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배우 오영수의 관록이 통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가 보수적이고 인종 차별적 성향의 골든글로브의 장벽까지 허물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공개 후 한국은 물론 브라질, 프랑스, 인도, 터키 등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비 영어권 시리즈 중 최초로 21일 연속 '오늘의 Top 10' 1위를 기록했다.
오영수의 활약도 돋보였다. 극 중 오영수는 서바이벌에 참가한 1번 오일남 역을 활약했다. 오영수는 관록과 노장의 힘을 보여 줬다. 그는 긴 호흡의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가 하면 등장마다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해외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미국의 유수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TV드라마 남우조연상 부문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던 그는 당당히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LA 비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진행된 미국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오영수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과 마크 듀플라스,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데드 래소'의 베롯 골드스타인 등의 후보와 경합 끝에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벅찬 소감도 전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 생각한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며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골든글로브 수상은 1관왕에서 그쳐야 했다. 골든글로브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TV드라마 부문 작품상, 출연 배우 이정재가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작품상은 '석세션', 남우주연상은 '석세션'의 제러미 스트롱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남우조연상 수상은 뜻깊은 성과다. 오영수는 한국인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수상자가 됐다. 앞서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 아콰피나만이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골든글로브는 인종 차별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시상식이다. 보수적인 성향으로 인해 보이콧 운동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배우 오영수의 수상은 이례적인 성과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 열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치프리아니 월스트리트에서 개최된 에서 제31회 고담 어워즈에서는 '획기적인 시리즈-40분 이상 장편' 부문 수상자가 됐다.
당시 '오징어 게임'은 쇼타임의 '더 굿 로드 버드' '잇츠 어 신', 아마존 스튜디오 '스몰 액스', 아마존 스튜디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HBO Max '화이트 로투스' 등 쟁쟁한 후보를 제쳤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떨치는 계기가 됐고 숨어 있던 진주 같은 오영수도 재발견했다. 해외 시상식까지 장악하며 드라마계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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