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스피드스케이팅은 그동안 쇼트트랙과 함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획득한 메달 수는 16개(금5·은8·동3)에 달한다.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무려 7개의 메달(금1·은4·동2)을 휩쓸며 찬란히 빛났다.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IHQ)을 필두로 눈물과 땀이 섞인 선수들의 치열한 질주는 국민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에는 무려 1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지난 4년 간 이 순간만을 바라보고 굵은 땀방울을 흘려온 태극 전사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평창의 영광을 재현할 태세다.
2014년 소치에서 처음 올림픽을 경험한 김보름(강원도청)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개인 첫 올림픽 은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했다. 앞서 열린 팀 추월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시달리며 날 선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김보름은 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흘리며 큰절로 사죄를 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감사로 고의성 의혹을 벗었지만 당시 기억은 김보름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김보름은 다시 스케이트화 끈을 동여맸다. 2020년 미국솔트레이크시티와 밀워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와 사대륙선수권대회 여자매스스타트에서 모두 은메달을 목에 걸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김보름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다수의 대회가 연기 또는 취소된 탓에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했지만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한국의 여자 매스스타트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2021-2022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1000m, 1500m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여유롭게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보름은 지난 5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은 모두 개인의 목표를 세우고 대회에 임한다"며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보다는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노력한 것을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선(의정부시청)의 질주도 유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평창대회에서는 막내 뻘로 대표팀에 합류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2020 밀워키 사대륙선수권대회 500m와 팀 스프린트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발전된 기량을 보여줬다. 이후 2021-2022시즌 4차 월드컵 500m 1차 레이스에서 37.21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4일 열린 국내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물오른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평창대회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합작한 정재원(의정부시청)과 이승훈, 김민석(성남시청)은 베이징에서도 뭉친다. 이승훈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지만 지난 14일 벌어진 국내 종합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정재원의 경기력이 좋기 때문에 메달을 기대해 볼 만하다.
정재원은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더 책임감 있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평창에서는 첫 번째 출전이다 보니까 긴장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은 두 번째 출전이기도 하고 지난 4년 간 많은 경험과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준비한 모든 것들을 후회 없이 보여드리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정재원과 이승훈은 남자 매스스타트, 김민석은 남자 1500m에서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외에도 평창대회 남자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던 차민규도 메달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은 많은 메달 소식으로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이번 베이징에서도 대표팀이 낭보를 전해오며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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