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여전히 하고 싶은 장르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스스로 잘 해낼 수 있을지, 대중의 반응은 어떨지도 매번 생각한다. 그럼에도 차근차근 자신을 둘러싼 틀을 깨고 자신감을 어깨 위로 얹는 배우 위하준이다.
지난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위하준은 영화 '곤지암' '미드나이트'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로맨스는 별책부록' '18 어게인'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무엇보다 위하준을 대중에게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킨 작품은 지난해 종전의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다. 당시 차기작 tvN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극본 김새봄·연출 유선동/이하 '배앤크') 촬영 중이었던 위하준은 "촬영 도중에 '오징어 게임'으로 급격히 많은 관심을 받게 돼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이런 건 잠시 뿐이다. 그러니까 들뜨지 말자'라고 하다 보니 그때 상황을 많이 못 즐겼던 것 같다"고 내심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담 반, 설렘 반 속에 '배앤크' 촬영에 임한 위하준은 극 중 류수열(이동욱)의 또 다른 인격 K로 변신했다. '배앤크'는 유능하지만 '나쁜 놈' 류수열이 정의로운 '미친놈' K를 만나 겪게 되는 인성회복 히어로 드라마다. 위하준은 "'오징어 게임' 이후 선보이게 된 작품이라 시청자들과 빨리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며 "기존에 보여드리지 못했던 화려한 액션과 코믹함, 가벼움, 아이 같은 모습들을 담은 캐릭터여서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다. 목표한 바를 이룬 것 같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웃음을 보였다.
배드 앤 크레이지 위하준 종영 인터뷰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배앤크'는 위하준의 첫 코미디 도전작이다. 그동안 공포, 스릴러 장르를 토대로 연쇄 살인마, 마약범, 형사 등을 맡아왔던 위하준은 '배앤크'를 통해 그야말로 '미친놈'이 됐다. 이는 위하준에게 기대감과 동시에 부담감이 됐다. 그는 "첫 코미디 장르 도전이라 자신이 없었다. 그 분야에 대해 항상 잘하고 싶은 갈망도 있었고, 제가 갖고 있던 틀을 깨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을 만나서 저를 내려놓게 됐다. '위하준이 웃긴 것도 할 줄 아네' '또라이네' 라는 반응을 받는게 목표였다"고 밝혔다.
야심 차게 코미디 장르에 첫 발을 내디딘 위하준에겐 또 다른 숙제가 주어졌다. 위하준이 맡은 K역은 극 중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주인공의 또 다른 인격이다. 상대 배우 이동욱과는 2인 1역 호흡을 맞추며 동시에 캐릭터 특성을 살려 극적인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위하준은 "(K는) 우선 새로웠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판타지 요소가 있었고, 하나의 인격체였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를 잡아갈까 고민이 많았다"며 "연기적인 고충은 없었지만 2인 1 역이다 보니 이동욱 형 외에 다른 배우들과 촬영할 때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또, 제가 있음에도 다른 배우분들은 안 보이는 것처럼 없는 척하고 집중해야 되니까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에 대중의 반응도 의식됐다. '오징어 게임'은 위하준에게 높은 화제성과 수많은 관심을 가져다줬지만, 이는 기쁨과 동시에 부담이라는 양날의 검이 됐다. 위하준은 "주변 반응을 많이 본다. 보는 게 장단점이 있지만 어떻게 봐주시는지 냉정하게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며 "생활하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자신감을 얻고 있다. 전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 끝에 완성된 위하준 표 K는 그야말로 '미친놈'이었다. 아이 같이 해맑게 웃다가도 정의를 위해선 폭력까지 불사한다. 애써 정의를 모른 척하는 류수열을 다그치고, 항상 정답의 길만을 가려고 하는 정의로운 '미친놈'이다. 동시에 마약범, 가스 라이팅, 연쇄 살인 등 묵직한 소재들을 환기시켜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망가짐까지 불사했던 위하준은 "코믹 연기에 대한 큰 부담도 있었다. 언젠가 꼭 해야 하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K를 연구하고, 연기하면서 제 안에 내재돼 있던 다양한 모습들을 펼칠 수 있어서 너무 보람차다. 자신감이 생겨서 어떤 연기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위하준은 "K의 정의감에 많이 공감한다. 저도 어릴 때부터 불의를 보면 못 참았다. 친구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오지랖도 넓었다. 돌이켜보면 K와 비슷한 점도 있다"며 "친구들 역시 이번 작품을 보면서 저한테 '지 같은 거 했네'라고 하더라. 저는 몰랐지만 편한 사람들한테만 보이는 그런 '똘끼'있는 밝음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앤크 위하준 종영 인터뷰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배앤크' 속 또 다른 백미는 2인 1역을 맡은 위하준과 이동욱의 '브로맨스 케미'다. 위하준은 "'배앤크'는 대본 자체가 속도감 있고 재밌었다.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 제가 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제가 평소에 '브로맨스'를 선호한다"며 "극 중 K와 수열이가 점점 하나가 되고 사랑하고 아껴가는 것처럼 저랑 이동욱 형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따뜻한 기운을 많이 준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위하준은 또 다른 '브로맨스'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훌륭한 배우들이 너무 많아서 함께 하고 싶은 분들도 너무 많다. 전작에서 함께 했던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종석 형이나 이번 작품을 같이한 이동욱 형 등 다시 만나 '브로맨스' 작품을 해보면 이전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배앤크' 속 K는 해맑음과 동시에 정의를 위해선 기꺼이 주먹을 휘두르는 인물이다. 이에 K의 등장은 곧 액션신 시작의 알림이 됐다. 위하준 역시 '배앤크'에서 사우나신, 폐차장신, 마트신 등 숱한 액션 명장면들을 탄생시켰다. 이에 대해 그는 "액션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 액션은 당연히 많이 부족하다. 지금 몸이 성한 곳이 없긴 한데 그래도 아직 보여드릴 액션이 많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번 작품에서 수많은 액션신을 소화했지만, 여전히 위하준의 열정은 끝이 없었다. 그는 "특수부대 군인이나 특수요원 역을 해보고 싶다. 몸이 더 상하기 전에 정통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동시에 위하준은 "저는 섬 시골에 살면서 그 정서를 알고 있어서 어리바리하고 바보스럽기도 하고 나름의 순박함도 있다"며 "순박한 시골청년 느낌의 연기도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작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캐릭터 대신 로맨스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위하준은 "항상 로맨스나 멜로에 대해 성격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너무 다르다. 너무 하고 싶다. 너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배앤크'를 통해서 내려놓는 법, 다양한 표현을 하는 법 등을 배웠다. 이젠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나 멜로를 하면 훨씬 자연스럽고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욕심이 생긴다"고 자신했다.
'배앤크'를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코미디'를 새기게 된 위하준은 여전히 가고 싶은 곳도, 가야 할 곳도 많다. 그는 "'배앤크'는 저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 주고, 수년간 갖고 있던 틀을 깨준 작품"이라며 "향후 제가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전보다 자신감 있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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