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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근절되는 날까지"…황영진, 성교육 강사로 제2의 인생[인터뷰]
작성 : 2022년 01월 05일(수) 13:02

황영진 / 사진=황영진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자아성찰이란 쉽지 않다. 우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난제다. 이후 개선 의지를 갖는다 해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테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으로 이를 이뤄낸 사람이 있다. 코미디언 겸 성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황영진이다.

과거 황영진도 누구나 하는 실수를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건넸고, 그 가벼운 농담이 낳는 무거운 상처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농담으로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보며 생각은 바뀌었다.

"연예계에서 생활하면서 주변 연예인들이 성희롱을 당해도 말을 하지 못하는 현실들을 봤어요. 그게 너무 화가 났어요."

문제를 직시한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성 관련 문제를 개그 코너에 담아 화두를 던지려 했다. 그중 SBS 코미디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코너 '홍하녀'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남녀평등에 대한 얘기를 담으려 했다.

TV 속에서 성 평등을 외치던 그는 더 큰 세상으로 나왔다. '웃찾사' 폐지 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강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본격적으로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도 그의 노고가 묻어 있다. 그는 "시험을 네 번이나 봐야 했다. 2년마다 시험이 이었는데 그걸 응시했다"고 설명했다.

황영진 / 사진=황영진 제공


강사 타이틀이 더해졌지만 그만큼 무게감도 커졌다. 주변의 멸시도 견뎌야 했다. 황영진은 "처음 강사가 됐을 때는 젠더 감수성이 없는 이들에게 전화가 왔었다. '왜 너는 이런 걸 하냐' '너는 떳떳하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또 성 얘기를 소재로 못 쓰면 어떻게 개그를 하냐는 반응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황영진은 이러한 인식도 바꿔놨다. 5~6년이 흐른 현재는 동료들의 멘토가 됐단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를 하곤 했는데 이제 많이 깨우치곤 한다. 오히려 '이렇게 말을 해도 괜찮은 거냐' '자기가 과거에 했던 말이 성희롱이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람들의 변화를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그다.

그의 영향력이 뻗친 곳은 개그계뿐만이 아니다. 그가 강의한 공기업, 국가 기관 등 사회 곳곳에도 기분 좋은 변화가 생겼다. 그는 "군부대 관련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강의 이후 불법 카메라가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또 한 대기업 강의 후에는 간부가 성희롱으로 신고된 일이 있었다. 이를 보며 '내가 강의를 잘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법을 수호하는 이들 앞에서도 교육자로 나섰다. 그는 검사들, 검찰 직원, 검찰 총창이 있는 검찰청에서 성희롱, 성교육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을 다루는 분들 앞에서 3시간 강의를 했다. 강의 후 총장님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고 재미있었다고 칭찬해 주셨다"고 말했다.

사회 조직에서 나아가 가정 성교육의 중요성까지 강조한 그다. 황영진은 "부모가 되면 아이들이 많이 성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그런 걸 들으면 부모님이 부끄러워하는데 성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부모님에게 성을 물어보는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란다. 그러나 성에 대한 질문을 한 후 혼이 난 아이들은 친구나 영상을 통해 성을 배운다"며 "부모님 세대들이 성교육을 받고 아이들에게 잘 전달해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예계 종사자로서 아이돌, 아역 배우들에게도 건전한 성 인식을 심어 주고 싶단다. 그는 "아이들의 노래, 연기 연습도 좋지만 성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아역 배우 등 어린 청소년들에 성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한 번만 교육을 받아도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영진 / 사진=황영진 제공


황영진은 코미디언 겸 강사다. 코미디언 유쾌한 이미지는 유지하되 강사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는다. 그가 가진 최대 강점이다. 황영진은 "초창기에는 강의를 재밌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재미 중심으로 하면 지루하지 않아서 좋은데 교육인데 재미로 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엄숙해야 할 부분은 엄숙하고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높낮이 조절을 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연하지만 누구에겐 당연하지 않았을, 또 누군가에겐 외면하고 싶었을 말을 그는 당당히 외친다.

"직장에선 일만 했으면 좋겠어요. 소개팅에서 회사 일, 가족 얘기는 하지 않잖아요. 이처럼 회사에서는 회사 얘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이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 또 알면서도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제가 정신을 싹 바꿔 놓겠습니다."

사소한 변화는 쌓여 많은 걸 변하게 한다. 이는 황영진이 강사로서 꿈꾸는 미래기도 하다. 그는 "지금 제게 딸이 있다. 나중에는 세상이 바뀌어서 애들이 커서 '성희롱, 성 평등 그거 다 옛말이지 않냐'는 말을 듣고 싶다. 현재 '버스에서 담배를 피운 적이 있다고?' 얘기를 하는 것처럼"이라고 언급했다.

황영진의 성장은 자아성찰에서 시작됐다. 그는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했다. 시작은 작은 꿈틀거림이었을 테다. 그 꿈틀거림으로 과거의 허물을 벗어냈고 날개를 피워냈다. 그의 날갯짓은 성 의식, 사회적 변화에 반향을 일으켰다. 황영진의 날갯짓에서 시작된 기분 좋은 나비 효과다.

"저도 개과천선을 했죠. 사람은 고쳐지지 않아요. 그렇기에 저도 꾸준히 공부를 합니다. 현재는 개그맨으로서 방송도 하고 성 교육 강사도 합니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성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요.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라디오스타' 등에 나가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욕심이기도 한 제 큰 꿈입니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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