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자영업자의 줄폐업이 이어지는 코로나19 시국에 '줄 서는 식당'을 위한 홍보 프로그램이라니, 제작진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tvN은 지난달, 예능 프로그램 '줄 서는 식당'을 론칭했다. 제작진은 "SNS 속 쏟아지는 힙한 점포들, 소문난 웨이팅 맛집들 가운데 진짜를 찾아다니는 고품격 힙포탐구생활"이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출연진은 줄을 서는 유명 맛집에 찾아가 직접 줄을 서고 음식을 맛본 뒤 해당 식당이 몇 시간이나 기다릴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한다.
밥에 진심인 민족이니 손님을 줄 서게 만드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기획의도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시국'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포맷이 옳은지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이다. 코로나19 여파가 3년째 지속되며 자영업자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폐업이 잇따르며 생존을 위한 소상공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tvN은 이미 유명한 식당에 찾아가 손님을 줄 서게 하는 이유를 탐구하며 전파를 이용해 "줄을 설 만한 맛있는 식당"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광고가 필요 없는 곳에 굳이 찾아가 광고 효과를 창출해주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많은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높이는 당혹스러운 기획의도다.
방송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줄 서는 식당' 출연 가게들의 홍보 효과는 적지 않다. 해당 방송에 나온 가게의 정보를 알려주는 글과 가게의 정보를 묻는 글이 온라인상에 속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장사가 너무나 잘 되는 식당이 방송을 업고 추가적인 홍보 효과까지 누리게 된 격이다.
'맛집'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은 많다. 하지만 '줄 서는 식당'은 존재해야 할 만한 어떠한 명분이나 가치를 찾기 어렵다. 코로나19 시국 전부터 이어져온 프로그램도 아닐 뿐더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거나 iHQ '돈쭐내러 왔습니다'처럼 위기에 내몰린 식당을 살리자는 긍정적인 의도도 아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진 현 상황에서 출연진, 스태프들은 사람이 밀집해 있는 좁은 곳에 모여 웨이팅을 하고 그 와중에 시민들과 대화를 나눈다.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밥을 못 먹을까 걱정하기까지 한다.
또한 출연진은 식당 안에서도 일반 사람들과 분리되지 않은 자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식사를 이어간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들과 인터뷰도 진행한다. 사실상 방송계는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방송의 경우, 출연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방송을 진행하기 때문. 실제 방송계 연쇄 감염 사례도 적지 않았다. '줄 서는 식당'에 출연하는 박나래와 입짧은햇님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스튜디오 촬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줄 서는 식당'을 론칭하며 그 누구도 해당 프로그램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못했다니 놀랍다. 제작진의 기본적인 개념 결여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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