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두산 베어스 유희관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유희관은 20일 오후 3시 잠실야구장 식당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장충고-중앙대를 거쳐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에서 두산에 지명된 유희관은 2013년부터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5년에는 개인 최다승인 18승을 올렸고,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이후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고, 2021년 두산 좌완 최초로 100승 고지에 올랐다. 2020년 후 FA 자격을 취득해 1년 총액 10억 원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11시즌의 통산 성적은 281경기(선발 233경기) 1410이닝 101승 69패 평균자책점 4.58이다.
2021시즌 100승을 올렸으나 2군을 오가며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유희관은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101승의 금자탑을 올린 유희관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3년 5월 14일 경기에서 기록한 프로 데뷔 첫 승을 꼽았다. 그는 "그 1이라는 숫자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101이라는 숫자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기뻤던 때는 프로 첫 우승을 경험한 2015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뽑았다.
이혜천(55승)이 가지고 있던 두산 좌완 최다승을 깬 유희관은 두산 투수 최다승인 장호연의 109승을 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유희관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항상 그런 기록을 의식하고 야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목표의식으로 다가왔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최다승을 목표로 제가 깰 수는 없지만 저보다 더 뛰어난 후배들이 제 기록 뿐만 아니라 장호연 선배님의 기록도 깰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기록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야지만 명문 팀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유희관은 2015년 18승을 올리고도 그해 개막한 국제대회인 프리미어12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후에도 국가대표와는 연이 없었다.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 아쉬움이 있지만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뽑히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의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은퇴를 결심한 뒤 기억에 남는 팬들의 말은 무엇이었을까. 유희관은 "이렇게 악플 말고 선플을 받아 본 적이 오랜만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이 많았다.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는 말도 마음에 와닿았고, SNS에 일일이 댓글도 달아드렸다. 팬 여러분들이 없으면 선수들은 존재하지 않지 않나. 감사함에 울컥했다"고 밝혔다.
이어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다. 저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거라 믿고 있고, 그분들에게도 감사하다. 모두가 절 좋아할 순 없지만, 제 팬이 아니어도 야구팬인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유희관은 "조장으로써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모질게도 얘기했다. 한편으로는 더 좋은 말을 많이 해줬으면 어땠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왜 더 잘 챙겨주지 못했을까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제는 두산을 떠난 선수들인 NC 다이노스의 양의지, 삼성 라이온즈의 이원석, SSG 랜더스의 최주환에게도 수고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이날은 두산 김태형 감독이 기자회견을 갖는 유희관을 위해 꽃다발을 안겨주기도 했다. 유희관은 "감독님이 너무 고생했다고 말을 많이 해 주셨다. 좋은 기억이 더 많다. 저를 정말 아들처럼 챙겨주셨고, 감독님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인생에서 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란다고도 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팬들로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유희관은 다시 울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팬 여러분들을 가장 생각했고, 두산 베어스를 정말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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