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생명을 경시했던 '태종 이방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동물학대 논란 여파로 방송 결방은 물론 방송 중지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동물학대 논란은 19일 동물자유연대가 "드라마 촬영을 위해 강제로 넘어지고 쓰러지는 말, 그들의 안전과 복지가 위태롭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성명서에는 KBS1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연출 김형일) 낙마 장면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극 중 이성계(김영철)가 말에서 낙마하면서 말의 몸이 바닥에서 90도 가까이 들리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며 "사극에 단골 출연하는 말은 넘어지거나 쓰러지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말이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낙마 촬영 현장 영상도 공개했다. 동물자유연대 측이 공개한 영상에는 흰색 와이어가 묶여 강제로 넘어진 말이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해당 말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KBS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의혹으로 시작된 동물학대 논란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드라마 방송 중지,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K** 드라마 ***** 드라마 연재를 중지하고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21일 오후 기준 4만명의 동의자 수를 돌파했다.
KBS를 비롯해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들의 새로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청원도 등장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태종 이방원'은 결방을 결정했다. 21일 '태종 이방원' 관계자는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었던 13·14회 결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설 연휴를 앞두고 드라마 관련 특별 방송으로 편성될 예정이었던 29, 30일 분량도 결방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장면이 담긴 방송 클립도 삭제됐다. 낙마 장면이 포함된 7회 방송은 KBS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이전 방송에서 등장했던 낙마 장면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KBS 사극인 '정도전' '연모' 등에서 비슷한 낙마 장면이 연출됐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KBS는 시청자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며 5년 만에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을 선보였다. 그러나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말은 발이 묶여 강제로 넘어지고 목이 꺾인 채 '소품'으로 활용됐다. 말을 타고 있던 스턴트맨 역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을 경시한 '태종 이방원'은 심판대에 올랐다. 현재 수많은 동물보호단체, 시청자들이 공영방송 제작 환경과 태도를 지적하며 폐지를 요구 중이다. 이에 결방을 결정하며 급한 불만을 끈 '태종 이방원'이 해당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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