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침체기에 빠졌던 배우 한지민이 빛을 발견했다. 어둠 속에 갇혔던 자신을 구원하고 상처를 극복할 힘을 받았다. 한지민과 '해피 뉴 이어'의 운명 같은 만남이다.
한지민에겐 2021년은 유독 가혹했다. 소중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힘들었던 개인사도 많았단다. 어지러웠던 올해를 돌아보던 그는 눈물을 보였다.
이런 시기에 '해피 뉴 이어'를 만났다. '해피 뉴 이어'(감독 곽재용·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그때의 내가 어떤지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 한지민은 "자극이 없어 무난하지만 따스한 느낌의 영화에 끌렸다. 이런 영화를 하고 싶었고 관객들도 우리 영화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작품 속 소진이란 캐릭터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한지민은 극 중 15년 동안 밴드 활동을 해 온 승효(김영광)를 짝사랑해 온 호텔리어 소진 역을 맡았다. 한지민은 소진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거 같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사랑을 받고 감정이 진전되는 멜로를 보여드렸다"며 "친구를 혼자 사랑하고 망설이고 친구의 결혼까지 축하해줄 수밖에 없는 소진이 새롭고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지민은 짝사랑 경험이 많다. 절절한 경험은 연기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혼자 좋아했다. 좋아한단 얘기는 못 하고 혼자 쳐다봤다. 성인이 돼서 누가 마음에 들어도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또 거절당하면 어색해지고 다시 보기 힘들까 봐 거의 말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경험을 바탕으로 애절한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그는 "승효와 15년 친구라 편한 사이임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승효의 몸짓, 말투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험이 있기에 표현 가능했던 디테일한 연기다.
작품을 통해 사랑에 대한 깨우침도 얻었다. 한지민은 "사랑은 타이밍이고 인연이 있구나 생각했다"며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인연처럼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사랑은 이뤄질 수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조금 더 사랑에 솔직해져 보리라 다짐도 했다고.
'해피 뉴 이어' 속 로맨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등학생부터 중년의 사랑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긴다. 이는 한지민이 꼽은 작품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그중 이혜영과 정진영이 펼친 중년 로맨스에 대해 "그 나이대에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구나, 또 그게 아름답고 설레게 다가올 수 있구나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각양각색의 로맨스는 소진을 중심으로 뻗어간다. 한지민은 이러한 소진에 대해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잡는 역할이라기보다 각 캐릭터를 연결해 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배우들을 짧은 시간 안에 만나야 하는 부분이 있어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많이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해피 뉴 이어'는 어둠에 빠져 있던 한지민을 끌어올려 준 작품이다. 한지민은 "돌아보면 이 영화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며 "혼자 침체돼 있던 시기가 있었는데 현장에 가서 감독님의 순수한 개그를 들으며 마냥 웃을 수 있었다. 소진 캐릭터도 상대적으로 밝은 느낌이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팬들의 응원도 빛을 되찾게 해 준 큰 이유다. 그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지민은 "저라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셔서 그 마음이 뭘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만큼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나 생각도 하지만 책임감 갖고 열심히 임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작품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지민은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며 한층 더 성장했다. 현재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고. 그는 "20대에는 걱정도, 눈물도 많고 소심했다. 우물 안에 살았다"며 "그때의 제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내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저는 지금의 제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20대 때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겠더라"며 "나중에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나를 정의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사람은 그때의 상황에 맞게 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화를 이제 익숙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변화된 모습이 이제야 마음이 드는 것 같다"고 단단해진 내면도 꺼내 보였다.
'해피 뉴 이어'는 소박하지만 따스하다. 이러한 작품에 어울리는 한지민은 그저 무탈한 행복을 꿈꾼다. 그는 "예전에는 가지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러나 이젠 나쁜 일 없는 것에 감사하다"며 "좋은 일이 생기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슬픈 소식을 듣고 싶지 않다. 무탈함의 소중함을 점점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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