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한국 축구가 아이슬란드전 대승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얻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 스타디우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친선전에서 5-1 완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파들 없이 치러진 경기였다. 벤투 감독은 앞서 27명의 전지 훈련 소집 명단 가운데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와 권경원(감바오사카)을 제외한 25명을 국내파들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11명의 선발 출전 선수, 교체 선수들까지 모두 국내파로만 경기를 치렀다.
해외파 없이 치르는 첫 원정 경기. 작년 11월 최종예선 이후 두 달간의 공백마저 있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높은 볼 점유율을 기반으로 아이슬란드를 압박했다.
선제골은 전반 14분만에 터졌다. 김진규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찔러준 패스를 조규성이 낚아채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날 원톱으로 출전한 조규성은 득점 말고도 많은 움직임과 침투, 몸싸움을 보여주며 황의조의 공백을 메우는 플레이를 펼쳤다.
권창훈의 추가골 이후 백승호는 A매치 출전 5경기 만에 중거리 원더골을 터뜨렸다. 4-1-4-1 포메이션에서 중원으로 나선 백승호는 상대 패스를 끊어내며 포백과 2선 미드필더들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했다.
후반 초반 수비 시 빈 공간이 눈에 띄며 실점했지만 한국은 이후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공세에 나섰다.
송민규의 움직임도 가벼웠다. 연이어 패스를 성공시키며 조규성에 이어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앞서 1도움을 올렸던 김진규는 이날 이영재에게 절묘하게 떨어지는 크로스, 이동경에게 침투 패스를 주며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올렸다. 후반 28분에는 데뷔골까지 기록했다.
오프사이드로 기록됐지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건희의 움직임도 좋았다. 교체된 엄지성까지 데뷔골을 터뜨리며 한국은 5-1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로 유럽 국가 상대 최다골 차 승리라는 신기록까지 세웠다.
한국은 현재 핵심 전력인 손흥민, 황희찬이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인 레바논전, 다음달 1일 시리아전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대표팀 구성에 대해 "손흥민과 황희찬의 부상 상황을 살펴야 한다. 그 이후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합류하지 못한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파들은 25일 대표팀이 레바논으로 떠날 때 합류할 전망인데, 이때 일부 K리거들은 명단에서 제외돼 귀국길에 오르게 된다. 이번 국내파들의 활약으로 대표팀은 유럽파 부재시 더 많은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평가전이기 때문에 낙관은 이르다. FIFA 랭킹 66위인 아이슬란드(한국은 33위)는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J조에서 6개 팀 중 5위에 그쳐 본선 진출에 실패한 팀이다. 아울러 터키 원정과 최종예선을 치르는 중동 원정은 또 다른 환경이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이 더 많은 선택지를 얻은 것은 확실하다. 옥석 가리기가 만만치 않아졌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다. 친선전 몰도바전을 앞두고도 선발 명단 변화에 대해서 신중함을 드러냈던 벤투 감독이 최종예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