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태종 이방원'이 촬영을 위해 동원된 실제 말을 학대한 의혹에 휩싸였다. 이미 방송가에선 몇 차례 연출을 위한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19일 동물자유연대 측은 성명서를 통해 "드라마 촬영을 위해 강제로 넘어지고 쓰러지는 말, 그들의 안전과 복지가 위태롭다"고 밝혔다.
이어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해당 장면에서 극 중 이성계 역할을 맡은 배우가 말에서 낙마하면서 말의 몸이 바닥에서 90도 가까이 들리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동물자유연대 측은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를 이용해 실제 동물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많은 방송에서는 여전히 실제 동물을 이용해 촬영을 하고 있다. 약자를 도구화하는 방송 관행에서 벗어나 약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촬영 현장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일 KBS 시청자권익센터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장면에 대해 항의하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CG로 할 순 없었냐. 그 장면이 꼭 들어갔어야만 했나. 그 한 장면에 소중한 생명을 그런 식으로 이용해도 되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KBS 측은 이미 지난 2014년에도 드라마 '연애의 발견' 토끼 목욕 장면으로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방송분에선 주인공이 반려 토끼를 샤워기로 씻기는 장면이 등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토끼는 스스로 그루밍을 하는 동물이며, 피부가 약해 물 샤워를 시켜선 안된다.
결국 '연애의 발견'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토끼는 1회성 소품이 아닌 극 중 인물들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라며 "또한 아끼고 보호되어야 할 소중한 생명체임도 잘 인지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어린 토끼를 물로 씻기고 결과적으로 완전히 젖게 만든 것은 제작진의 무지와 부주의의 결과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 역시 30부에서 황후가 앵무새를 괴롭히는 장면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결국 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동안 작품성을 앞세워 극적인 장면을 탄생시키기 위해, 또는 이목을 끌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들을 동원해왔다. 그러나 일부 제작자들은 동물 역시 하나의 소중한 생명임을 잊은 듯하다.
오랜 시간 방송가에서 동물들이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훌륭한 동료 역할을 해줬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동물들을 단순 '소품'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발전하고 개선되는 방송가 흐름처럼 이를 위해 조금 더 성숙한 동물권 인식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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