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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내홍 딛고 금빛 질주 준비 [베이징 올림픽③]
작성 : 2022년 02월 01일(화) 06:00

최민정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 쇼트트랙이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한다.

한국은 그동안 하계올림픽에서는 양궁, 동계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에서 메달을 휩쓸며 강국의 이미지를 굳혔다.

특히 쇼트트랙은 올림픽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92년 대회 이후 금메달만 24개를 획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2위 중국(10개)보다 2배 이상 많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은 남·녀 15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 남자 500m에서 은메달, 남자 1500m와 1000m, 500m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며 메달 7개(금3·은1·동3)를 목에 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뒤늦게 대표팀 내부의 내홍이 드러났다. 심석희(서울시청)가 당시 국가대표 코치였던 A와 함께 동료 및 코치에 대한 욕설을 한 사적인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다.

심석희는 평창 대회 당시 1000m 결승 마지막 바퀴에서 최민정(성남시청)과 접촉하며 함께 넘어졌다. 이에 심석희는 실격 판정을 받았고, 최민정은 4위에 그쳤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심석희가 동료 최민정을 '여자 브래드 버리를 만들어 버리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이에 최민정 측이 고의 충돌 의혹을 제기했다.

빙상연맹은 조사위원회를 꾸려 메시지 공개 당시 함께 제기됐던 고의 충돌, 라커룸 도청과 월드컵 및 아시안게임 승부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냈다.

심석희 / 사진=DB


이후 연맹은 스포츠공정위원회(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심석희에게 국가대표 2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불복한 심석희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 판결이 내려지며 베이징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심석희가 평창 대회 당시 주장으로서 함께 출전한 동료들과 코치를 비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며 대회를 앞둔 대표팀도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이 모든 내홍을 겪었던 최민정은 아픔을 털어내고 묵묵히 베이징을 준비했다.

발목 부상까지 겹쳤지만 지난 11월 열린 2021-2022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대회 후 최민정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주변에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오랜만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까지 회복과 준비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나선다.

ISU(국제빙상경기연맹)도 '에이스' 최민정을 주목했다. ISU는 최민정을 "한국의 영광을 위해 앞장설 선수"라고 소개하며 "적절한 때에 정점에 오르는 선수다. 베이징에서 이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전했다.

연맹은 '기대주' 이유빈(연세대)에 대해서도 "장거리 종목의 확실한 경쟁자"라고 표현하며, 최민정과 이유빈이 여자 계주 연패를 위해 힘을 합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빈 / 사진=DB


이유빈은 평창 대회 여자 3000m 계주에서 최민정과 함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탠 선수다.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 여자 1500m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이유빈 역시 개인전과 단체전에 모두 출전한다.

'맏언니' 김아랑(고양시청)도 2014년 소치 올림픽, 2018년 평창에 이어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계주 멤버로 선발됐으나, 심석희와 김지유(경기일반)가 각각 징계와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되며 개인전과 혼성 계주에 출전하게 됐다.

남자 대표팀에서는 황대헌(한국체대)이 에이스로 나선다. 평창 대회 당시 막내였던 황대헌은 어느덧 성장해 올 시즌 월드컵에 세 차례 출전, 금메달 3개(1000m 2개·500m 1개)를 휩쓸었다.

ISU도 황대헌에 대해 "그보다 힘 넘치고 예측하기 어려운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는 없다"고 주목했다.

그러면서도 황대헌과 함께 박장혁(스포츠토토), 곽윤기(고양시청)도 좋은 기량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

남자대표팀은 4년 전 1500m에서 금메달,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임효준(중국)이 강제 추행 혐의로 법적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으로 귀화하는 일을 겪었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2010년 밴쿠버 대회와 평창 대회 출전에 이어 32세의 나이로 대표팀을 이끌게 된 '맏형' 곽윤기는 개최국 중국의 홈 텃세 예상에 "조금의 실격 여지도 주지 않는 경기를 하려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빙상을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외에도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황대헌에 이어 합계 2위를 기록한 이준서(한국체대)의 활약도 점쳐진다.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 뒤에 내홍을 겪었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로 똘똘 뭉쳐 또 한 번 정상에 도전한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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