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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조진웅에게 새겨진 연기 DNA [인터뷰]
작성 : 2022년 01월 10일(월) 13:52

경관의 피 조진웅 /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한 작품 속 캐릭터를 완성하기까지, 숱한 고민과 공부를 거친다. 여기에 자신의 DNA에 그 캐릭터를 심지 않고서는 현장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 데뷔 19년 차를 맞은 배우 조진웅에게 현장은 놀이터임과 동시에 숙제장을 검사하는 학교 같다.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한 조진웅은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끝까지 간다'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암살' '아가씨' '독전' '대장 김창수' 등에 출연했다. 데뷔 19년 차를 지나며 수많은 작품을 만났고, 제목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국민 배우다.

조진웅은 소위 '소처럼 일한다'의 표본이다. 지난 2019년에 개봉한 영화만 세 편에, 2020년엔 촬영까지 마친 작품이 두 편, 지난해부터 현재 1월까지 참여한 작품만 세 편이다. 이에 대해 조진웅은 "작품이 너무 재밌다.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건 참여자들의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저는 현장에 놀러 간다. '열일'보다는 우리 식구들과 즐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진정성들이 항상 연결고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명량' '암살'을 통해 '천만배우'라는 타이틀을 두 번이나 가진 조진웅이지만, 여전히 성적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극장가에 빨간불이 켜졌고, 이는 온전히 주연 배우를 향한 압박으로 돌아왔다. 조진웅은 "'경관의 피'가 잘됐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천만이라는 숫자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적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도 "그래도 그리 괘념치 않는다. 우리끼리 행복한 시간을 살았고, 많은 스태프들과 협동해서 재밌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만든 것 만으로 영광스럽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진웅은 '경관의 피'에서 수사를 위해서라면 편법도 불사하는 광역수사대 팀장 박강윤을 맡았다. 박강윤은 원칙주의자인 신입 경찰이자 언더커버 최민재(최우식)와 맞부딪힌다. 최민재가 '올곧은 정의'라면, 박강윤은 '검은 정의'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결국 총구 끝은 경찰의 정의를 의미한다.

특히 초반부 최민재와 상반된 신념을 보여주는 박강윤은 선인과 악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최민재의 신념이 빛날수록, 박강윤의 모습은 어둠이 됐다. 조진웅 역시 "선과 악을 표현하는 지점이 가장 난관이었다. 초반부 '얘가 빌런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박강윤이 가진 색채와 온도가 진했어야 했다.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소통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조진웅은 "제가 실제로 작업하는 방식이 박강윤이다. 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캐릭터를 연구할 땐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항상 바닥까지 내려간다. 그 과정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럴 땐 주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제 스스로 공부하면서 소위 제 DNA에 그 캐릭터를 심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현장에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진웅 표 박강윤을 완성하기까지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만 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연출을 맡은 이규만 감독의 몫이 컸다. 동시에 조진웅은 '경관의 피' 합류에 대한 결정적인 이유로 이규만 감독을 꼽았다. 조진웅은 "제 동문 선배다. 학교 다닐 때부터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었다. 밀도감 있는 작품들을 많이 하셨던 분"이라며 "시나리오를 봤는데 방대한 원작의 양을 2시간 안에 콤팩트 있게 담아내셨더라. 제가 참여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관의 피 조진웅 /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다작 배우'로 꼽히는 조진웅인 만큼, 앞서 영화 '끝까지 간다' '독전',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미 경찰 역할로 출연했다. 특히 '독전'에서도 마약반 형사를 맡았던 만큼 매 작품을 비롯해 '경관의 피'에서도 차별점이 필요했다.

조진웅은 "시나리오 이정표 상에 분명히 타 작품들과 다른 지점이 생긴다. 그걸 잘 준비해서 다가가면 완성할 수 있다"며 "사실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어디 가겠냐. 거기서 거기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의상, 분장, 미술 등등 저 혼자 잘한다고 캐릭터가 나오진 않는다. 이번 작품도 감독님과 치열하게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동시에 다른 수사극과도 차별점을 둬야 했다. 조진웅은 "타 작품들과 수사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수사극들이 '악을 처단한다'는 지점을 갖고 있다. 저희는 신념끼리 부딪히는 게 포인트다. 최민재의 원칙주의와 박강윤의 효율성이 범죄를 소탕하며 부딪힌다"며 "당연히 악당을 무찌르면서도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부적 갈등이 휴머니티로 다가왔다. 그것도 '경관의 피'가 가진 하나의 변별력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경관의 피 조진웅 /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러나 고충은 뜻밖의 지점에 있었다. '경관의 피'는 조진웅을 비롯해 배우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등이 등장한다. 그만큼 '브로맨스 케미'가 포인트다. 다만 조진웅은 이미 수많은 남자 배우들과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이에 그는 "'브로맨스'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고 장난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배우가 됐던 협업할 땐 시너지가 생긴다. 제가 배우고 습득하는 과정만큼 행복한 게 어딨냐"고 덧붙였다.

'경관의 피' 역시 배우들과 '케미'가 빛났다. 조진웅은 "최우식이 작품을 관통하는 지점을 잘 표현했다. 최우식 캐릭터가 작품 위에 올라서서 간극을 서서히 좁혀나가는 순간을 저조차도 즐겼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저는 최민재를 아끼는 후배라는 애정과 동시에 맡은 일을 해야 하는 냉정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점을 그려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 감정선을 잘 그려내야 했기 때문에 감독님은 물론, 최우식과 많은 회의를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매 작품마다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진웅은 "진심이 제 삶에 있어 가장 큰 의미다. 그게 없다면 무엇도 하면 안 될 것 같다. 저의 무기이기도 하고, 동시에 제 삶의 소신"이라며 "연기할 때 제가 가장 견제하는 것은 방관하는 자세다. 멍청하게 있다가 어정쩡하게 촬영하고 모니터링을 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견제하고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기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국민 배우'로서 자부심도 드러냈다. 조진웅은 "대한민국 콘텐츠는 아이템의 천국이다. 비상한 머리를 가진 작가분들이 많고, 거기에 대한 매무새를 만질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여기에 연기를 해내는 배우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배우들이 가장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며 "선배들이 잘 닦아놓은 탑을 스크래치 내지 않기 위해 더 긴장하고 조금 더 끈기 있게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진웅은 "할리우드 모토가 '전 세계 누구도 쫓아가지 못하는 자본력'이라고 하는데, 그거랑 다르게 인간이 전할 수 있는 메시지 속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미 대한민국 'K-콘텐츠'가 선풍적 인기인데 해외에 진출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 한국 플랫폼들도 다 좋다"며 "동시에 높은 콘텐츠 퀄리티만큼 이를 위한 배우들과 제작자들의 처우 개선도 원활히 이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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