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태종 이방원'이 말 학대·사망 논란으로 결방한 지 약 3주 만에 입장을 밝혔다. 재정비와 함께 촬영을 준비 중이라는 '태종 이방원'은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에 민낯을 들춘 셈이다.
9일 KBS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KBS1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동물 학대 논란과 관련해 "출연 동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제작가이드라인 조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기본원칙을 밝히고, 촬영 전 준비단계와 촬영 단계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명시했다"며 "드라마 연기 시 종물 종별로 제작진이 유념해야 할 세부 주의사항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KBS 측은 "'태종 이방원'은 출연 배우와 스태프 및 동물의 안전한 촬영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제작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종 이방원 / 사진=동물자유연대 공식 SNS
앞서 지난달 동물자유연대 측은 '태종이방원'이 낙마 장면 촬영 중 살아있는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걸어 당기며 강제로 넘어지는 연출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태종 이방원' 측에서 당시 촬영에 임했던 말이 약 일주일 후 사망했다고 밝히며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이 같은 논란 여파로 '태종 이방원'은 약 3주간 결방했다.
결방 끝에 '태종 이방원' 측이 내린 결론은 드라마를 비롯한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재발 방지를 위해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는 방송가의 안일한 동물 인권 의식과 동시에 열악한 촬영 환경에 대한 민낯이었다. 사망한 말과 더불어 당시 말에 타고 있던 스턴트맨은 안전장치 없이 일반 보호장구만 착용한 채 촬영에 임했다. 말이 넘어지며, 스턴트맨 역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대해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 측은 당시 촬영장에 함께 있던 현장 스태프 말을 빌려 "스턴트맨도 떨어져서 잠깐 정신을 잃었고, 부상까지 있어서 촬영이 멈춰졌다"고 설명했다.
강제로 넘어져 사망하게 된 동물과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액션 장면을 찍게 된 스턴트맨이 만들어낸 장면은 결국 '화려한 액션'이 아닌 고통만 남기게 됐다. 시청자들 역시 연출을 넘어 위험성을 감수하고, 억지로 꾸며낸 장면으로 감동을 받을 리 만무하다.
현재 국내 드라마가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며 전 세계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이 가운데 불거진 '태종 이방원' 사태는 'K-드라마'의 치부다. 과연 재정비를 예고한 '태종 이방원'이 과연 이러한 여론을 딛고 등 돌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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