작하게 했다. 나희도는 마침내 태양고등학교로 전학에 성공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현재 시점인 2022년과 과거 시점 1998년을 오가며 시작됐다. 현재 시점에선 코로나19 시대상을 반영해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 안심콜 체크인 장면이 그려졌다. 이어 1998년으로 넘어가며 출연진들의 스타일링부터 추억의 소품을 비롯해 화면 색감까지 변화했다. 여기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자막이나 예고편에서는 1998년 빛바랜 저화질 느낌을 톡톡히 살려냈다.
다만 그 시절 비주얼적인 고증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추억의 삐삐, 만화책, 갈매기 눈썹, 팥죽색 메이크업 등이 눈길을 끌었지만 나희도가 재학 중인 학교 배경부터 백이진의 스타일링, 전체적인 화면 색감 등은 1998년도 보단 현대에 가깝다는 인상을 풍겼다.
나희도와 백이진이 주고받는 대사는 청춘물 장르에 걸맞으면서도 1998년 감성을 살렸다. 순정만화 느낌 한 스푼을 넣은 청춘들의 꿈과 미래에 대한 대사는 그 시절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었다. 두 사람은 1998년 IMF 시대상에 맞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의 관계성은 갑작스럽게 진전됐고, 백이진을 대하는 나희도의 태도는 다소 개연성이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힘 있게 극을 이끌어간 것은 김태리의 공이 컸다. 고등학생이 가진 미성숙하면서도 엉뚱한 사고부터 열정과 패기까지 그려낸 김태리는 발랄한 나희도부터 엄마 역 서재희와 갈등도 팽팽하게 그려냈다. 남주혁 역시 불행한 서사를 가진 백이진 캐릭터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김태리와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현실과 맞부딪히며 꿈을 찾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예고했다. 과연 꿈의 라이벌 고유림을 좇아 태양고등학교로 전학 간 나희도와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백이진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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