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배우 이세영과 '옷소매'의 만남은 특별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와 만나 역할에 빠져든 건 순식간이었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뜨거운 관심과 사랑도 받은 만큼 이세영의 기억에도 오래 남을 '옷소매'다.
이세영은 1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 이하 '옷소매')에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이세영)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 이산(이준호)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기록한 사극이다. 첫방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했던 '옷소매'는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7.4%를 기록하며 사극의 새 역사를 썼다.
작품을 떠나보내는 이세영은 누구보다 애틋했다. "7개월 동안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서 새해에 종영을 맞았다. 그동안 어려움도 있었지만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뿌듯하고 보람차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여운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흥행 성적에도 여전히 얼떨떨하다. 그는 "대본부터 너무 재밌고 인물이 매력적이라 생각했지만 그런다고 흥행이 되는 것은 아니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느낀 여운과 감동, 먹먹함을 시청자들도 많이 느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 줄 몰랐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극 중 이세영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궁녀 성덕임 역을 맡았다.
성덕임은 그간 사극 속 궁녀와 달랐다. 이세영이 그려낸 성덕임은 능동적이고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는 이세영이 성덕임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그 시대에 스스로 선택을 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성덕임이 제게 각별했다. 그 시대에 있으면 저는 그러지 못했을 거 같다"며 "성덕임이 짠했던 이유는 여느 궁인들과 다르게 자기가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세영이 바라본 성덕임은 소박한 인물이다. 보잘 것 없고 힘 없는 성덕임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단다. 이세영은 "성덕임은 대단한 사건에 휘말리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했다"며 "보통 주인공들은 시간이 흐르면 힘을 드러내는 인물인데 성덕임은 힘이 약하다. 그런 모습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궁녀가 아닌 여자로서의 사랑도 보여주려 했다. 그는 "성덕임은 사랑에 대한 자존심이 강했던 거 같다"며 "그러나 여인으로서, 정조를 사내로 바라봤기에 가능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흔한 부부들의 사랑싸움으로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작품에는 성덕임 외에 다양한 궁녀들이 등장한다. 이는 '옷소매'의 강점이자 차별화 지점이다. 이세영은 "그동안 궁인들에 대해 궁금해햇던 작품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궁인의 입장, 시점으로 본 이 '옷소매'가 특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궁녀로서 주체적인 모습을 뽐낸 성덕임은 이산과 애절한 로맨스도 펼쳤다. 이세영은 이산 역을 연기한 이준호와의 로맨스 연기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스킨십, 키스신은 터치가 있을 수밖에 없어 실수를 할까 봐 긴장되기도 한다"며 "키스신이 오랜만이라 긴장이 됐다"고 털어놨다. 또한 키스신 촬영 전 이준호와 구강청결제로 건배를 했다는 유쾌한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역사적 사실에 따라 죽음을 맞이한 엔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세영은 죽음 후 꿈에서 재회한 두 사람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라봤다. 그는 "성덕임은 끝까지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조도 성덕임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 거다. 다만 그 마음을 표현하길 바랐을 것 같다. 그래도 죽은 사람들이 다시 만났고 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해피엔딩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옷소매'는 궁녀들의 이야기, 로맨스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이세영이 생각한 작품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정치적인 부분, 사극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색감, 스케일이 크고 압되는 화면, 자연을 활용한 연출 등도 많았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매력이 담겼던 '옷소매'를 떠나보내는 이세영의 소회도 남다르다. 그는 "제에게도 여운이 길게 갈 거 같다. 작품이 사랑을 받아서 더 기억이 많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옷소매'로 도약한 이세영은 꾸준한 활약을 약속했다. 이세영은 "20대 중반에는 일이 없어서 힘들었다. 생업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꾸준히 연기하고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꾸준히 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촬영하면 다시 돌아가 출발점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다음 스텝을 밟아 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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